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운수좋은 날

처음이자 마지막 콜링

by 김먼지





기나긴 장마에 지쳤던걸까.

하루만, 딱 하루만 이상하게 햇볕이 쨍하던 날, 사랑하는 우리 덕구는 여섯살 생을 남편과 함께 넷이 동고동락하던 남편의 가게 앞 건너편도로에서 마감했다.

그날따라 작업해야 할 손님의 차는 끝이 없고, 나는 구구가 항상 출근하면 묶여있어야 하는 가게 폴딩도어를 남편이 작업할 때마다 차를 들이기 위해 열고 닫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게 앞에서 일광욕을 뜨겁게도 누리던 녀석들

한가한 날엔 폴딩을 모두 닫고 넷이 공놀이를 하거나, 구구가 밖을 보고싶어하면 줄을 길게 주차라인까지 늘려 일광욕을 쬐게 했다. 그러다가 30분에서 1시간의 텀이 생기면 뒷길 논두렁으로 산책을 다녀오거나 애견용품점에 데리고 가 간식과 장난감을 사주곤 했다.


산책 후 만족한 복구와 뭔가 아쉬운 눈빛의 덕구
비가 오거나 가게가 바쁘면 시무룩한 시바형제들
한가로운 일상 속 내 보물 셋.

그날은 그 어느것 하나도, 장마동안 비때문에 가로막힌 덕구의 산책본능을 위로하지 못했나보다.

4일 연속으로 비가 온 탓에 산책도 실내에서 짧게 했던 게 문제였을까.

덕구는 죽기 전날 유난히 집 안에서도 안 가던 곳을 돌아다녔다.

"덕구 왜 여기 와쪙? 엄마 쉬할건데??"

씻는 걸 죽을만큼 싫어하는 덕구가 내가 욕실을 들어가는데 따라들어오는 모습에 좀 의아했었다.

녀석은 한참을 냄새를 맡더니 다시 나갔고, 나는 녀석 참 싱겁긴 하며 문을 닫았다.





다음날, 쨍하게 맑은 구름이 간만에 얼굴을 비춘 날 날씨가 미쳤다는 생각을 하며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나를 보며 짖는 덕구에게 "조금만 기다려용"이라며 오후산책을 미뤘다.

그 순간을 미치도록 후회한다.

전봇대에 오줌을 누이려고 덕구만 데리고 나왔다가 다시 가게로 들어오지 않으려는 녀석과 기싸움을 벌였다.

그 순간을 죽을만큼 후회한다.

녀석은 그날따라 '난 들어가지 않을래' 하는 표정으로 목줄을 잡는 나와 대립했다. 팽팽한 목줄때문에 목이 졸릴것같은 덕구를 안고 들어와야겠다고 생각하고 팽팽하게 잡고있던 목줄을 느슨하게 쥐던 그 순간. 덕구는 마치 영화처럼 말도 안되게 그 사랑스러운 코를 자신의 목걸이 안으로 집어넣어 목줄에서 해방됐다.

내 눈을 너무도 똑바로 쳐다보면서 풀어버린 그 목줄을 두고 덕구는 신이 나서 도로로 난입했다.

"덕구야!"

나는 이미 빠진 목줄을 놓고 가게 안에서 작업중인 남편에게 "여보 덕구 목줄 빠졌어!!"를 다급히 외치고 둘이서 도로에 서서 덕구를 애타게 불렀다.

늘 가게 옆 상가 창고 안쪽으로 튀어 달리다가 잡힌 것도 서너번. 어느날은 더 멀리 도로를 따라 인도로 건물 사이 갓길들로 대차게 달리다가 90분동안 두 대의 차를 끌고 수소문해서 잡히기를 두어번이어서 우린 이번에도 그 안에 덕구를 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덕구야!집에 가자!!"

그 순간을 나의 심장을 도려내 몇번이고 지옥에 갖다바치고 싶을만큼 후회한다.

예쁜짓이라고는 손과 앉아가 전부인 녀석
한창 춥던 작년 겨울은 난로 옆에서 떠날 줄을 모르던 시바들.
들어오고 싶을땐 안쪽을,나가고플땐 바깥쪽을 보던 덕구
퇴근 후 집에 갈때면 늘 고단한 막내 덕구.




내가 내 아이의 이름을 그 순간 부르지 않았더라면, 우리 막내는 지금쯤 이름모를 들판에서 들개로 자유롭게 살아 있었을 것 같다. 원래 이름을 불러도 콜링이 안되던 막내가 그날은 처음으로 콜링에 반응했다. 길을 건너다 돌아보며 해맑게 엄마아빠에게 돌아오고 있었고, 그 순간 흰색 카니발 사이에서 충격에 쓰러졌다.

