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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Jan 14. 2021

6월- 쑥개떡 먹으며 학교 가다 만난 아기새

철새와 우렁이의 소곤거림

6월의 논은 이야기 샘이다. 우렁이 뱃속의 알을 품은 채 먹이를 찾아 느린 행보를 하고, 우뚝 솟은 벼 잎들 사이로 숨바꼭질하는 뜸부기가 있다. 논두렁과 밭두렁을 타고 지천에 쑥이 자란다.


5월의  이야기를 잠시 소환한다.

https://brunch.co.kr/@campo/159


6월의 


양력 6월은 음력 5월에 해당한다. 단오는 음력 5 5일로 초여름을 의미한다. 절식으로 수리취떡이 있다. 수레바퀴 모양으로 찍어낸 쑥절편이다. 절편은 치는 떡을 말한다. 쑥을 맵쌀과 소금 조금, 그리고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섞어서 매우 치댄다. 치댄  동글 납작하게 빚어   떡을 우리는 쑥개떡이라 했다.


쑥은 영미권으로 본다면 허브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쑥밭이네

라는 표현이 나온 데는 이유가 있다. 쑥이 한번 자리를 잡으면 뿌리가 잡초만큼 생명력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것들이 자랄 수가 없다. 6월이면 쑥은 키가 한 뼘이 넘게 된다. 쑥은 어린것으로부터 자란 것까지 모두 인간에게 유용하다. 다 자라서 식용을 할 수 없는 상태의 것을 이용해 한방약재로도 쓰이며 찜질 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처음 나온 어린 쑥은 애탕국을 끓이고 조금 자라면 쑥 버무리나 쑥국을 해 먹는다. 아주 많이 더 자라게 되면 낫으로 한 움큼씩 베어 쑥떡을 했다. 너무 자라 국을 끓일 수 없는 상태의 쑥으로 만든 절편이다.

나는 할머니가 해 주신 쫀득한 쑥개떡을 입에 물고 아침에 등교를 했다.


초등학교(국민학교) 어느 한때, 우리 어린이들은 당시 정부의 000 운동의 영향으로 여러 마을의 아이들이 아침 일찍 함께 모여 학교에 등교했다. 하교는 제각각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아이들은 정말 순진하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맨 앞의 아이가 깃발을 들고 줄을 맞춰서 학교에 갔다. 나는 주로 뒤에 따라갔다. 혹시라도 뱀 같은 것이 나올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 당시 논두렁에는 실뱀이 많았다. 그런 이유로 그때는 언니 오빠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가는 등굣길이 좋았다.


논두렁을 따라 함께 등교하던  행보를 그리 길게 하지는 않았다. 짧은 기간이었는데 강하게 남아있다. 그것이 좋고 나쁜 것을 이제와 논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그저 우리 나름으로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6월도 그렇게 걷고 있었다. 그런데 논두렁 사이에 아기새들이 보였다. 우리들은 그런 아기새를 논병아리라 불렀다.

줄이고 뭐고 우리들은 모두  논병아리를 잡기 위해 나섰다. 어린아이의 눈에도 아기새는 귀여움  자체였다. 어떤 친구가  마리를 붙잡았고 나머지는 모두 놓쳤다. 아기새는 마치 병아리같이 어린 우리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아도 될 정도로 조그맣고 앙증맞았다. 나는 그때 어찌나  아이가 부러웠는지 모른다.  아이가  새를 어떻게 했는지는  수가 없다.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우리들의 행동이 그 새의 가족에게 어떤 파장을 끼치는지  생각할 능력이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속한 것이 아니니 도둑질이 아니라 여겼고, 그저 눈앞의 예쁜 것을 주워 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아기새를 가진 그 아이는 어깨가 위로 솟고 고개는 우쭐해서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 후로 걸어서 등 하교를 할 때면 벼들 사이를 눈으로 샅샅이 훑으면서 다녔다. 그러나 운이 없던 내게는 단 한차례도 보이지 않았다. 그 새는 바로 노래 "뜸~북 뜸~북 뜸~북새"에 나오는 뜸부기였음을 후에 알게 되었다. 엄마 뜸부기와 아기새 들이었다. 불쌍한 뜸부기가 내 눈에 띄지 않아서 나에게 나쁜 업보를 남기지 않아 다행이다.

