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반 값으로 만드는 엄마의 기술
요새는 고기도 참 다양하게 나온다. 동네 이마트에 가면 요즘 티브이나 유튜브에서 자주 나오는 토마호크, 티본스테이크 등을 볼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소고기는 안창살에서 끝났는데, 요즘은 들어보지도 못한 새로운 고기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사실 일반 서민 입장에서 소고기는 가격 부담이 있는 메뉴다. 외식으로 먹기엔 너무 비싸고, 그나마 마트나 축산 도매점에서 직접 사다 먹는 게 부담이 덜하다. 그럼에도 단백질 보충과 몸보신에는 소고기만 한 게 없다.
오후 4시가 되면 대형마트에는 저녁 반찬거리를 사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각자 사려는 건 달라도 다들 카트를 끌고 한 번씩 신선 고기 코너를 기웃거린다. 비싼 가격으로 사는 게 망설여지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가족들 단백질 보충을 위해 한 팩 담는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시크하게 고기 코너를 지나친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다른 사람들이 비싼 가격으로 사기 망설여졌던 그 고기를 단돈 만원에 사 갖고 나온다.
만약 아이언맨이나 캡틴처럼, 남보다 특출 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을 히어로라고 한다면, 우리 엄마도 히어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엄마는 ‘식재료 반값 구입’ 기술을 갖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만 원짜리 소고기 스테이크도 이 스킬로 사 오신 것이다.
조카를 하원 시키고 오후 4시쯤 엄마와 함께 이마트로 장을 보러 갈 때가 있다.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붐비는 마트는 유독 생선 코너와 고기 코너에 몰린다. 나도 뭐 살게 없나 기웃거리고 있었다.
“사지 마! 지금 사는 거 아니야!”
“저녁 반찬 산다며?”
“어. 근데 지금 사는 거 아니야”
말과 행동이 다른 역설적인 상황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엄마는 의미심장한 미소만 짓고 몇 가지 채소만 산 채 마트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신기하게도 아까 신선 코너에 있었던 고기가 올라왔다.
저녁을 먹고 엄마와 함께 운동을 하러 나갔다. 근데 엄마는 운동을 하러 나가는데 주섬주섬 장바구니를 챙겼다. “운동하러 나가는 데 왜 장바구니를 챙겨?” 엄마는 아까처럼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은채 어서 나가자고 했다.
그렇게 동네 한 바퀴를 뛰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이마트에 들리자고 했다.
“아까 들렸잖아?”
“엄마가 왜 아까 안 샀는지 이제 알려줄게”
그리고 엄마는 자신 있게 카트를 끌고, 아까 무심히 지나치던 고기 코너로 직행했다. 잠시 그 앞에서 서성이니 직원들이 곧 행사 가격표를 새로 붙이고 있었다.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고기를 집었다.
“자! 이제 봐봐! 이게 만원이야!”
3~4만 원이었던 소고기는 할인이 들어가자 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한우, 토마호크, 티본스테이크 이런 고기는 아니지만, 4번 정도 먹을 수 있는 일반 소고기 스테이크 한 팩이 만원이면 말 그대로 개이득(?)이었다. 엄마는 이런 식으로 고기를 사서 다음날 상에 올려주신 것이었다.
사실 집에서 쉬기 전까지 식재료 시세는 잘 모르고 살았다. 고기 가격이 싼 지 비싼지, 요새 채소 값이 많이 올랐는지, 계란이 얼마인지 등은 내가 알 바가 아니었다. 그저 먹고 싶으면 하나 사서 먹었다.
그런데 엄마와 자주 이마트에 가다 보니 요새 시세가 어떤지, 싸게 먹으려면 어떻게 하는지 많이 배우게 됐다. 사실 이런 게 생활할 때 가장 필요한 스킬인데, 이제야 조금 알게 됐다.
엄마가 알려준 이러한 방법 덕분에 쉬는 동안 싸고 알차게 먹을 수 있었다. 떨이로 나오는 연어 대가리를 구워서 먹기도 하고, 회를 먹고 싶을 때는 오후 4시, 밤 10시쯤 찾아가 사 오기도 한다. 생선회는 아침에 회를 뜨기 때문에 5~6시간 간격으로 떨이가 진행된다. 그 시간에 잘 맞춰가면 근사한 회 안주거리를 1~2만 원대로 구입할 수 있다.
쉬는 동안 엄마 덕분에 생활의 꿀팁을 얻게 됐다. 아마 엄마도 한정된 돈 안에서 질 좋은 식재료를 사려 노력하다 보니, 얻게 된 스킬이 아녔을까 생각한다. 요새는 배달이 워낙 잘 돼있는 시대라 이렇게 직접 나가서 사 오는 게 귀찮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엄마처럼 스킬을 사용하여, 배달 가격의 반 값으로 좋은 저녁거리를 얻어 오는 것도 꽤나 좋은 방법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