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콩고물 밥

절구공이로 만드는 떡

by 루씨

콩고물을 이용한 요리라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여름철의 콩국수, 콩고물 빙수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나는 콩고물이란 단어를 들으면 곧바로 절구에 치대어 만든 인절미, 비닐봉지에 넣고 뒤섞어 먹던 콩고물 밥이 떠 오른다.


부엌 옆에 세워 둔 절구를 이용한 요리들은 많았겠지만 유독 인절미가 떠 오른다. 그 이유는 할머니가 절구통에 찹쌀밥을 넣고 치대실 때 재밌어 보여서 한번 해 봤는데, 그 후로 할머니가 인절미를 만드실 때면 세 딸 중 맏이였던 나에게 절구질을 시키셨기 때문이다.


치는 떡 인절미 만들기(찹쌀밥을 한 후 절구에 치대서 떡 덩어리를 만든 후 넓게 펴서 콩고물을 충분히 뿌리고 자른다)


절굿공이를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가 하는 절구질은 처음엔 신이 났다. 쿵더쿵~쿵 쿵더쿵. 그러나 곧 치대어진 찹쌀 덩이가 아주 쫀득하게 절구공이에 달라붙어 어린 나는 온 힘을 다해 들어 올려야 했다. 끝 부분이 바닥의 찹쌀 덩이에 닿으면 절구 공이를 왼쪽 오른쪽 흔들어 준 후 떼면 좀 나았다.


이는 모두 스스로 터득하게 된 것이었다. 여덟 식구 집안 일로 할머니는 매일 바쁘셨으니 우리의 간식인 인절미를 먹기 위해서는 우리들이 도와 드려야 했다. 오빠는 요리 부분에서 할머니의 전통적 가치관에 의해 제외되었지만 여동생들은 좀 더 자랐을 때, 나보다 뭐든 더 열심히 할머니를 도와 드렸다. 힘들여 일한 후 치대어진 찹쌀떡을 콩고물을 두른 도마 위에 넓게 펼치고 그 위에 다시 달고 짭짤한 콩고물을 뿌린다. 그리고 잘라서 먹었는데, 그 맛이 고소해서 고생한 것도 다 잊고 시시덕거렸다.


누군가 콩고물 밥은 듣기만 해도 목이 막히려 한다고 말한다. 한국인의 식습관은 습식, 즉 국물이 있는 요리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찹쌀을 이용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금 더 찰지고 쫀득한 맛을 더 해서 고물의 마른 느낌이 줄어든다. 할머니는 봉지에 밥과 콩고물을 넣어 흔드신 후 손으로 꾹꾹 눌러 주먹밥을 만들어 주셨다.


그냥 맵쌀 밥이었고, 김치와 찬물과 함께 먹었지만 콩고물이 어찌나 고소했던지 마냥 맛있게 먹었다. 기억이 왜곡되었을 수도 있겠지 싶다. 그러나 시골이라서 아직 사탕의 단 맛을 경험하지 못했고, 직접 재배한 콩을 바로 볶아 만든 가루였으니, 신선하고 고소한 맛이 오늘날 상품으로 나오는 것들과는 사뭇 달랐다고 생각된다.

콩고물(메주콩을 볶아 가루를 낸 것)


오늘은 할머니의 콩고물 밥 레시피를 생각하며 도시락을 싸 왔다. 콩고물은 경기도 파주시에서 생산된 우리 콩으로 인터넷으로 구매한 것인데, 쓴맛 없이 고소하다. 간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추거나 김에 싸서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소금은 소화를 돕는다.


콩고물 밥을 아예 싱겁게 전혀 간을 하지 않으면 정말 목에서 막히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우유와 콩가루는 궁합이 잘 맞는 음식 같다. 고소함을 상승시키면서 흡수에도 도움을 준다. 그러나 한국인 중 우유가 잘 맞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하며, 콩고물 또한 많이 먹으면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콩고물 밥(봉지에 밥과 콩고물 넣어 흔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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