"아아, 덕구야 안돼 안돼!!!"

카니발에 치인 덕구는 소리를 지르며 나동그라지고 남 편은 그런 덕구를 너무 소중히 품에 안으며 주저앉았다. 같이 살면서 처음으로 듣는 남편의 외마디 비명과 눈물에 정신이 나갈것 같았다.

"여보, 얼굴, 피 피..!병원 가자 병원...."

그때 나는 덕구가 다리만 조금 다친 줄 알고 얼굴에서 피를 뚝뚝 떨구는 남편을 먼저 병원에 데려가려했다.

덕구가 물다니. 6년 살면서 사람은커녕 한번도 강아지 고양이 같은 동물에게도 입질한 적이 없는 녀석이 그것도 아빠의 볼을 얼마나 세게 송곳니로 찍고 갔는지 남편의 피가 멈추지 않았다.

나는 무서웠다. 이 피로 남편이 죽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 이따가 덕구를 어떻게 혼내야 할지를 생각한 내가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훨씬 잔인하고 빠르게 우리를 덮쳤다.



남편은 힘없이 축 처진 덕구를 안고 차로 달려갔다.

"내가 문제가 아니야. 동물병원부터 빨리. 덕구가 많이 다쳤어.계속 피가 너무 많이 나..덕구야..."

"뭐라고?어떡해 아, 아.. 운전 안돼. 안돼 여보 뒤로 덕구랑 타.이거 휴지라도 지혈해. 형 운전 좀 한번만 해주실수있나요?"

옆집 식당 사장님에게 다급히 운전을 부탁하고 함께 차에 타 3분거리 동물병원으로 뛰어들어갔다.

"선생님 여기 교통사고가 났는데 애기가 피가 너무 많이나고 남편도 얼굴에서 피가 안멈춰요. 한번만 봐주세요...."

7년간 다닌 동물병원 원장님은 바로 덕구를 보고 산소호흡기를 씌우고 마취제를 놓았지만, 아마 예상하고 계셨던 것 같다.

"일단 응급처치 좀 바로 할게요. 이게 수술을 할 수 있을지 봐야해서....애기 옆에 있어주시구요."

동공반응을 확인하고 커다란 산소통으로 아이의 숨을 유지시켜주면서 응급수술을 들어갈 수 있을지 상황을 지켜보기도 전에, 덕구는 그 몸에 어떻게 다 있었나 싶을만큼의 피를 모두 쏟아내고 그 마지막 숨을 뜬눈으로 뱉어냈다. 폐부를 깊이 찔렸기 때문에 살 수는 없었다고. 덕구는 10분도 채 안되는 시간에 산소호흡기와 자신이 누운 배변패드 위에 피를 너무도 빠르게 흘린 후 숨을 거두었다.

"덕구야, 어떡해 하아..안돼! 피가 너무 많이 나... 덕구야.. 일어나.. 엄마야. 우리 꼬 먹으러 가자 얼른..."

"덕구야, 아빠 목소리 들리지..? 아빠 괜찮아 안미안해도 되니까 얼른 일어나 공원가서 공놀이하자..."

"덕구야 엄마가 집에 있는 고기 전부 다 구워줄게. 간식도 다 꺼내줄게. 얼른 일어나. 응??덕구야 형아 기다려. 빨리 퇴근하구 집에...가자...."

"덕구야!아빠 여기있다!기운내야지.공원에 축구하러가자!"

"엄마도 여깄어. 덕구야. 흐아아안돼.. 안돼 ..집에가자...제발....집에..가자 덕구야......"

덕구는 끝내 마지막 남은 피를 모두 토하고, 남편의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 집에 덕구와 돌아가고 싶었던 나는 차가워지는 덕구의 발바닥이 너무 무섭고 낯설어 빨리 덕구를 집에 데려가자고 남편을 안았다.

"안돼 여보.. 여보 덕구 데리고 집 못가.. 덕구 보내줘야 하는데 집 들어가면 여보 덕구랑 안 나올 것 같어. 그리고 여름이야. 아이 예쁘게 보내줘야지.. 몸 망가지고 상해서 가면 다시 만날 때 너무 속상하잖아....응? 이건 니가 양보해....덕구 좋은 데서 보내주자..."

남편은 덕구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 나를 안아주며 달래 가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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