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4년, 4계절 3인 가족의 네 번째 가을 이야기
엄마
도쿄의 바다에는 밤이면 빨간 홍등을 달고 유유히 떠다니는 배들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선상에서 음주와 노래를 즐길 수 있는 관광 상품이라고 합니다. 꼭 한 번 타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그날이 왔습니다. 앞자리에서 우리의 다정한 건배샷을 찍어주는 아빠의 얼굴이 발그레해졌습니다. 배 안에서 술이 무제한이라 일본 사케를 끊임없이 마시던 아빠의 얼굴이 홍등처럼 붉어졌습니다. 얼마 후, 저도 속이 좋지 않았습니다. 출렁거리는 배 안에서의 식사가 멀미를 동반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네요.
그래도 바람 부는 갑판에 올라 스카이트리를 배경으로 아들과 찍은 사진이 흐릿하지만 왠지 참 마음에 듭니다.
아들
출발 전, 대기할 때 새빨간 등을 보고있자니, 이건 인스타 각?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빨간 등들을 보면서~ 어라? 등이 아니라 우리 아빠 얼굴이였잖아? 음료수도 많이 마시고 먹을 것도 맘껏 먹고 야경을 즐기는 재밌는 선상투어였습니다. 갑판 위로 올라가 인생샷도 찍고 바람도 쐬고 하니 벌써 내리는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아빠
토요스에서 4년 넘게 살면서 항상 베란다에서만 보이던 그 배를 드디어 가족과 타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미 타본 적이 있어 별로 감흥이 없었지만, 은성이 엄마는 한국으로 가기 전에 꼭 한 번 타보고 싶어했거든요. 이 배는 '야카타부네'라는 배로, 도쿄 앞바다를 2시간 정도 돌면서 음식을 즐기는 관광 상품입니다. 수많은 관광객을 태우고 우리 집 앞을 지나친 그 배를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탄다는 것이 그저 즐겁기보다는, 오히려 이 순간이 그리워질 것 같다는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우리 가족은 4년 넘게 함께한 우리의 시간에 감사를 표하며 건배를 했습니다.
“은성이 엄마, 고생 많았어. 그리고 아들! 낯선 외국 생활 힘들었지? 모두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