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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음 Jul 15. 2021

엄마에게 의문의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아빠의 완벽한 실책



평소처럼 엄마와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예, 안녕하세요? xxxx번 차주 분 되시죠?”

“예? 아니에요”

“어? xxxx번 차주 분 아니에요?”

“제 차는 아니고요, 저희 애기 아빠 차인데… 혹시 무슨 문제가 있나요?”

“여기 아파트 주차장인데요, 이사 중이라 그런데 잠시 차 좀 빼주실 수 없을까요?”

“아… 예예… 금방 빼드릴게요”


엄마는 당황하며 급히 아빠 차를 빼드리고 왔다. 엄마는 심각한 얼굴로 다시 상 앞에 앉았다.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지?”

“응?”

“아니… 네 아빠 차면 네 아빠한테 전화가 가야지, 왜 나한테 전화가 오냐고…”


생각해보니 의아한 상황이었다.


“아! 혹시 아파트 입주민 스티커가 있으니까, 아빠가 전화 안 받아서, 입주민 연락처로 엄마한테 전화한 거 아닐까?”

“그런가…?”


그날은 그렇게 상황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몇 주 뒤, 다시 엄마에게 의문의 전화가 왔다.


“예! xxxx번 차주분 되시나요?”

“아니요… 제 차는 아니고 애기 아빠 차인데… 혹시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 여기 xx앞인데요, 혹시 지금 차 좀 빼주실 수 있을까요?”

“그게 제 차가 아니라서… 지금 애 아빠한테 전화해서 연락드리라고 할게요, 잠시만요!”


엄마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 설명을 했고, 자꾸 반복되는 의아한 상황을 아빠에게 말했다.


“왜 자꾸 당신 차 빼 달라는 전화를 나한테 하는지 모르겠어”

“당신이 혹시 핸드폰으로 뭐 만지다가 개인정보 유출한 거 아니야?”

“아니, 이 사람이! 핸드폰으로 내가 뭘 한다고 그래!”

“안 그러면 어떻게 사람들이 내 차에서 당신 번호를 알고 전화를 해!”

“그걸 나도 모르겠으니까 당신한테 말하는 거 아니야!”

“나 원 참. 일단 내가 내려가서 그 사람 만나볼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몇 분 뒤, 아빠는 다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 사람 만나서 얘기를 들었는데, 차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 걸어보니까 당신이 받더래!”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래도 당신 핸드폰이랑 내 핸드폰이 합선이 된 것 같아! 그러니까 빨리 통신사에 전화해서 고쳐달라고 해야 돼!”

“아니… 여보… 요새 합선이 어딨어!”

“안 그러면 왜 당신한테 연락이 가겠어! 답답하네 정말. 빨리 연락해봐!”


아빠는 답답하다는 듯이 점점 흥분하면서 말했지만, 스피커폰으로 엄빠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엄마. 아빠한테 주차번호판 연락처 몇 번으로 돼있나 물어봐봐”

“당신! 혹시 주차번호판에 연락처 몇 번으로 적혀있어?”

“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빨리 연락이나 하라니까!”

“아유… 흥분 좀 하지 말고, 거기 연락처 몇 번으로 돼있냐고!”

“나 참, 000-0000-0000로 돼있지!”

“이 인간아!! 내 번호잖아!!”


잠시 3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하하… 그렇네… 내가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


아빠는 저녁까지 전화가 없었다.





그랬다. 그동안 엄마에게 걸려온 의문의 전화는, 아빠가 주차번호판에 엄마의 연락처를 적어두어 생긴 일이었다.


작년에 아빠는 손을 다쳐 잠시 운전을 하지 못 하셨던 시기가 있었다. 현장과 사무실을 자주 오가는 아빠의 업무 특성상, 운전을 못 한다는 것은 큰 문제였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엄마가 몇 달간 아빠의 대리운전기사 노릇을 했다. 아빠는 이때 잠깐 주차번호판 연락처를 엄마의 연락처로 바꾼 것이다. 손이 다 낫고 다시 아빠의 연락처로 바꿨어야 했는데, 아빠가 깜빡하고 그대로 둔 것이다. 그래서 차 빼 달라는 연락이 계속 엄마에게 왔던 것이다.




그날 밤, 아빠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집으로 돌아오셨다. 엄마는 문 소리를 듣고 현관으로 나왔다.


“나보고 답답하다더니,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 왜 번호는 여태 안 바꾸셨수?”

“미안해…”


아빠는 그날 평소와 다르게 반찬투정 없이 묵묵히 저녁을 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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