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나는 출산 후 더 외로워졌다. 임신기에는 회사에 다녔기에 매일 회사 동료와 거래하는 사람들을 대면이나 전화로 만날 수 있었지만, 출산하니 집에 갇혀버린 느낌이었다. 어리디 어린아이와 외출하기 힘드니, 주 양육자인 엄마는 자연히 집안에만 있게 된다. 임신기에는 그렇게 귀찮아했던 재활용 버리기를, 출산 후에는 내가 자처해서 한다. 그렇게라도 나갈 구실을 만들어야 했다. 쓰레기를 버리고 주변을 한바퀴 돌고 나면 그제야 아, 살 것 같다, 는 생각이 들었다. 종일-길게는 일주일 동안 집에서만 있으니 답답하다. 아이를 출산한 직후에는 아기가 너무 어려서 나가질 못했고, 아이가 크자 코로나가 심해져서 나가질 못했다. 한파라고 하는데 집에만 있으니 날씨 변화를 알 수 없다. 어느 때에는 ‘언제 이렇게 추워진 거지?’하는 생각마저 든다. 만삭 때는 한여름이어서 무척 더웠는데 집에만 있다 보니 어느새 겨울이 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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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만 있어서도 그렇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은 고독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종일 말을 못 하는 아기 앞에서 나는 정말 많은 말을 쏟아낸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지금은 말을 하지 않으면 더 어색할 지경이다.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먹이고, 트림시키고, 놀아주고, 재우고 나면 하루가 금방 간다. 그러면서도 틈날 때마다 휴대폰을 본다. 휴대폰으로 쇼핑을 하고, 연락을 나눈다. 아기용품은 왜 이렇게도 살 것이 많은지, 집에만 있으니 필요한 생필품은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일주일에 한 번 장을 보고, 수 번을 아기용품을 사면 정말 바쁘다. 질 좋고 저렴한 제품을 찾기 위해 손품을 팔고 나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휴대폰을 만지고 있다. 하지만 말을 많이 해도 대화는 통하지 않으며, 할 일이 많아도 성취감은 없다. 내가 하는 일이 모두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로 느껴져 성취감이 적다.
대화하고 싶다. 사람과 사람다운 대화를 하고 싶다. 그래서 임신기에는 내가 먼저 친구들에게 연락했지만, 지금은 지쳤다. 먼저 연락을 주는 이들이 고맙다. 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모두 나누고 싶은 걸까?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자주 외로움이 밀려온다. 내가 원해서 한 임신이고 육아인데 가끔 왜 이렇게 힘들고 지치는 걸까?
신기하게도 동시에 나는 외로움을 갈망하며 혼자 있고 싶다. 아이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혼자서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글을 쓰던 그 시간이 그립다. 지금도 아이를 재우고 글을 쓰고 있고,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처럼 고요한데 이상하게도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