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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Feb 05. 2021

10월, 추수와 국화전

벼의 탈곡에서 쌀알이 되는 과정

무르익은 벼는 탈곡 후 도정과정을 거친다. 이제 볏짚에 얽힌 일화 그리고 10월 음식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먼저 지난 글을 잠시 소환한다.

https://brunch.co.kr/@campo/191


가을에 힘들게 참새를 쫓다 보면 논에서는 이제 추수가 시작된다. 추수 후 탈곡이 끝나면 남은 이삭을 줍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지푸라기를 모아 여러 가지에 쓸 요량으로 짚단을 만들어 집으로 가져가게 된다. 그러면 논에는 사람들이 못 다 가져간 이삭을 먹기 위해 새들이 모여든다.



 탈곡에서 벼 짚단 옮기기의 과정


탈곡


최근에는 자동 탈곡기를 이용해서 벼와 짚이 차곡히 분리된다. 하지만 과거의 탈곡기는 그게 아니었다. 사람이 손으로 한 묶음 잡아 쇠로 볼록볼록 만들어진 곳에 대고 발로 직접 동력을 얻었다. 발 구르기를 이용한  재봉틀을 생각하면 아날로그적 동력장치를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이후 경운기에 연결해 경운기 모터의 동력을 이용하게 되었으며 그다음 전자동 시스템이 도입되기에 이른다. 모심기도 기계를 이용해서 하니 과거에 비해 농사짓는 작업이  훨씬 수월해진 면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사라진 아날로그 탈곡기


쌀의 탄생

(백미와 현미)


탈곡을 마친 다음에는 방앗간에서 도정작업을 거쳐 쌀알이 탄생된다. 도정과정까지 마친 것을 백미라 한다. 하얀 쌀이다.


백미와 현미의 차이는 도정에 있다.


쌀의 도정과정에서 쌀눈과 속껍질이 떨어져 나가는데 그 속껍질이 쌀겨다. 방앗간에서 쌀겨를 얻어 얼굴 마시지 하는 것으로 사용했다. 피부 미용에 그만이다.


현미는 벼의 왕겨를 벗겨낸 상태로 도정되지 않은 쌀이다. 씨의 형태이기 때문에 재배하면 싹도 나온다고 한다.  현미는 도정을 하지 않아서 다소 거친 면이 있으나 백미에 비해 쌀겨에 해당하는 부분과 쌀알의 눈이 제거되지 않아 비타민이나 식이섬유가 많다. 쌀알의 눈이라 불리는 지점에는 티아민(비타민 B1)이 많다. 비타민 B군은 탄수화물 신진대사에 도움을 준다. 따라서 현미는 영양이 더 풍부하면서 탄수화물은 상대적으로 낮으며 콜레스테롤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다만 쌀겨에는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는 성분이 있다고 한다. 이를 비타민 C와 함께 섭취하면 모두 다 상승효과가 있다니 식단을 차릴 때 생각해 볼 일이다. (이 부분에 관해서 저명한 의사 선생님의 영상을 아래쪽에 링크한다.)


 근래에는 쌀눈만 판매되기도 하니 옛 어르신들이 안다면 놀랄 것 같다. 흔히 미강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쌀의 눈 그림


과거에는 뽀얀 쌀밥이 부의 상징이었다. 아이의 첫 생일인 돌 상위에 흰쌀을 올리는 이유다. 요즈음 돌상에는 과거 전통방식을 따르지 않는 상차림이 많다고 한다. 과거에는 아이가 쌀을 집으면 "나중에 부자 되겠다."라고 하셨다.


나의 부모님 세대만 해도 거칠지 않고 매끄러운 흰쌀밥을 선호했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한 요즘 우리는 오히려 식품 과잉섭취와 비만 또는 성인병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현미와 잡곡을 넣어서 밥을 짓게 된다. 그래도 햅쌀이 나오는 9월만큼은 시골에서 가져온 햅쌀로만 뽀얗게 밥을 짓는다.


