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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Aug 31. 2020

할머니와 나와 절구

콩고물로 만든 요리

콩고물을 이용한 요리라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여름철의 별미 콩국수,  콩고물 빙수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나는 콩고물이란 단어를 들으면 곧바로 절구에 치대어 만든 인절미, 비닐봉지에 넣고 뒤섞어 먹던 콩고물 밥이 떠 오른다. 부엌 옆에 세워 둔 절구를 이용한 요리들은 많았겠지만 유독 인절미가 떠 오른다. 그 이유는 할머니가 절구통에 찹쌀밥을 넣고 치대실 때 재밌어 보여서 한번 해 봤는데, 그 후로 할머니가 인절미를 만드실 때면 세 딸 중 맏이였던 나에게 절구질을 시키셨기 때문이다.


치는 떡 인절미 만들기(찹쌀밥을 한 후 절구에 치대서 떡 덩어리를 만든 후 넓게 펴서 콩고물을 충분히 뿌리고 자른다)

절굿공이를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가 하는 절구질은 처음엔 신이 났다. 쿵더쿵~쿵 더쿵. 그러나 곧 치대어진 찹쌀 덩이가 아주 쫀득하게 절 굿공이에 달라붙어 어린 나는 온 힘을 다해 들어 올려야 했다. 끝 부분이 바닥의 찹쌀 덩이에 닿으면 절굿 공이를 왼쪽 오른쪽 흔들어 준 후 떼면 좀 나았다.


이는 모두 스스로 터득하게 된 것이었다. 여덟 식구 집안 일로 할머니는 매일 바쁘셨으니 우리의 간식인 인절미를 먹기 위해서는 우리들이 도와 드려야 했다. 오빠는 요리 부분에서 할머니의 전통적 가치관에 의해 제외되었지만 여동생들은 좀 더 자랐을 때, 나보다 뭐든 더 열심히 할머니를 도와 드렸다. 힘들여 일 한 후 치대어진 찹쌀떡을 콩고물을 두른 도마 위에 넓게 펼치고 그 위에 다시 달고 짭짤한 콩고물을 뿌린다. 그리고 잘라서 먹었는데, 그 맛이 고소해서 고생한 것도 다 잊고 희희거렸다.


누군가 콩고물 밥은 듣기만 해도 목이 막히려 한다고 말한다. 한국인의 식습관은 습식, 즉 국물이 있는 요리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찹쌀을 이용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금 더 찰지고 쫀득한 맛을 더 해서 고물의 마른 느낌이 줄어든다. 할머니는 봉지에 밥과 콩고물을 넣어 흔드신 후 손으로 꾹꾹 눌러 주먹밥을 만들어 주셨다.


그냥 맵쌀 밥이었고, 김치와 찬물과 함께 먹었지만 콩고물이 어찌나 고소했던지 마냥 맛있게 먹었다. 기억이 왜곡되었을 수도 있겠지 싶다. 그러나 시골이라서 아직 사탕의 단 맛을 경험하지 못했고, 직접 재배한 콩을 바로 볶아 만든 가루였으니, 신선하고 고소한 맛이 오늘날 상품으로 나오는 것들과는 사뭇 달랐다고 생각된다.

콩고물(메주콩을 볶아 가루를 낸 것)


오늘은 할머니의 콩고물 밥 레시피를 생각하며 도시락을 싸 왔다. 콩고물은 경기도 파주시에서 생산된 우리 콩으로 인터넷으로 구매한 것인데, 쓴맛 없이 고소하다. 간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추거나 김에 싸서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소금은 소화를 돕는다.


콩고물 밥을 아예 싱겁게 전혀 간을 하지 않으면 정말 목에서 막히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우유와 콩가루는 궁합이 잘 맞는 음식 같다. 고소함을 상승시키면서 흡수에도 도움을 준다. 그러나 한국인 중 우유가 잘 맞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하며, 콩고물 또한 많이 먹으면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콩고물 밥(봉지에 밥과 콩고물 넣어 흔들기)


삼겹살 구이 집에 가면 콩고물 가루를 곁들이 소스에 주는 집들이 많다. 콩가루가 콜레스테롤을 낮춰 준다고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고소함이 배가 되기 때문이라 여긴다. 하지만 뭐든 자신의 체질에 맞아야 한다. 콩이 찬 음식이라 한다. 자신과 잘 맞으면서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지 생각한다. 그래도 가끔 조금은 배가 부글거릴지도 모를 각오로 콩국수를 먹기도 하니, 나는 참 음식 바보다.

도시락(콩고물 김밥 + 우유 + 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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