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 아니야
캐나다는 약국에서 약사가 간단한 예방 주사를 놓을 수 있다. 전 연령이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5세 이상만
가능하다. 처음 약국에서 일하며 예방 주사를 놓았을 때, 접종받은 환자가 아프지 않았다고 하면,
기분이 좋고, 만약 너무 아팠다고 하면, 내가 무슨 잘못한 건 없나 하고, 나의 탓을 찾곤 했다.
어느 날, 저보다 훨씬 오래전에 캐나다 약사로 일하신 약사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예방 접종 시
주사가 아프고 안 아프고는 환자 탓이지 주사를 놓는 사람의 탓이 아니라고 하셨다. 아무리 숙련된
간호사분이 주사를 놓아도, 환자의 근육 상태나 여러 가지 요인으로 아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시면서,
한국 사람들은 자라면서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뭘 잘못했나? 이건 내 탓이야?'라는
생각을 많이 교육시켜서 그런지 '내 탓을 많이 한다'라고 하셨다. 그와 대조적으로 캐나다에서 자란 사람들은 그런 경우 '이건 내 탓이 아니고, 니 탓이야.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고, 그래도, 발생한 일은 내 탓이
아니고, 순전히 니 탓이야'라고 생각한다고...
약사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곰곰 생각해 보니,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일하는 도중 실수한 걸 알려주면,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동료를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오히려, 뭐가 잘못되었는지 시시콜콜 따지다가
자신의 실수가 명백하면, 고맙다고 하지 미안하다고는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지적질한다고 성질 내놓고는
그것에 대한 미안함은 1도 없다. 그건 아마도, 내가 일부러 틀린 것도 아니고, 그러니 미안해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니 캐나다에서 너무 많은 "I'm sorry"를 한 건 아닌지 생각되기도 했다. 운전 중 사고가 나도 먼저 "I'm sorry"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과실이 명백한데도 "I'm sorry"는 하지 않는다. 아마도, 일부러 사고를 낸 것이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본인이 사과까지 할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오래전 미국을 방문했을 때, 구매 물건이 사이즈가 맞지 않아 교환하러 갔는데, 가게 문 여는 시간을 맞추니,
비행기 시간이 아슬아슬 했다. 설상가상으로 컴퓨터 이상으로 환불에 시간이 너무 걸려, 판매원에게 비행기
시간에 늦어 그러니, 좀 서둘러 줄 수 없겠냐고 하자 오히려 얼굴을 찡그리며, '지금 내 잘못이냐, 컴퓨터가 느려서 그런 걸 왜 나보고 재촉하냐'라고 성질을 냈다. 한국이었다면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고객님'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캐나다도 이처럼 '컴퓨터가 느린 탓이지 내 탓은 아니다'라고 생각을 할 것이다.
물론,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스스로 발전할 수는 있겠지만, '내 탓 아니야 , 니 탓이야'라고 말하는 용기도 캐나다에서 살아남는 하나의 방법인 듯 하다.
요즘은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나의 딸들에게 '내 탓이 아나야'라고 생각하며 살아가자고 들려주곤 한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결과가 어떻든 내 탓이 아니랍니다.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 내 탓이 아닌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