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_Lisbon->Seville(01.12. Sun)
오후 시간이 돼서 세비야에 도착했다. 장시간 이동으로 지친 우리는 숙소에서 각자 휴식을 취하고 나서 다시 만났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걸었다. 스페인 광장까지 느긋하게 걸어갔다. 분수대 쪽으로 가는데 고약한 냄새가 나를 사로잡았다. 냄새의 원인을 찾아 킁킁거리며 둘러봤다. 마차가 있어서 그랬던 것이다. 말의 똥에서 나는 냄새였다. 코를 찌르는 냄새에 얼굴을 찡그렸다. 냄새가 싫지만은 않았다. 말 똥 냄새로 스페인 광장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기에 그리 고약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세비야 대성당으로 걸어가는데 사람들이 웅성 웅성대며 모여 있었다. 시내를 지나고 있는 참이었다. 힘찬 노랫가락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한 남자는 앉아서 기타를 연주하고, 여성은 플라멩고 옷을 입고 흥겹게 춤추고 있었다. 우리도 사람들 틈에 끼어 구경했다. 구경한 지 시간이 얼마 안 되었는데 사람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공연의 막바지에 왔던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대성당으로 발걸음을 뗐다. 입장 시간이 지나 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사진만 찍었다. 여기서도 구수한 말 똥 냄새가 풍겨왔다. 오히려 냄새가 반갑기까지 했다. 스페인 광장에서 있던 말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곳곳을 돌아다니고 허기진 우리는 한참을 돌아다니다 빠에야 맛집으로 들어갔다. 문을 연 식당을 찾기가 힘들었다. 스페인 사람들의 독특한 문화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에는 '다섯 끼 문화'가 있다. 스페인 사람들은 하루에 다섯 끼를 먹는 것이다. 9시경에 밥을 먹는데 커피와 빵으로 간단하게 채운다. 약 11시부터 12시 정도까지는 간식을 먹는다. 오후 1~2시 사이에는 점심을 먹는다. 3~4시까지 추로스나 달콤한 빵으로 또 한 번 간식을 먹는다. 5~6시 정도에도 역시 간식을 먹는다. 중간에 간식을 많이 먹어서 저녁 시간이 늦추어질 수밖에 없다. 스페인 사람들은 저녁 식사 시간이 굉장히 늦다. 한국에서는 보통 7시 이전에 먹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주로 8~9시 정도에 저녁을 먹는다. 아주 늦을 경우에는 10시에도 먹는다고 한다.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데 손님이 들어와도 식당을 열 준비를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너무나 배가 고파 하마터면 손을 들어 웨이터를 부를 뻔했다. 우리는 웨이터가 올 때까지 꾹 참고 기다렸다. 우리는 배가 많이 고파 양이 많아 보이는 빠에야를 시켰다. 해물 빠에야와 먹물 빠에야 각각 두 개를 주문했다. 스페인에서는 샹그리아가 유명하다는 소리를 들은 우리는 조금씩 나눠 먹기로 하고 병으로 갖다 달라고 부탁했다.
배를 든든히 채운 우리는 스페인 광장까지 씩씩하게 걸어갔다. 바람이 세게 부는데도 끄떡없었다. 오후 시간에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해가 져서 그런지 거의 없었다. 우리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이 지니는 매력에 빠져 들었다. 우리는 각자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찍고 싶은 곳을 핸드폰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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