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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in Oct 23. 2024

걱정 좀  나눕시다!

아침마다  만나는  두 분 중  거의 매일  나와  아메리카노를  사이에 두고  

이바구(이야기의 경상도 방언)

하는 분이  있다.  

육십 대의  의사  선생님이다.

작은 공간에  나뿐이고  몇 명  안 되는 환자들은 각자의  병실에  있다.


과장님은  김해에서  경천철을  타고  도시철도로  갈아타고  출근을  한다. 

8시가  채  안된 시간에 병원에  도착한다

그리고선  옷만 갈아입고 나한테로  온다.

체력에는 남부러울 것 없는 과장님은  매일  술 모임에  주말엔 골프를  친다.

처음엔  걱정스러운 말도 건네고 적당히 하라  했지만  

모임들이  유일한  즐거움이라  하시니  대놓고

배 놔라 감 놔라  할 수  없었다.


아내는  내  또래의  간호사 출신으로 전업 주부다

주로 취미 생활과 여행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종류다.  꽃꽂이, 합창단, 필라테스 등등

부러우면  지는 것도 있지만  각자의  삶이  있으니까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모르겠다. 부러워한 적도  있었겠지. 사람인데  안 그런가?


과장님은  본인이  좋아하는  친구들과 술과 골프를 얘기한다. 

사진도 보여주고 어제는 이런 맛집을 갔다 왔다. 

음식이  괜찮았다. 어떤 술이 나왔다. 도수가 29도인데  참 괜찮다.

입으로 리뷰를  내게  꼬박꼬박  해 주신다.

장단을  맞춰 준다.

와 맛있겠네, 이 집  분위기 정말  괜찮네요, 

다만  기억은 못한다. 관심사도  아니고 그만큼  귀 기울이지  않았다.


여름을 지나오면서 이분이  심장 스텐트를 하고  오셨고

본인은 끝내 밝히지 않았지만  검사 중에 발견된 방광 종양도 

얼마의 텀을 두고 제거하고 오셨다.

몸무게가  10킬로  이상  빠졌다

매일  오는 과장님이  사실  귀찮을 때도 많았는데 이건 상황이  엄중하다.

 

역시 본인  입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방광 종양은  초기 단계라  

간단하게  떼냈다고  원장님께

말하는 걸 옆에서 들었다. 다행이었다.


본인이 질병을  아내한테 말하지 않았다.

 아내는 여름동안  단기 영어  연수를 위해  6주간 출국했다

"과장님?   사모님한테  말  안 하면  걱정을  안 해서 좋긴 하겠지만 

어느 날  알게 되면  배신감  느껴요!

말씀드리는 게  좋지 않겠어요? 과장님  알아서 하세요.  

근데 나라면  배신감  심할 듯."


사실  일주일  이상 입원하고 퇴원하면서도  언제나 혼자였다. 안쓰러웠다.

두 아들은  서울에서 공부 중이다.

화목한  가정이다

아플 때는 누군가 곁에 있으면  좋다.

오늘  아침  화장실에서 나오는 나를  다 죽어가는 얼굴로 과장님이  맞아준다

"죽겄소 너무 차게 잤는지.. 진통제도 놔주고, 영양제도 맞아야겠소!

진통제를  바로 재서 근육주사 주고  

당직실로 올라간 분 따라가서 영양제도 꽂아주고 왔다.

항상 한 시간 이상 일찍 출근하셔서 진료 시작 까지는 여유가 있다.

아내는 제주도 여행 중이다.

아내에게서  온 카톡을  보여줬었다. 제주도의 경치까지





거의 매일  점심때마다  만나는  분들이  있다.

삼총사 마냥  점심을  같이 먹어  일상을  다 꿰고  있는  친구 같은 분들.

과장님  얘기를  꺼내니까  팀장님은  또  흥분한다.

" 마누라는  뭐 하노? 남편이  그렇게  아프면  좀 돌 봐야 되는 거 아이가?

여름에는  외국에 한 달이나 갔다 오더니  또 제주도  갔나? 이해가 안 된다.

퇴원할 때도  택시 타고 혼자 턱 오게 하더니  너무한 거  아이가?"

내가 받는다

"마누라님  걱정해서  스스로 다 한다 아입니꺼?"

맞은편에서 받는다

"그래도 너무 한 거 같은데요"

옆에 언니 또 흥분한다.

" 나 같으면  아무리 꼴 보기 싫어도 아플 때는  챙겨 준다."

 "아니  말하지 않는데 어떻게  아냐고?"

"살이  그렇게  빠졌는데  왜 몰라."


내가 다시  받는다

"과장님이  최근에 아팠었다고 얘긴 했었데요.  

사모님이  나한테  또 속이는 거 없냐고 물어봤데.

그러고는 아침  간단히  챙겨 준다 합디다. 앞전에 과장님이 나보고 물어봤어요

집사람  혼자 남게 되면  현금이 얼마면  되겠냐고?

내가  10억 정도는 있어야  넣어두고 배당금이라도 받으며  살겠는데요  했어요

아이고,  다  자기 복이야  그분은  복이 많은 거고."

팀장님은  한숨을 쉬더니  이제는 남편과의  갈등을  호소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노라고...



점심 먹고 나한테  매일  올라오는 과장님이  오늘은  오지 않는다.

점심 후에는  맥심 커피를  한잔씩  때린다. 루틴이다.

나는  말 안 해도 안다  오늘  컨디션이 다운되어  

올 힘이  없어 9층 당직실로 누우러 직행했다는 걸.

이건  뭐 시시 때때로  오는 과장님을  아내보다  

훨씬 잘 알고 있으니  내가  복 터진 건가?

최근에  몸무게도 조금씩 늘고  예전의 컨디션을  회복해 

살짝  귀찮아질  참인데  또 걱정이  된다.

괜찮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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