- 2024년 10월 9일 수요일(한글날)
오늘은 어제 걷지 못한 송정에서 오미 구간을 걸어야 한다. 집사람의 발 상태는 여전히 좋아 보이지 않고 피곤해 보인다. 그래도 어제 보았듯이 송정에 차를 둘 곳이 없어서 오늘은 오미 운조루유물기념관 주차장에 차를 두고 송정까지 역방향으로 걷기로 했다. 출발한 시간이 거의 9시가 다 되어 가는 시점이었다. 이 길 역시 충무공을 기억하는 백의종군로와 겹치고 있다. 오미마을을 지나 이어지는 마을들인 하죽마을, 내죽마을을 둘러보며 지나 언덕으로 올라서면 문수제라는 저수지가 나온다. 저수지 아래 자리 잡은 마을은 살면서 조금 불안할 것 같다. 달콤한 냄새가 코에 스며들 것 같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감들을 달고 있는 감나무들과 익어서 벌어져가는 밤송이들이 달린 밤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는 길은 피곤하면서도 마음이 풍요로워서 좋다. 날씨는 계속 좋은 편이다.
산속에 그림 같은 전원주택 마을 단지가 있고 그 앞으로 이어지는 기분 좋은 길을 따라가면서 몇 사람을 만나 인사를 나누며 걷다 보니 구례 노인 요양원을 지나간다. 원송계곡을 지나 석주관으로 갈라지는 이정표가 있고 송정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는데 숲이 좋지만 가파른 길을 계속 올라간다. 숨을 헐떡이며 고개에 올라 벅수의 이정표를 보니 여기가 의승재이고 송정이 1km가량 남은 지점이다. 내려가는 길은 이리저리 굽이치며 비교적 쉽게 갈 수 있지만 피곤한 몸이어서 그런지 발바닥이 타박거린다. 다시 어제 그 지점에 도착해서 택시를 불렀다. 집사람 상태를 보니 더 걷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오미에 가서 차를 갖고 숙소로 먼저 가서 아내를 숙소에서 쉬게 하고 나는 가장 짧은 구간에 해당하면서 둘레길 완주의 한 구간인 운봉-인월 구간을 홀로 걷고 오기로 했다. 이 구간은 10km 남짓해서 부지런히 걸으면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우선 인월센터에 차를 대고 보니 2시 50분이 넘었다. 월평마을을 지나 이정표를 따라 마을 뒷길로 올라가면서 지난 4월에 첫 민박을 했던 정00 님의 집을 떠올렸다. 별일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를 바라면서.
흥부자연휴양림을 지나가는 시간이 3시 20분쯤 되었고 곧 해가 떨어질 것 같아 마음이 다소 조급해져서 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옥계저수지를 지나면서 폐건물처럼 보이는 리조트 건물을 지나 군화마을을 지났다. 이곳에서는 마을들을 따라 죽 이어지는 길을 타고 가는 길이며 람천인지 물가를 따라가는 둑방길이기도 하다. 가다 보니 동편제 마을이라고 되어 있는데 남원도 소리의 고향이라는 말이겠다. 4시 30분이 넘어 신기마을을 알리는 벅수 이정표를 보면서 날듯이 달리듯이 길을 재촉한다.
일가족으로 보이는 다섯 사람이 앞에서 길을 가기에 인사하고 추월해서 계속 걸었다. 걷고 걷고 또 걷고 하다 보니 운봉의 서림공원 돌장승이 있는 끝 지점에 도착했다. 시각은 5시가 채 되지 않았다. 택시를 불러 인월에서 차를 회수하고 숙소로 달려가니 6시쯤이 되었다. 아내는 한 구간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 정도에 완료한 것을 보고 놀라는 눈치였다. 그러고 보면 나도 아직은 체력이 녹슬지 않은 것인가. 아닐 것이다. 서울로 돌아가면 한 동안 끙끙거릴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어쨌든 이번 기회에 지리산 둘레길 걷기는 일단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