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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Aug 21. 2024

계획과 걱정 사이

[우울한 땐 뇌 과학] 알렉스 코브

“계획 세우기와 걱정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실 차이라고는 내측 전전두피질과 전방대상피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자기 지향적 처리의 ‘양’ 뿐이다”


- 알렉스 코브 [우울할 땐 뇌 과학] –


나는 계획 세우기를 잘 못하는 편이다.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나에게 일종의 스트레스이다. 나는 전형적인 P형이다. 즉흥적이고 임기응변에 강하며 갑자기 닥친 상황에 크게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경우도 있다. 낯선 것이 익숙해지는 과정을 즐긴다. 익숙함 속에서도 낯선 것을 찾으려 한다. 


그래서일까 일상이 익숙해지면 그 익숙함을 자세히 드려다 본다. 그럼 새로운 낯선 세계가 보인다. 이건 마치 익숙한 거시 세계에 머물다가 낯선 미시 세계를 발견하는 것과 같다.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우리는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모순적인 물리이론이 공존하는 곳에 살지만 일상에서는 그저 고전역학의 익숙함만 느끼고 살아가는 것과 같다. 하지만 당신이 양자역학의 낯선 세계를 이해하게 되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바뀌게 된다. 보이는 것만큼 생각하게 된다. 문제는 인간은 눈에 보이는 것에만 이리저리 휩쓸려 다닌다. 


우리가 계획을 세우고 걱정을 하는 것은 모두 이 낯설음이 가져다주는 불안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처하는 우리의 뇌가 반응하는 방식인 것이다. 우리는 전자의 반응을 선호하고 지향하지만 뇌의 입장에서 두 가지의 반응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둘 다 미래에 닥칠 상황에 대한 감정을 미리 가져와서 느끼고 있으며 그 양의 차이에 따른 능동적 혹은 피동적인 반응일 뿐이다. 

익숙한 일상 속에 낯설음


한 동안 ‘불안’을 문학적으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페소아의 [불안의 서]는 감성과 이성을 오고 가면 불안을 360도로 관찰했다면 이 책은 이제 그 불안의 근원인 뇌를 과학적 정신의학적으로 접근해보려 한다. 


문학은 비현실적이고 과학은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은 불안을 과학적 혹은 의학적으로 설명해 주길 바란다. (내 생각으론 사실은 그 반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대중의 요구와 기대에 십분 부응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이성과 감성 사이를 오고 가던 나만의 사유를 잠시 멈추고 대중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불안을 드려다 보려 다시 든 책이었다. 

너무 많은 옵션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많을수록 더 불쾌해진다. 걱정해야 할 게 많아지기 때문이다”

알렉스 코브 [우울할 땐 뇌 과학] 중에서 –


현대 사회는 다양성을 선호하고 존중한다. 다양성이 만들어 내는 역동성이 경제와 사회를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그걸 증명하듯 지금 내가 있는 맥도널드의 키오스크에 보이는 화면에는 다양한 종류의 커피가 나의 뇌에게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준다.


“오늘 아침은 속도 좀 더부룩한데 롱블랙을 마실까? 아냐 왠지 롱블랙은 돈이 아깝단 말이야 그래도 우유랑 당이 좀 있는 걸 먹어줘야 머리가 잘 돌아가니까 모카를 먹을까? 음… 모카는 너무 달아서 말이지 단거 좀 줄여야는데… 그럼 라떼? 라떼는 우유가 너무 진하단 말이야… 그럼 플렛화이트? 아 뭐 마시지?”


이른 새벽 가장 먼저 하는 고민은 너무 다양한 종류의 커피로 인한 것이다. 이 고민은 모두 무엇을 선택하냐에 따른 가까운 미래의 결과를 미리 생각해서 생겨나는 것들이다. 많은 옵션은 많은 미래의 상황들을 떠올려 현재의 나를 그것들에 붙잡아 둔다. 한 가지 옵션 밖에 없다면 우리는 그런 걱정들을 할 수 없다. 


