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반려 동물

인간보다는 반려 동물을 더 믿게 된다

by 진 엘리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 동물을 많이 키우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국적을 불문하고 성별을 불문하고 여유만 있으면 개와 산책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뉴스에서 들으니, 캐나다 비씨주 사람들의 한 달 생활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주거비용 (주택 렌트비)이 아니라, 반려 동물을 키우는데 드는 비용이라는 통계에 정말 놀랐다, 그렇게 많은 경제적 수고를 치르더라도 굳이 개와 같은 반려 동물을 키우는 이유가 뭘까?

요즘은 그 이유를 알 듯도 하다. 캐나다에서 살면서 느낀 점은 캐나다가 너무도 차가운 나라라는 사실이다. 인간관계가 하도 냉정해서 사람이 싫어진다. 언제나 친절한 얼굴로 미소를 띠우며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다가도 자신의 이익에 반한다 싶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굴 표정이 싹 달라진다. 한국에서 한국인의 정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이런 일을 겪을 때면, 개라도 한 마리 키우고 싶다. 개는 배신이 없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신의 주인만을 사랑하고 따른다. 주인이 노숙자라고 해서 그 주인을 배신하고 냉정하게 가버리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온 많은 한국 학생들이 캐나다에 와서 친구들과의 관계로 상처 받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나의 딸들도

마찬가지 경험을 했다. 어제까지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오늘은 갑자기 모른 체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또 친한 척을 한다. 이런 일로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니 딸들도 무덤덤해지는 듯하다. 캐나다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늘 친절하지만, 막상 자신의 이익에 관한 일이라면 누구에게든 냉정하게 변한다고...

Joffre Lake in BC, Canada

며칠 전. 직장에서 경험한 일이다. 항상 친절한 백인 할머니가 있었다. 만나면 웃으며 인사하고, 하루 잘 보내라고 격려도 해 주시는 자상한 할머니였다. 어느 날 갑자기, 정색을 하며, 나에게 "Are you a pharmacist?"라고

물으시더니, 자신에게 청구서가 약국에서 왔는데, 잘못 청구되었다고 항의하셨다. 그 표정과 말투가 얼마나 냉정하던지, 내가 알고 있던 그 할머니가 맞나 싶었다. 청구서가 잘못 보내진 것이 맞기에 잘 해결되었고, 그 할머니는 다시 친절해지셨다. 물론,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오랜 시간 길들여진 나로서는 적응이 어렵다.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닌데, 갑자기 그럴 수 있나? 이런 말을 하면 딸들은 나를 나무란다. 엄마가 캐나다에서 한국식으로 접근한다고... 엄마도 똑같이 해야 한다고. 늘 친절하지만, 내 이익에 반하면 냉정하게 돌변해야 한다고. 그리고 내 주장을 강하게 말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먼저 미안하다고 하면 안 된다고...

차 위에 올라온 야생 고양이, 고양이는 따뜻한 곳을 좋아해서 엔진이 막 꺼진 차에 올라와 발자국을 남기고 간다.

캐나다에서 살려면 캐나다 식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한국의 정이 어떤 때는 너무 그립다. 오랜 시간 몸과 마음에 밴 한국식 정서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요즘은 문득문득 나를 정말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반려 동물을 키우고 싶다. 냉정한 캐나다 사람들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진정한 마음이 그리워 반려 동물에 집착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인간의 깊은 내면은 비슷할 테니까....


118214229_2661235567472603_4488128280055853780_n.jpg 승마 레슨 농장에서 키우는 이름이 DOG(디오지)인 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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