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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쏠SOL Apr 23. 2018

열두 살, 처음 떠난 '배낭여행'의 시작

-마음의 소리를 찾아서


내 인생 첫 여행은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네 가족이 함께한 자동차 전국일주. 


정해진 길 없이 중간에 친척을 만나기도 하고 절에서 지갑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그러다 국도 옆에서 라면도 끓여먹으면서 일주일 넘게 여행했다. 고민이라곤 없고, 계획은 아빠에게 다 맡긴 속편한 여행이었지만 그때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 같다. ‘여행 참 재밌다’고.     





스물한 살이 되고 친구와 함께 일본 도쿄로 향했다. 그때 처음으로 여권을 만들었다. 우리집에선 할머니 이후 첫 번째 해외진출자였다. 

여행 하루전날 따끈한 여권을 받아들고, 친구가 계획한 일정에 따라 설렘 반 긴장 반 3박 4일의 시간을 보냈다. 솔직히 이제 와 생각하면, 같이 간 게 아니라 얹혀 간 거였다. ‘우리 안 싸우고 끝나서 다행이다’라며 웃었지만, 위기가 여러 번 있었음을 인정했다. 


 여행 스타일은 많이 달랐지만, 이 여행에서 역설적으로 내 여행 스타일을 배웠다. 하라주쿠나 시부야에서 쇼핑을 하거나 사진을 찍을 때보다, 신주쿠에서 만난 아저씨와 한 시간 동안 얘기한 게 제일 기억에 남으니까. 지금은 고장난 폴라로이드를 사러 돌아다니던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아직도 생생하니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이 스물 둘의 유럽 배낭여행, 5년간의 국내여행을 거쳐 스물일곱 스페인 일주까지 이어졌다. 체류 기간은 점점 길어지고 예산도 그에 따라 커졌지만, 이미 중독이 된 지라 허전한 빈 부분이 계속 눈에 거슬렸다. 이제, 일주일 혹은 몇 주간의 일정으로 짜여진 여행은 여기까지면 되었다고 감이 왔다. 






 ‘머무르고 싶을 때까지’, ‘이제 되었다 싶은 만큼’
 더 늦기 전에 여행하고 싶었다. 


물론 여행에 '늦었다'라는 건 없다. 그러나 이십대 후반엔 뭐가 그리 급했는지, 늘 그리 초조했다.

나라는 사람으로 한 번 태어나,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시간을 일 년 쯤 가져보는 것도 나에 대한 책임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몇 년을 살지 모르지만, 그 중 일 년은 지나고 보면 찰나같지 않을까, 라고 위안삼았다. 

그래, 억압받는 일 없이 충분히 자유롭게 살아왔으나, 그래서 욕심이 아닐까 수백 번 두드려 봤으나 아무리 두드려도 내려놓고 하루 빨리 비행기에 오르라는 답 뿐이었다. 



 


내 삶에 대한 책임과 내 주위에 대한 책임 사이에서 힘겨운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아주 적은 양이지만 손에 잡고 있는 것을 내려두기가 참 오래 걸렸다. 그렇게 이 마음이 잠깐 스치는 방황일지, 확실한 마음일지 돌아보고 확인하는 시간만 일 년이 넘게 걸렸다. 



결국, 최선을 다해 이기적인 결정을 내렸고, 퇴사를 결심함과 동시에 비행기 편도 티켓을 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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