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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Jul 13. 2024

내가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

캐나다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작년에 레슨을 시작으로 나는 정식으로 골프에 입문하게 되었다. 작가 소개에도 있듯이 나는 은퇴 후 티칭 프로가 되는 소. 박. 한 꿈을 꾸었었었었다. 하지만 골프를 치면 칠수록 작가 소개에 있는 티칭 프로는 삭제해야 한다는 확신이 든다. 쉬운 게 없다지만 순간의 스윙 속에 놀랍고 섬세한 과학이 숨어있는 스포츠, 그래서 나는 명랑 골프로 전환하고자 한다. 


비록 백돌이 수준이지만 나는 골프가 좋다. 


1. 남편과 함께 할 수 있어 좋다. 

함께 산을 오르내리며 영원히 끈끈할 줄 았았던 쓰리 시스터즈그룹이 깨졌다. 그 후 관계에서 상처받고 실망한 나를 위해 남편은 주말이면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 주었다. 매주말 아침 (여름이 짧아 6-9월 딱 4개월), 팀홀튼 커피 한잔씩 들고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남편과 공을 때리는 데이트를 한다. 서로에대한 조언은 상대가 물어볼 때만 한다. 지적질은 누구에게나 기분 나쁘기 때문이다. 필드에 나가 파릇파릇한 잔디를 밟으며, 숲속/풀숲/pond로 날아가버린 서로의 공을 찾아주며 우리는 부부애와 서로를 향한 의리를 확인한다. 작년에 남편과 함께 골프레슨을 시작하며 쓴 브런치 글(내 나이가 어때서)이 있다.     


2.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좋다. 

우리는 부부가 함께 치기 때문에 우리의 골프 파트너도 부부 동반이다. 주로 옆집 언니네 부부, 그리고 내 친구 부부와 함께 필드에 나간다. 옆집 언니네와 칠 때는 보통 티타임이 토요일 아침 7시다. 회사 다니는 주중보다 더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나가야 하지만 전혀 힘들지 않다. 언니네는 항상 4명의 모닝밀/커피/간식을 빵빵하게 준비해 오신다. 며칠 전 저녁에 콩국수 재료와 골프볼 마커를 들고 오셨다. 골프볼 마커가 없어 동전을 놓는 걸 보고 아저씨가 언니 거와 내 거 두 개를 온라인 주문하셨다고... 

내 친구 부부는 리액션이 너무 좋다. 드라이버 샷이 가끔 잘 맞아 "띠잉~" 소리를 내고 슈욱 날아갈 때면 "갈기라우~"라고 오빠는 외치고 내 친구는 오빠와 둘이서 인민군 박수를 신나게 쳐준다. 지난주에는 어쩌다 잘 맞은 드라이버샷을 내가 치자 "깔끄음하구마잉~" 내 고향 사투리로 칭찬을 해 주셨다. (참고로 나는 광주, 내 친구는 담양, 오빠는 함평이다. 내 남편은? 삼천포로 빠졌다. 맞다. 삼천포다). 우리의 공이 궤도를 벗어나 어딘가로 사라지면 오빠는 항상 그곳으로 걸어가 꼭 공을 찾아내고야 만다. 공은 끝까지 찾아주지만 내 친구와 둘이서 얼마나 서로를 갈구는지 둘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면 ㅋㅋㅋㅋ 웃음이 나온다. 18홀을 도는 4시간 내내 깔깔깔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3. 손맛이 좋다. 어쩌다 가끔씩.... 

아직 백돌이 수준으로 명랑 골프를 치는 수준이지만 가끔 정타를 때려 샷이 직선으로 멀리 나갈 때는 스트레스가 화악 풀린다. 이게 골프 치는 맛이지~ 그런 순간들이 참 좋다. 


그래서 나는 내일 남편과 드라이빙 레인지에 가서 폼을 다듬고, 일요일 아침엔 옆집 언니네와 45분 거리에 있는 필드로 나간다. 티오프가 7시 17분이니 한차에 골프백 4개 싣고, 6시쯤 출발해야 한다. 이번 한 주, 오지게 더웠다. 더운 날씨에 돈 벌러 다닌다고 수고한 나, 남편, 옆집 언니, 옆집 아저씨, 우리 좋은 시간 보내자고요. 


토욜 아침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각자 열심히 볼을 때린 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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