다양한 상품과 다양한 서비스와 다양한 콘텐츠 그리고 다양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

Treveling makes me stay in now (in Candidasa Beach)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고 지금 일어나고 있지 않은 일에는 관심을 끊어라”


- 알렉스 코브 [우울할 땐 뇌 과학] 중에서 -


현재 우리는 이 다양한 옵션들에 대한 접근성이 너무 편리해졌다. 이건 우리가 손에 쥔 스마트 폰 때문이다.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와 콘텐츠 그리고 관계는 이제 1~2초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사고 찾고 보고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 폰이 어쩌면 우리가 현재에 머물기 힘들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수많은 알림과 메시지들은 내가 지금 하고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 머물던 집중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린다. 그렇다고 핸드폰을 안 들고 다닐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쓸 때는 노트북을 책을 읽을 때는 탭북 아니면 종이책으로 읽으려 한다. 지금 글을 쓸 때 핸드폰은 가방 속 혹은 노트북의 뒤에 놓고 시선에서 보이지 않게 한다. 몰입을 방해하는 주범인 스마트 폰과 격리가 나를 현재에 온전히 머물게 해 준다. 


걱정은 생각이고 불안은 느낌이다.


걱정은 생각(Thinking)에 가깝고 불안은 느낌(Feeling)에 가깝다. 생각은 행동을 불러오고 느낌은 계속 느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걱정을 선택한다. 이건 느낌 속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느낌을 생각으로 전환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걱정은 내측 전전두피질의 활동을 증가시키고 편도체의 활동을 줄임으로써 변연계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알렉스 코브 [우울할 땐 뇌 과학] 중에서 -


불안이 걱정으로 나아가는 것이 차라리 낫다. 이것이 일반적이 사람들의 불안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이것을 잘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세상이다. 왜냐 이 대처가 바로 계획을 세우고 행동으로 옮겨 불안과 싸워 이기는 과정이다. 불안에서 걱정으로 그 걱정이 계획을 세우는데 이르는 과정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문제해결의 과정 아니던가? 이건 사회와 기업과 국가가 운영되는 방식이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구체적인 계획(KPI : Key Performance Indicator)을 세우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과거 회사를 다닐때면 주간 업무 계획, 월간 업무 실적 그리고 해마다 년말이면 년간 사업계획을 짜야 했했다. 이건 회사에 몸 담고 있는 동안 계속 된다. 이 행위가 회사를 성장 시킨다고 믿고 더 나은 미래를 나의 미래를 가져다줄 거라 믿는다. 우리가 사회와 기업과 국가라는 시스템에 머무는 한 이 행동양식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우리가 항상 과거를 분석하고 반성하며 미래지향적으로 살아가는 이유이다. 그래서 회사에서 현재의 나는 사라진다.


우울증(불안과 걱정의 반복)


문제는 불안에서 걱정으로 다시 불안으로 돌아가는 하강 나선을 그리는 자들이 문제이다. 이들은 불안과 걱정을 반복하며 더 깊음 불안 속으로 빠져드는 자들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우울증이 바로 이것이다.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고 혹은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영화와 책을 보면서 뇌가 불안과 걱정에서 잠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이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하지만 우울증을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다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맞이하면 다시 불안과 걱정이 밀려든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바쁘게 살아간다. 바쁘면 그것들이 스며들 시간이 없다. 하지만 이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회피와 방관이다. 이건 또한 진정한 자아를 잊고 사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이 마치 기계처럼 살아간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할지 모른다. 소비하고 단편적인 영상(쇼츠,릴스등)그저 킬링타임이다. 


“불안을 의식하는 것이 불안을 더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것을 고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알렉스 코브 [우울할 땐 뇌 과학] 중에서 –


우리는 이 불안을 대하는 방식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건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불안을 느끼며 그것에 걱정과 계획 그리고 바쁨의 대처 방식으로 일관한다. 불안을 가만히 의식하는 것을 하지 못한다. 불안에 휩쓸리지 말고 불안을 나와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불안이라는 존재를 객체로 바라보는 것이다. 타자로 생각한다. 우리는 타자의 걱정과 불안을 알고 공감할 수 있지만 그것에 휩쓸려 내 일상이 무너지거나 괴로워지진 않는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그 타인과 함께 하는 시간에만 그들과 그 불안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타인과 떨어지면 그 불안도 떨어진다. 이것이 핵심이다. 내 안에 불안도 그렇게 대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에 완전히 몰두하면 걱정과 불안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 된다”

-      알렉스 코브 [우울할 땐 뇌 과학] 중에서 –

 

과거와 미래에서 온 불안은 남일 보듯 의식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은 현재에 몰입하면 당신은 무의식의 환희를 느끼게 된다. 


지금 내가 몇 시간 동안 그 어떤 불안도 느끼지 않고 현재에 머물며 글을 쓰며 무의식 속에 환희를 느끼는 것처럼… 


우리는 항상 불안이 불러온 걱정과 계획 사이의 바쁨 속에 머물며 그것을 잊고 살아갈 뿐이다. 


당신은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우울할 땐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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