쌀뜨물이란 쌀을 씻은 물이다. 예전에는 이를 버리지 않고 된장국이나 여타 국의 베이스로 사용했다. 하지만 나의 경우 근래에는 농약 잔류량이 의심스러워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삭 줍기


어린날에 우리 형제자매들은 모두 이삭 줍기를 했다. 그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힘이 드는 법이다. 그래도 제법 이삭을 주워 모으면 뿌듯했다. 후일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이라는 명화를 접했다. 벼농사를 하는 곳이라면 세계 어느 곳이든 비슷한 풍경이구나 생각했다.


벼농사를 위해서는 다산이 중요함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조막만 한 손이라 할지라도 쓰임새가 있었으니 말이다. 최근에는 유치원에서 이삭 줍기 체험을 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격세지감이다. 체험을 하다니......


벼 짚단 옮기기


어느 날부터 추수가 끝난 논의 들녘을 보면 흰 덩어리들이 보인다. 그게 뭔지 알아보니 탈곡이 끝난 후 벼 짚단을 넣어 놓는 것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이들 벼 짚단을 한 곳에 모은 후 잘 말린다. 그 후 대부분 집으로 옮겨오는 경우가 많았다. 벼 짚단 나르기는 하나의 큰 일이었다. 아버지께서 경운기를 이용해 벼 짚단을 나르실 때, 나는 짚단의 맨 위에 앉아서 하늘을 보면서 흥얼거렸다. 가을이면 가끔 짚단 위에 앉아 하늘을 보던 그 한 장면이 고정된 스크린처럼 떠 오른다.


아빠와 나



10월의 음식 이야기


절식 


9월 9일은 중구 일로 국화전과 국화주가 대표적인 절식이라고 한다.


국화, 소나무 잎, 이런 것들은 향이 매우 강하다. 국화차 중에서 특히 감국차를 만들어 보았다. 감국은 들국화 중에서 가장 조그맣고 노란 꽃이다. 농막에 감국이 있어 만들었는데 색이 참 예쁘고 향이 진했다. 다른 이들은 예쁘고 맛도 그윽하다고 했다.


나는 국화나 솔잎은 차나 술 모두 좋아하지 않는다. 떡의 경우, 국화 전이나 솔잎을 넣은 떡은 맛있게 먹는데 이상한 일이다. 단일 재료로 만든 것은 향이 너무 강해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만들어 놓은 국화차나 국화주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일단 국화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더불어 친구나 지인과 함께 하는 한잔의 차와 술을 즐기는 일은 우리의 일상을 행복으로 이끈다. 국화전은 찹쌀가루를 익반죽 하여 동글 납작하게 빚고 위에 국화꽃을 얹어 기름을 둘러 지진 떡이다. 국화 차는 주로 감국으로 만든다. 감국은 들국화의 일종으로 노랗고 조그만 꽃이다. 향이 아주 진하여 말려도 그 향이 오래간다. 덕거나 찐 후 말리는 방식으로 이용된다.


이외에도 빨간 사과인 홍옥, 이제 막 여문 풋대추, 그리고 고등어가 10월 제철음식에 해당된다. 이들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기로 한다.


국화전과 국화차



벼를 내어 준 줄기 부분을 모은 것을 볏짚이라 한다. 과거에는 볏짚의 쓰임새가 다양했다. 오늘날에도 볏짚은 공예품 또는 인테리어 소품 및 원예에서 보온용으로 이용되어 판매되고 있다.


볏짚을 집으로 가져온 후에는 여러 가지 용도로 이용된다. 우선 창고에 가득 쌓아 놓는다.   소의 여물로도 쓰이고, 초가지붕을 엮는 용도로도 쓰이며, 다양한 공예품을 만들거나  아궁이  쏘시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다음 편에서는 11 음식과 집으로  후의 볏짚에 얽힌 이야기가 계속된다.

<계속>























참고 링크


1) 쌀의 영양성분(생로병사)

https://youtu.be/gr5mkuPvHTg

2) 현미 섭취 방법(의사 선생님의 재밌는 강의)

https://www.youtube.com/watch?v=WMca-yUpCbM


3) 국화전에 대하여

http://www.culturecontent.com/content/contentView.do?search_div=CP_THE&search_div_id=CP_THE005&cp_code=cp1008&index_id=cp10080088&content_id=cp100800880001&prin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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