볏짚 위 새처럼 앉아

추수 후 논

by 루씨

농사일은 조막만 한 손이라 할지라도 쓰임새가 있었다. 우리 형제자매들은 모두 이삭 줍기를 했다. 그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힘이 드는 법이다. 주운 이삭도 쌀로 도정했는지 몰라도 이삭을 잘 주우면 칭찬받아 뿌듯했다. 후일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이라는 그림을 접했다. 벼농사를 하는 곳이라면 세계 어느 곳이든 비슷한 풍경이구나 생각했다.


벼 짚단 나르기는 하나의 큰 일이었다. 벼를 내어 준 줄기 부분을 모은 것을 볏짚이라 한다. 추수 후 이삭 줍기까지 끝난 논에서 벼 짚단을 집으로 가져왔다.


아버지께서 경운기를 이용해 벼 짚단을 나르실 때, 나는 짚단의 맨 위에 앉아서 하늘을 보면서 흥얼거렸다. 그때 나는 참 행복했던 것 같다. 아버지가 경운기를 몰고 계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높은 곳이 무섭지도 않았다. 가을이면 가끔 짚단 위에 앉아 하늘을 보던 그 한 장면이 고정된 스크린처럼 떠 오른다.

아빠와 나
사라진 아날로그 탈곡기
쌀의 눈 그림




어느 날부터 추수가 끝난 논의 들녘을 보면 흰 덩어리들이 보인다. 그게 뭔지 알아보니 탈곡이 끝난 후 벼 짚단을 넣어 놓는 것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이들 벼 짚단을 한 곳에 모은 후 잘 말린다. 그 후 대부분 집으로 옮겨오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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