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 가족끼리 호프집 외식
지난주, 저녁을 막 먹으려던 무렵 엄마에게 아빠 전화가 걸려왔다.
“오랜만에 우리 치킨 먹으러 가자”
“치킨? 웬 치킨?”
“약속이 생각보다 일찍 끝났는데, 그 김에 같이 나가서 생맥주나 한 잔 하자”
엄마는 ‘어떻게 할래?’라는 무언의 눈빛을 보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얼마 전 엄마와 운동하다 눈독 들인 호프집이 생각났다. 옆 동네에 있는 호프집이었는데, 야외에 테이블이 있어서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에게 “그러면 엄마랑 봐 둔 그 호프집 갈까?” 물었다. 그랬더니 엄마도 “좋네! 거기 가자 오늘”이라고 하면서 흔쾌히 가자고 하셨다.
아빠에게 위치를 알려드리고 어서 서둘러 나갈 준비를 했다. 엄마는 옆 동네에 가는 거였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외식이라 옷도 예쁜 옷을 입고 나섰다. 그리고 한 10분 뒤, 그 호프집에서 아빠와 만났다.
아빠는 이미 자리를 잡고 계셨다. 테이블에 앉으니 아빠는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시켰다고 했다. 그리고 곧 사장님께서 소주 한 병과 맥주 한 병을 갖다 주셨다. 아빠는 오랜만에 시원하게 소맥 한 잔씩만 말아서 먹자고 했다. 다들 흔쾌히 “OK!”를 외쳤고, 아빠는 해맑게 웃으며 소맥을 말아주셨다.
한 잔을 먹고 자동으로 “캬~” 소리를 냈다. 더운 여름에 시원한 맥주와 소주의 달달함이 혀를 감질나게 해 줬다. 조금씩 입이 텁텁해지기 시작할 때쯤, 주문한 후라이드 치킨이 나왔다. 어릴 적 먹었던 옛날 호프집 후라이드 치킨 맛이었다. 치킨 한 입 뜯고 소맥 한 잔 하니 세상 근심이 다 없어진 기분이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밤이 되자, 열기는 식고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약간의 취기에 올랐던 열이 시원한 공기 덕분에 가라앉고 있었다.
“이런 소소한… 소소한… 그 소소하지만 뭐더라? 그게 좋은 거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요?”,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빠는 어디선가 들어본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말하고 싶어 하셨지만, 제대로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래 그거! 가족끼리 이런 소확행이 참 좋은 거야!”
마음 같아서는 해외여행도 가고, 비싼 호텔에서 호캉스도 즐기고, 비싼 밥도 매일 먹고 싶지만, 우리 같이 일반 서민은 돈과 시간의 부족으로 마음 내키는 대로 다 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행복이 꼭 ‘소소’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욕구에 대한 한 인간의 강한 열망은 때때로 그 사람을 더 나은 환경으로 이끌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가족이 모이는 일은 ‘소소’ 한 것 같지 않다. 각자의 바쁜 일정에 함께하는 시간을 내는 것은 요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서 함께 있을 때 무엇을 먹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아빠의 말대로 ‘소소’한 치맥 한 잔이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