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 후 논
농사일은 조막만 한 손이라 할지라도 쓰임새가 있었다. 우리 형제자매들은 모두 이삭 줍기를 했다. 그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벼 짚단 나르기는 하나의 큰 일이었다. 벼를 내어 준 줄기 부분을 모은 것을 볏짚이라 한다. 추수 후 이삭 줍기까지 끝난 논에서 벼 짚단을 집으로 가져왔다.
아버지께서 경운기를 이용해 벼 짚단을 나르실 때, 나는 짚단의 맨 위에 앉아서 하늘을 보면서 흥얼거렸다. 그때 나는 참 행복했던 것 같다. 아버지가 경운기를 몰고 계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높은 곳이 무섭지도 않았다. 가을이면 가끔 짚단 위에 앉아 하늘을 보던 그 한 장면이 고정된 스크린처럼 떠 오른다.
어느 날부터 추수가 끝난 논의 들녘을 보면 흰 덩어리들이 보인다. 그게 뭔지 알아보니 탈곡이 끝난 후 벼 짚단을 넣어 놓는 것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이들 벼 짚단을 한 곳에 모은 후 잘 말린다. 그 후 대부분 집으로 옮겨오는 경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