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앞에서 조현병은 어떤 얼굴을 할까?

조현병이 있어도, 연해해도 되나요?

by 코알코알

조현병일 때, 연애를 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은 조현병이 무섭다고 한다. 조현병은 연애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연애를 할 수 있냐는 말에 답은 뭐냐고? 나는 할 수 있다고 보는 주의다. 왜냐하면 내가 조현병인 것을 알렸음에도 연애를 지금 하고 있으니까.


나는 상대를 만날 때, 상대방의 자유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진지하게 생각을 하게 되면 초반에 정신 질환이 있다는 것을 밝히는 편이다.(별로 추천은 하지 않는다. 상처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도 망설이거나 힘들어하며 꺼냈지만 상대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상처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어떤 사람은 그런 내 고백을 듣고 조용히 연락을 끊는다.

어떤 사람은 괜찮다고 말하지만 곧 나를 조심스러워하거나 나에 대한 험담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아주 가끔. 정말 가끔은. 조현병이 있다는 고백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상처를 받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나는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동시에 더 조심스러워졌다. 말하지 않는 편이 더 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칠 때도 있지만 나는 끝까지 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그 사람도 나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조현병이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에게 무겁고 낯설다. 미디어는 극단적인 장면들로 이 병을 다루고, 뉴스에서는 종종 범죄와 연결해서 말한다. 예를 들어, 알몸으로 행진하는 남성과 흉기를 휘둘러 여성을 살해한 조현병 환자의 이야기를 조현병과 연결 지어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보면 대중의 생각이나 매스컴에서의 조현병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조현병이라는 단어 하나로 어떤 사람은 내 모든 것을 판단해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나는 치료를 꾸준히 받고 있고, 일상을 잘 유지하고 있다. 때로는 불안하거나 예민한 날도 있지만, 그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다. 내가 아프다고 해서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랑을 주고 싶은 마음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이상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계속 스스로에게 말한다.

사랑은 완벽한 사람끼리만 할 수 있는 건가? 그건 아니다. 조금 모자라거나, 어딘가 아프거나, 과거의 상처가 있거나. 그런 우리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 꼭 이성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나는 부모님께 넘치는 사랑을 받는 첫째이다. 모자란 사람은 사랑받을 수 없다고? 전혀 아니다. 나는 조금은 모자라거나 어디가 아프거나 상처가 있는 사람을 포용하려고 하는 편이다.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읽어보면 정호승 시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알 수 있는데, 나와 닮은 시선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고르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이 구절이 나에게는 위로와 안도감으로 다가왔다. 그래 나도 그런 마음으로 그늘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지.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내가 그늘을 먼저 언급해서, 내 삶에서 배제하고 있었다.


진정한 사랑의 시작은 솔직함과 용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실제로 정신과 의사 선생님에게 내 과거에 대해서 털어놓고, 내 병에 대해서 털어놓았을 때 남자가 떠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봤다. 정신과의사 선생님은 조용히 말했다.


“그런 사람은 거기까지니까 사랑할 가치가 없어요.”


허걱, 놀라운 말이었다. 물론 정신과 의사 선생님 전체가 다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나 그늘이 있는데 그걸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사랑을 받을 가치가 없다. 말하는 사람은 다르지만, 시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야기가 옆길로 새 버렸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다면 그 사람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첫 시작은 동아리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그때 동아리 회장이었는데, 동아리 회식에서 동아리원 하나가 그 사람과 공통 지인이 있어서 동아리원들과 상의 끝에 불러낸 것이 시작이었다. 동아리 회식 때 그 사람과 만나게 되어 같이 술을 마시게 되었다. 술을 한두 시간가량 마시다가 2차를 가질지 고민하다가 동아리원들이 전부 각자 사정이 있어 2차에 불참하게 되어 각자 집에 가게 되었다. 그래서 그 사람과 밤 산책을 하고, 동아리원을 그 사람과 데려다주게 되었다.


마침 그 동아리원의 집 주변에는 개나리가 만개해 있었다. 동아리원을 데려다주고 개나리를 자세히 보고 싶어 가까이 갔었고 개나리를 따고 싶었는데 키가 전혀 닿지를 않았다. 그 사람은 키가 나보다 20센티미터는 더 커서 개나리를 살짝 손만 올려도 딸 수 있었다. 그 사람이 나에게 개나리를 따준 것이다.


개나리 사진.jpg 그날 올린 개나리 사진. 동아리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그래서 신이 나서 인스타를 켜고 다정히 걷는 두 사람의 그림자를 배경으로 개나리 사진을 올렸다. 동아리원들은 전부 나에게 그 오빠랑 사귀냐고 물어봤다. 사실 덩치도 좋고 옷 입는 센스도 좋았고 말하는 투나 톤이 불편하지 않았다. 난 그렇게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동아리원들이 놀림 반 진심 반으로 디엠을 보냈을 때 살짝 그 사람과의 연애를 상상했었던 것 같다. 느낌이 좋았다. 각자 집으로 향하기엔 아쉬워서 그 사람이 키우는 도마뱀과 물고기 그리고 화분들을 보러 갔었다. 도마뱀은 내 손과 팔 위로 오르내리며 즐겁게 놀았다. 물고기들은 서로를 쫓고 쫓으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화분은 파릇한 잎사귀를 뽐내고 있었다.


우리는 날 새도록 이야기를 했다. 그 사람이 편했다. 내가 던지는 짓궂은 장난이나 농담도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이었다. 사상이 아주 바르고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전혀 먼저 스킨십을 함부로 시도하거나, 그런 분위기로 유도하지 않았다.


우리는 자연스레 몇 번 만났다.


난 이 사람과 멀어질까 봐 두려웠지만 먼저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놨다. 과거에 왕따를 당했던 일, 아동 성폭행을 당했던 일, 친척에게 성추행을 당한 일, 현재 조현병이라는 병이 있다는 것도 전부 말했다. 괴로운 일을 말하니 눈물이 났다. 그 사람도 진심으로 속상해하며 표정이 좋지는 않았다.


모든 것을 받아주고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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