뜸부기 / 수컷




우렁은 논에 엄청나게 많아서 어른들이 잡아서 국을 끓여 먹기도 했다. 나는 무슨 맛인지 별로 맛을 몰랐다. 당시에 내가 우렁을 잡고 놀 일은 없었다. 개울에는 가재와 송사리들이 넘쳤기 때문이다. 흙탕물 논에서 굳이 우렁이들과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우렁이 껍데기만 둥둥 떠 다녔다. 아기 우렁이들은 많이 보였다. 그때는 별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 알게 된 우렁이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우렁은 알을 몸안에서 키우고 알들은 엄마 살을 파 먹으며 자란다고 한다. 결국 아기 우렁이들이 다 자라면 그 아기 우렁이들을 모두 세상에 내놓고 엄마 우렁은 죽는다. 그러니까 그때 둥둥 떠 다닌 빈 껍질은 엄마 우렁이었다.

바로 이 우렁이는 토종 한국 우렁이다. 토종 한국 엄마들의 모습과 맞닿는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우리나라 토종 우렁이는 우리의 엄마들 같다.


전북 임실과 그 밖의 친환경 농장에서는 논에 우렁이들을 풀어둔다. 우렁은 잡초(피와 같은 것들)나 벼농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작은 생물을 잡아먹는다. 예전에 임실로 치즈 공장 견학을 갔다. 논에 우렁이 참 많았다.


그런데 그 우렁을 두고 환경단체와 농가의 마찰이 있었다고 한다. 이유인즉 우렁이 재래 우렁이 아니라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때 우렁들은 초기 친환경 농법을 위해 수입된 우렁이었다. 그들은 알을 벼 줄기에 낳는다. 우리 토종처럼 자기 몸속에서 키우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수입 우렁이 번식력도 강하고 식탐이 강하여 벼농사에도 피해를 주기도 하며 생명력이 무진장 강하다는 데 있다. (요즈음 친환경 농가는 어떤 상태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를 하기로 한다)




토종 우렁은 수입산에 비해 개체수가 적다. 출산과 양육의 고통이 더 크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몸속에서 자신의 몸을 먹이로 주면서 키워야 하기 때문에 한정적인 알을 품을 수밖에 없는 듯하다.


이 모습은 우리 한국의 출산율을 생각하게 한다. 낳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양육이 어렵기 때문에 오늘도 결혼하는 한국의 커플들이 고민을 한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은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젊은 엄마들은 토종 우렁이들같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 나아졌으니 더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을 가진다. 아래 링크들을 보면 뜸부기와 논 습지에 대한 기사들을 더 자세히 접할 수 있다.



수입 왕 우렁들은 먹이사슬을 교란시킨다. 특히 문제가 되었던 것은 농가에 사용한 이 우렁을 일반 개울에 방사를 시켰을 때 일어났다. 다른 개체들을 먹어치웠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황소개구리 현상과 유사하다.


요즘 철새를 위한 생태 친환경 논습지를 일군다는 기사를 접했다. 습지가 적어지니 철새들이 논습지를 찾게 되고 애써 지은 농사를 망치기 때문에 아예 따로 그들의 공간을 마련해 준다는 취지이다. 어쩐지 어느 날부터 벼들 사이로 철새들이 많이 보였다. 어린날 내가 그렇게 찾던 아기새가 이제는 너무 많아서 농가에서 울상이 된 것이다.


그런 철새들 중 뜸부기는 거의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말썽꾸러기 철새들만 주로 나다니다 보다. 아니다 인간이 습지를 없앴기 때문에 철새들이 습지를 찾아서 논까지 온 것이니 인간 탓이다. 저어새와 뜸부기는 이제 보호 새가 되었다. 논에서 벼농사에 해가 되는 해충을 먹었던 그들은 화학 비료와 농약의 살포로 인해 어느 날부터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한다.


아, 어린날 뜸부기. 귀엽던 아기새가 멸종위기라니 마음이 아프다.



나의 이야기는 다시 어릴 적 논으로 돌아간다.


아기 우렁이들이 논습지에서 신나게 돌아다니고, 아기 뜸부기가 훌쩍 자라면 한여름이 되어 매미가 울어댄다. 그리고 7,8월 여름 비가 쏟아지면 논은 개구리와 맹꽁이의 합창대회가 열리는 무대가 된다. 어느 팀이 더 센지 내기를 하는 것 같다.

 <계속>



순창에서 지인의 부모님께서 방앗간을 하신다. 깨끗한 곳에서 직접 채취한 쑥으로 만든 쑥 절편을 판매하시는데, 놀러 왔다고 많이도 싸 주셨다. 지난 여름에 얻어 온 것이다.



https://youtu.be/jF7PBUiN9Ec


https://images.app.goo.gl/8xqsLSKy2GzFGsK9A

http://kfem.or.kr/?p=146237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5111523371954


https://images.app.goo.gl/cY2vMsw6vWvvK9bq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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