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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D-7 ~ 1] 퇴사 직전 1주일의 기록

(구) 마케터 (현) IT 대기업 기획자의 대퇴사 여정기 - 7

by 제이미

[2023.03.29]


1주일 앞으로 다가온 퇴사일.

출근하자마자 내가 관리하던 통계 업무에 대한 문의가 들어와서, 부랴부랴 안내드리고

인수자에게도 업무할 때 알아야 할 추가 사항을 안내드리다 보니 오전이 훌쩍 지나갔다.


그리고 오후에는 내가 아직 진행중인 작업을 챙겼다.

플랫폼 GNB, LNB의 디자인을 내부 가이드에 맞게 업데이트 하는 작업이었는데,

3월부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작업 속도가 아주 더뎠다.

내부 리소스도 부족했거니와, 마크업 - FE 개발 단계에서 계속해서 디자인 수정사항이 발생했던 것.


마크업 링크가 나온 후 "디자인 필터링"1) 작업을 하는데 이걸 무려 5차까지 진행하고

1) 디자인 필터링 : 디자인 요청사항이 잘 반영되었는지 확인하는 작업 / 구글링을 해 보면 우리 회사에서만 사용하는 용어인 것 같기도.

FE 개발에서 마크업 작업물을 받아 배포를 했을 뿐인데,

마크업 결과물과 디자인이 틀어지는 부분이 또 발생(!)해서, 수정에 수정을 계속하고 있다.


퇴사 날 마지막으로 완성하고 떠나려던 업무인데,

왠지 일정이 틀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싸악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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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30]


그리고 전날 느낀 불안감은 현실이되었다.

이번 주 목요일까지 테스트 환경에 디자인 개선사항 배포가 되어야 하는데,

계속된 수정 작업으로 일정을 맞추는게 불가능했다.


이에 유관부서 담당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글을 작성하고,

인수자에게 이 작업과 관련된 사항들을 공유했다.


아, 내가 쓴 마지막 글이 작업 일정이 연기되어 담당자들의 양해를 구하는 글이라니.

평소 모든 것에 의미부여를 잘 하는 편인데

왠지 회사와의 이별이 순탄치 않은 느낌이라 마음 한켠이 찝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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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어찌됐든 마지막으로 진행하던 업무가 내 손을 떠나서,

퇴사 직전 2일은 굉장히 자유로웠다.


다만 내가 고객센터/심사 업무 관련해서도 한 발 걸치고 있었기 때문에

분기별 진행하는 정기 미팅에 마지막으로 참석한 정도?


분기별로 상담사의 상담내역을 읽고,

상담 내용 중 부족했던 사항이 있는지?

고객이 상담 가이드에 없는 내용을 문의했다면, 추후 어떻게 안내하면 좋을지? 등등

더 나은 상담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게끔 협력사 - 서비스 기획/운영자가 논의하는 미팅인데


코로나 상황에서 협력사 분들과 함께 미팅을 하다보니,

1년간 화상 회의로만 만나고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 나눈적이 없어 아쉬웠다.

마지막 인사는 대면으로 꼭 드리고 싶었는데. 이게 요즘 시대의 퇴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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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4]


마지막으로 사무실에 출근해서, 마지막 점심 회식을 했다.

장소는 회사 근처의 한식당이었는데,

기분이 싱숭생숭해서 밥도 먹는둥 마는둥 했다.


파트가 새로 꾸려진지 얼마 안되어서 제대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한 분들이 많은데

이렇게 퇴사를 하게 되어 아쉽다, 그렇지만 축하한다, 는 여러 인삿말을 들었고


어찌됐든 난 파트에서 아직 막내였고!

경력 대비 어린 편이라, 이직도 수월할거란 격려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다.


마지막 퇴근길엔 사람이 가득 찬 회사 셔틀버스를 타보았다.

처음으로 본 만석 버스였고,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인지 길도 많이 막혔다.


그 덕에 이런저런 생각을 곱씹을 수 있었는데

왕복 2시간이 넘는 출퇴근길을 그동안 잘 버텨낸 나 자신도 기특했고,

앞으로는 그 시간들을 더 효율적으로, 나를 위해 써야겠다는 다짐을 또 한번 했다. (다짐만 여러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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