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과 시루떡
추수 후 볏짚을 집으로 가져온 후에는 여러 가지 용도로 이용된다. 우선 산만큼 마당에 높이 쌓아 놓는다. 그러면 맨 아래 공간에 구멍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곳은 우리들의 숨바꼭질 장소이자 강아지도 쉬는 곳이다.
쌓아 놓은 지푸라기는 소의 여물로도 쓰이고, 초가지붕을 엮는 용도로도 쓰이며, 다양한 공예품을 만들거나 아궁이 불 쏘시개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헛청에는 가지런하지 않은 땔감용 지푸라기들을 모아 놓았다. 우리 집 닭은 그 헛청의 높은 구석에 알을 낳았다. 닭이 몰래 들어갔다 나오는 시간에 나도 몰래 따라갔다가 기어 올라가서 달걀을 가져왔다. 따뜻한 달걀을 위와 아래에 구멍을 내서 입에 대고 쪼르륵 빨아먹으면 구수하고 맛있었다. 막 낳은 알은 신선해서 비린맛이 전혀 나지 않았다.
수시로 헛청의 땔감을 빼서 아궁이의 군불을 지피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할머니 옆에 앉아서 나도 풀무질을 해 봤다. 도정 후 모은 벼 껍질을 아궁이에 넣고 불을 지피기 위해 열심히 풀무를 돌리면 바람이 나와서 벼 껍질 불씨에 불이 붙었다. 막상 벼 껍질에 불이 붙으면 그 여파로 지푸라기나 나무의 불이 활활 타올랐다.
할머니는 아궁이에 불을 지펴 가마솥 시루떡을 하실 때마다 밀가루 반죽을 만드셨다. 가마솥에 물을 붓고 시루(찜솥)와 솥 사이를 반죽으로 메워서 뜨거운 증기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맨 위를 흰 천으로 덮어준다. 맨 위가 맨 아래가 된다. 그 때문에 맨 처음 시루 바닥 부분의 쌀가루와 팥이나 여타의 고물을 예쁘게 잘 뿌려 주어야 한다. 켜켜이 고물 한 겹, 쌀가루 한 겹씩 뿌려 올라와서 맨 위까지 올라오게 되는 것이다.
모두 다 뿌린 후 가늘고 긴 젓가락 등으로 군데군데 찔러주면 골고루 잘 익는다. 멥쌀이나 찹쌀은 취향에 따라 다르다. 또한 떡에 뿌리거나 섞는 재료에 따라 시루떡의 이름이 조금씩 다르다. 콩시루 떡, 깨 시루떡, 녹두 시루떡 등등......
할머니가 만드신 여러 시루떡 중 팥 시루떡을 제일 맛있었다. 여기에 늙은 호박 말린 호박고지를 섞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맛있는 호박 팥 시루떡이 된다.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풀무질을 할 때는 맛있는 떡이 익는 냄새로 행복했다.
* 헛청(허청)은 헛간의 집채, 즉 지푸라기 같은 것들을 놓는 장소로 문이 달려있지 않은 창고다. * 짚 중에 제법 탄탄한 것들은 새끼를 꼬아 초가지붕을 엮기도 했다. 아버지는 실제로 집을 몇 번 지으셨다. 초가집, 기와집, 시멘트 집이다. 그리하여 초가집의 기억이 단말마로 남아있다. 그중 아버지가 짚을 엮어 지붕을 만드시던 장면이 맴돈다. 작은 새끼를 꼰 후 이를 이용한 공예품도 많았다. 할머니께서는 바구니를 몇 개 만들어 집안에서 사용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