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친정 엄마의 밥상

음식으로 육아 힐링하기

by 천지현


"지현아, 낼 엄마 아침에 일 나가니까 반찬 만들어 놓을 테니 잘 챙겨 먹고 시댁 가라"


"어. 엄마, 고마워"


올해 추석 연휴 2박 3일 일정을 마치고 시댁(청주)으로 가기 전날 엄마와 나눈 대화다. 엄마 아빠는 한복 장사를 40년째 하고 계신다. 하지만 코로나를 거쳐 지금은 한복을 거의 맞추는 손님들이 없어졌다. 결국 엄마 아빠도 직장인이 되셨다. 60대에 말이다. 엄마는 요양 보호사로 일하고 계신다. 이틀 간격으로 밤새도록 환자들을 돌보고 아침에 퇴근을 하신다. 이날은 다시 복귀하는 날로 아침 7시 되기 전에 출근을 하셨다. 잠결에 엄마의 인기척을 느꼈지만 잠 속에 파묻혀 다시 잠을 잔 철없는 첫째 딸이다.



아침 8시가 되어서야 일어나 친정 부엌에 갔더니 이렇게 되어 있었다. 밥상 덮개를 여는 순간 눈물이 나왔다.



예쁜 그릇들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계란말이, 동태전, 고등어구이, 도라지 무침에 양념장까지 엄마가 새벽에 일어나서 만들어 놓고 일을 가셨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왔다. 잠에 덜 깬 상태인데도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60대 중반인데.. 이젠 쉬셔야 할 나이인데.. 밥을 먹는데 목이 메었다. 아빠 또한 내년이 70이신데.. 요양원 직원으로 취직하셨다. 70이 되어서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게 어디 쉬운가! 축 처진 아빠의 어깨를 이번 추석 때 보니 마음이 아팠다.


갑자기 김애란 작가 <칼자국> 소설책이 생각났다. "어머니는 칼 하나를 25년 넘게 써왔다. 얼추 내 나이와 비슷한 세월이다. 썰고, 가르고, 다지는 동안 칼은 종이처럼 얇아졌다. 씹고, 삼키고, 우물거리는 동안 내 창자와 내 간, 심장과 콩팥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나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 어두운 내 몸속에는 실로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p.9) 김애란 소설 <칼자국>중에서


주인공은 엄마가 만들어준 칼국수를 먹고 자랐다. 반면, 주인공의 아버지는 심성만 착할 뿐. 밥벌이는 주인공 엄마의 몫이었다. 어쩌면 예전 우리네 엄마들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엄마가 직접 만들어 놓은 음식을 먹을 때 목구멍에서 음식과 함께 눈물까지 삼킨 것 같았다. 엄마의 고단함, 정성, 눈물, 애정이 담긴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내가 친정 부모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친정집 정리 잘하고 서울 올라가서 잘 지내는 것이겠지? 지금은 내가 육아 중이지만, 매달 양가 부모님에게 드리는 용돈을 잘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2024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는 그나마 육아가 수월해져 친정 엄마에게 전화하는 횟수도 줄었다. 내년에는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며 부모님께 용돈도 더 드릴 수 있도록 노력을 다짐하며 친정집을 나섰다.





v 마음 정리 체크하기

-부모님과 잘 지내는 편인가요?

-부모님의 현재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keyword
이전 06화나 사용 설명서 - 나를 객관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