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4. 안녕, 니 이름은 김덕구야.

꿀맹수의 시작

by 김먼지


"이게 뭐야!우리강아지 이만했었어 여보...!"

"와 이거 2017년이면 6년전이네. 덕구 한살도 안됐을 때야."


덕구는 말하자면, 업동이에 천덕꾸러기 느낌이 어린 시절부터 강하게 났다. 투룸에 살던 우리는 거실 한켠에 분리시켜놓은 덕구의 공간에서, 덕구가 울타리를 타고 올라오려는 시도에 미친듯이 웃었다.

"끼잉 깨애애애애."

"와하하하. 여보 얘봐. 얼굴 꼈어 꼈어!탈출 시도하다 걸린것 같아!"

"아고 빨리 빼줘.. 너무 답답한가보다.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네."



2017년 12월 20일. 우리가 사는 곳으로 째깐한 깜댕이가 들어왔다.

'개구리 올챙이시절 생각못한다' 는 말이 있다.

우리는 두마리 청개구리같은 시바믹스를 키우며 올챙이 시절을 회상할 기회를 얻었다.

덕구가 우리랑 만나는 날, 나는 이 글들을 모조리 읽어줄 생각이다.

(그 때쯤이면 녀석이 천국에서 한글은 뗐으려나..)




태어나는 것 자체를 보지는 못해서 그 점이 많이 아쉽지만, 남편과 힘들 때마다 일부러 더 덕구의 어린 아가시절 사진들을 미친듯이 찾아서 봤다.


지금 생각해도 저 조그만 게 그렇게 커져서 형을 쥐어잡고 살았구나 싶었다.

"와 미쳤어 이렇게 작았어!"

"아이고 이놈 눈깔이 맑은눈의 광견이야. 아주 형 잡아먹겠대 저 조그만 덩치로."

"헤헤 진짜 귀엽긴 진짜 귀여워 그치?"

"하아..보고싶다 그치?"

"응. 이거 다 뽑아서 벽장에 다 붙여놓자."

"그래. 여보 원하는 사진 다 뽑아줄게 미리 골라만 놔."




"뭐라고??한마리도 버거운데 무슨 둘째같은 소릴 하고있어."

"복구는 외로울거야. 동생이랑 같이 있으면 집에 혼자 있어도 안외롭잖아."

"그걸 왜 니가 정하냐. 복구한텐 물어보지도 않고.."

"나 이름도 정했어."

"기가 막혀. 뭐 데려올지 아닐지도 모르는데 벌써 덜컥 이름을 지어버리면 어떡하니...."


복구를 데려온 지 8개월 쯤 된 겨울,(복구는 2016년 12월 27일생으로 우리에게 온 건 2017년 4월 초) 남편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10월부터 내내 둘째 강아지를 데려와야한다고 허구헌날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막무가내성 댕댕이 양육의 입성은 두번 다 무혈이었다. 그는 아마 내가 개를 사실은 너무도 키우고 싶어했다는 걸, 가진 게 너무 없고 자신이 없어 두려웠던거지 사람보다 개를 더 사랑했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렇게 데려와 세상의 모든 행복을 전해준 아이 하나를 보내는 게 이토록 더 처절하게 우리의 심장을 저릿하게 한다는 것까지는 몰랐을 것이다.


2017년 10월 16일생.

흑시바지만 동물등록증에는 모색이 기타로 되어있는 우리 막내.

털빠짐문제로 한번 파양된 복구가 우리집에 처음 온 몇달을 의기소침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던 덕구. 녀석은 쌍둥이로 함께 지내고 있던 유리관에서 찹찹거리며 사료를 단숨에 집어삼키는 녀석의 부지런한 입과 머리에 눈을 떼지 못했다.

우리는 남편이 사진으로 찾던 아이가 이 아이가 맞는지를 수차례 확인하고 바크사장님네서 데려왔다.


그렇게 2017년 12월 20일.

소중하게 종이박스에 담요를 깔고 아가를 데려온 남편은 집에 도착하자마자(복구는 차멀미를 심하게 했었다) 잔뜩 긴장을 해서는 틈이 살짝 열려있던 박스에서 까맣고 작은 아이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안녕. 이제부터 너는 덕구야.김덕구."

