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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Aug 29. 2022

지금 갈 곳이 폐쇄병동밖에 없어요

죽고 싶은데 살고 싶어요, 그러니 살려주세요



 처음 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공황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를 이어가던 중 나는 자살 시도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죽고 싶었다. 죽음으로 모든 것을 끝내고 싶었다.


  정확히는 끝낸다기보다는 지긋지긋하게 나를 괴롭히는 우울과 불안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그래서 약간의 고민도 없이 끈으로 목을 감았다.


 사람의 목숨은 쉬이 끊기지 않는다고 누가 그랬던가. 정말 그랬다. 2분 정도를 졸랐는데 죽기는 커녕 아프고 힘들기만 했다. 결국 나는 목 조르기를 포기했다. 끈을 풀고 보니 목에는 끈으로 졸라서 생긴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생각해서 다니던 정신과 외래에 가서 의사에게 말했다. 자살 시도를 했다고. 끈으로 목을 졸랐다고. 그 말에 의사의 표정은 매우 심각해졌다. 그리고는 대학병원에 가서 입원을 하라고 진료의뢰서를 써주었다. 혹시 모르니 비상약이라도 달라고 했지만 비상약으로 약물 과다 복용 시도를 할 위험이 있다며 약을 주지는 않았다. 그렇게 종이 한 장과 함께 병원에서 쫓겨나듯 나왔다.


 대학병원 정신과에 예약을 하고 초진을 보러가니 의사가 그간 어떻게 살아왔고 무슨 일이 있어서 병원에 오게 되었냐는 형식적인 질문을 했다. 의사의 물음에 거짓말을 할 수는 없어서 나는 그간 있었던 일들을 얘기했다. 원하지 않은 회사, 엄마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입사해 그 곳에서 겪은 수 많은 일들 그리고 최근의 자살 시도에 죽고 싶지만 살고 싶다는 말을 했다. 덧붙여 살려달라는 말까지.


 그러자 의사의 표정은 마치 이전에 내가 외래를 다녔던 정신과 의사의 표정처럼 심각하게 굳어졌다. 그리고 현재 일을 하고 있냐고 물어봤다. 그 시기에 나는 퇴사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는 무직이라고 답했다. 내 말에 의사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말했다. 지금 상태가 많이 심각해서 갈 곳이 폐쇄병동밖에 없다고 했다.


 입원 그것도 폐쇄병동에 대한 거부감에 나는 낮병동 얘기를 꺼내었다. 의사는 낮병동이란 증상이 호전되어 일상재활이 필요한 환자에게 적합하지 나처럼 자살 시도 이력까지 있는 고위험군 환자는 폐쇄병동 말고는 선택지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지긋지긋한, 많이 우울하고 너무 두렵고 때로는 단조롭고 가끔 행복했던 정신병동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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