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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샘 Oct 15. 2022

젓가락 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비교

 옆 반과 비교하는 아이들

 “선생님 옆 반 선생님은 아이돌 뮤직비디오도 잘 틀어주시는데, 우리 반도 아이돌 노래 같이 들으면 안 돼요?”

소진이가 교실에서 가요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옆 반 선생님은 자기가 좋아하는 가요를 잘 틀어주는데, 우리 반 선생님은 맨날 동요만 틀어주니까 불만이 쌓인 것 같다. 나 역시도 아이들이 가요를 좋아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소진이의 주장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근데 곱씹을수록 소진이의 말이 귀에 거슬렸다. 옆 반 선생님과 나를 비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옆 반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딴짓도 안 하고 집중도 잘한다는데, 너희도 수업 시간에 집중 좀 잘해봐. 선생님이 너희에게 이렇게 말한 적 있니? 다른 반하고 비교하면 선생님도 기분 나빠. 옆 반 선생님은 선생님의 주관대로 학급을 운영하시는 거고, 선생님은 선생님 방식대로 운영하는 거니까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만두가게 아저씨의 비교

 순간 교실에 정적이 흘렀다. 그때, 얼마 전에 마트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아내와 다솜이와 함께 근처 마트로 장을 보러 갔다. 마트 한 편에서 나이가 지긋하신 부부가 만두를 팔고 계셨다. 아내와 나 모두 만두를 좋아하기에, 만두 가게로 바로 가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지난번에 있었던 기분 나쁜 일이 떠올라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머뭇거렸다. 내 마음을 알리 없는 아내가, 바로 만두 가게로 발걸음을 향했다. 오늘은 기분 상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아내를 따라갔다. 내 속도 모르는 만두가게 아저씨가 다솜이를 보면서 말했다.

“아이가 몇 개월 되었어요?”

“23개월 되었어요.”

“우리 손녀랑 비슷하네. 우리 손녀는 26개월 되었거든요.”

“아, 그러세요?”

지난주에도 똑같이 물었었는데... 아저씨는 우리 가족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아저씨가 더 이상은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내 바람과는 다르게 아저씨가 계속 말을 이었다.

“3개월 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우리 손녀에 비하면 키도 체구도 많이 작네요. 완전 아기네.”

“아 그래요?”

기분이 상했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그냥 한 귀로 흘려버리면 될 일이었다. 지난주에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근데 오늘은 아저씨가 말을 한마디 덧붙였다.

“우리 손녀는 젓가락질도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요. 이거 한 번 보실래요?”

아저씨가 자신의 핸드폰을 우리에게 내보였다. 핸드폰 영상 속에서, 보기에도 체구가 큰 여자 아이가 젓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키도 크고 젓가락질도 잘하고, 얼마나 대견한지 몰라요. 이 아이는 아직 젓가락질 못하죠?”

아저씨의 말을 들을수록 기분이 상했다. 순간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우리 아이는 말을 잘해요.”

갑작스러운 대답에, 아저씨가 당황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우리 손녀는 아직 말은 못 하는데...”

자신 있게 손녀를 자랑하던 아저씨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짠했다. 손녀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그랬을 텐데. 못 들은 척하고 그냥 넘어갈 걸, 괜한 말을 한 것 같아서 마음이 쓰렸다. 아버지 뻘 되는 아저씨에게 그렇게 대꾸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민망해하는 아저씨를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 나이에 젓가락질을 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거죠. 말을 잘하는 아이도 있고, 젓가락질을 잘하는 아이도 있고, 아이들 모두 각자 다 잘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아저씨가 민망했는지 우리에게 내보였던 핸드폰을 얼른 거둬들였다. 그리고는 말했다.

“만두 싸게 드릴게요. 원래 10000원짜리인데, 8천 원만 주세요.”

“아녜요. 원래 만원이면 만원을 받으셔야 죠.”

“아녜요. 8천 원만 받을게요.”     

 비교하는 사람, 어떻게 대처할까

 아저씨가 민망해해서 당황스러운데, 만두까지 할인해 주시니 마음이 복잡했다. 계산을 하고 얼른 발걸음을 돌렸다. 어르신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죄책감이 들어서 스스로를 자책하며 아내에게 말했다.

“조금만 더 참고 있을 걸. 아버지 뻘 되는 분한테 괜한 말을 한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네요.”

 내게 아내가 말했다.

“아녜요. 당신 정말 대처를 잘했어요.”

“당신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아저씨가 본인의 손녀 자랑만 했으면, 얼마든지 대단하다고 맞장구치며, 맞춰 드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자꾸 다솜이랑 비교를 하고, 다솜이를 깎아내리니까 기분이 상해서 그만...”

“맞아요. 저도 다솜이가 비교를 당하니까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근데 막상 아저씨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나니까, 죄책감이 드네요. 아버지 뻘 되는 분한테 너무했나 싶기도 하고요.”

“먼저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한 사람은 그 아저씨였잖아요. 당신은 다솜이도, 아저씨 손녀도 모두 뛰어난 아이라고 말한 것뿐이고요. 정작 미안해야 할 사람은 아저씨인데 왜 당신이 자책을 하고 있어요?”

“당신 말을 듣고 나니까, 그 말도 일리가 있네요.”

“다른 사람을 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는 일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아저씨도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을 거예요. 그분이 매번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식으로 말실수를 하면 본인 장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거고요. 본인이 잘못했다는 걸 깨닫게 되었으니, 당신이 그 아저씨께 도움을 드린 거예요.”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나도 마음을 다치지 않고, 상대방도 마음 상하지 않게 잘 지내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다 보면 갈등은 언제든 생길 수 있어요. 갈등을 피하기보단, 갈등을 잘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겠죠.”

 남과 비교하는 일은 일상 속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학부모 상담을 할 때면, 종종 이런 대화를 주고받곤 한다.

“선생님, 우리 아이 수학 성적 괜찮나요?”

“네. 지난 수학 단원 평가에서 95점을 받았어요. 아이가 수학을 정말 잘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 우리 아이가 반에서 몇 등 정도 하는 거예요?”

 그냥 수학을 잘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서 그들보다 뛰어나야, 정말 잘하는 거란 생각이 드니까. 그래서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과 비교를 하게 된다. 다른 사람보다 잘나야 행복하다면, 그건 온전한 행복이 아닐 것이다.     

 

 동굴 속에서 혼자 살 수 없기에

 나 역시도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싶다. 내가 다른 사람을 비교하는 건 스스로 조심하면 되지만, 남이 나를 비교하는 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상황이 닥치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비교하지 말라고 말하는 연습도 해야겠다. 

 동굴 밖 세상에서 살다 보면 신경 쓸 일도 곤란한 일도 참 많다. 그럴 때마다 동굴이 그리워진다. 동굴 속에서 혼자 살면 상처받지 않고, 혼자서 조용히 살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평생을 이렇게 사람들 속에서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야 하는 것을. 모두가 이렇게 살아야 함을 알기에, 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려 한다. 

 누구나 인정받고 싶다. 자신의 성과를 드러내고, 사람들에게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알리고 싶어 한다.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내가 돋보이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건 문제다. 내가 높아지는 만큼 다른 사람이 낮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함께 행복하려면 비교하는 습관부터 버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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