그렇게 까망이 아기시바는 우리의 새가족, 그리고 복구의 동생이 되었다.

이모가 사준 침대 안 뺏기려는 자와 쟁탈하려는 자의 불꽃튀는 맞대결. 이때는 뭐 형이 당연히 이기지만 눈빛은 덕구가 이겼다.


그렇게 첫만남을 가끔 회상하며 두손을 모아 그 당시의 덕구 몸집을 가늠하다가 목이 매이는 듯 대화를 멈추는 남편은, 오늘도 덕구 꿈을 꾸고 싶어 편안한 안방 침대를 마다하고 거실에서 자고있다.



형?형같은 소리하네
필사적으로 선물받은 제 침대를 지키려는 형 복구
이날도 뒤지게 싸우길래 혼내려고 박스 위에 올렸다

덕구는 얼굴의 변화를 참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시바였다.


둘이 체격이 비슷한 시절도 있었다.

2개월된 덕구를 데려온 곳도 신기하게 복구를 데려왔던 동네 광명이어서 둘다 매번 그 얘기를 하는데, 덕구는 분양샵에서 있는 동안 유리케이스에 자신의 쌍둥이형제와 두마리가 같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생긴 경쟁의식과 식탐이 형보다 우위였기에 늘 다 뺏어먹고 더 성질을 부렸겠지.

그렇게 지랄맞은 덕구보다 상대적으로 측은하게 여겨졌을 형이 먼저 입양이 되고 덕구는 혼자 남겨졌다가 우리에게 오게 된 것이다.

남편이 복구를 데려온 지 불과 7개월.

둘째 키우면서 힘든건 오히려 2배가 아닐 수도 있다는 남편의 행복회로는 사기 그 자체였다.

정확히 불일치한 남편의 말.

나는 수컷 3마리(남편포함)를 키우면서 전사가 되었다. 아침저녁으로 소리는 버럭 지르고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은 구구와는 잡기놀이를 가장한 응징을 했다.

복구는 집 안에서, 덕구는 집 밖에서 케어하기 힘든 몬스터로 변했다.

복구는 소심하고 겁이 많아 산책도 길이 나있는 곳만을 가면, 덕구는 야산이면 야산, 또랑이면 또랑, 빙판 위면 빙판을 가리지 않았다. 목줄이 조여도 맡고 싶은 냄새는 미친듯 뛰어가 맡으며 죽은 쥐든 뱀이든 흙 속에서 잔뜩 꺼내놓던 녀석.


이 미니몬스터들이 유일하게 조용한 시간은 잘 때와 먹을 때.

그렇게 난장을 치고 하루를 내 목이 쉬게 저지레를 하던 녀석들도 배가 부르고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낸 후에 이불 위에 눕는 시간은 여느 아이있는 집 일상과 다르지 않다.

천사가 따로 없다는 말을 그제야 실감했다.


먹고사는 일에 지쳐 몰랐는데.

우리 애기들 이만큼 컸네. 이만큼이나 자라주었어.


시바는 꼭 품에 안고 털빠짐을 겪어보고 데려오도록

"덕구가, 자기가 있는동안 6년을 지네 형이 기 눌려 살고 그래서 미안했을 수도 있어.. 처제가 그랬잖아."

내 동생은 눈물을 멈추지 못한 나를 달래기 위해 정말 힘이 나는 말들을 많이 했다.

"언니. 지금 덕구는 하늘나라에서 서열정리중이라 바뻐. 그니까 조급해하지말고 기다려."

"언니, 덕구는 어쩌면 [복구형!!그동안 내가 다 뺏어먹어서 고생많았지??이제 형 견생도 좀 누려!!!]하면서 양보하고 갔을지도 몰라.그니까 그만 슬퍼해."

이런 지지배.

그게 덕구 진심이 아니었길 바란다. 그저 보이는대로 형의 것을 사는 내내 탐내고 시기하고 자기밖에 모르던 강아지였기를. 그래서 니가 없는 지금을 견딜 껀덕지를 남길 어거지로, 천덕꾸러기로, 내곁에 영원히 남아주길.


keyword
이전 04화Ep.03. 시작된 죄책감감옥, 탈출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