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음'의 경제학

'귀찮음'을 다루는 법

by 김종환

귀찮음의 경제학: 우리는 왜 해야 할 일을 미루는가


우리 안에는 성장을 방해하는 수많은 적들이 있지만, ‘귀찮음’만큼 교묘하고 끈질긴 적은 드물다. ‘해야 하는 줄 알면서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 이 단순한 감정은 우리의 원대한 계획을 좌절시키고, 더 나은 나로 나아갈 길을 가로막는 가장 보편적인 장애물이다.


우리는 흔히 귀찮음을 의지박약이나 게으름의 문제로 치부하며 자책한다. 하지만 나는 나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귀찮음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우리 뇌 안에서 벌어지는 매우 정교하고 합리적인 ‘경제 논리’의 결과물임을 발견했다. 이 글은 그 ‘귀찮음의 경제학’을 해부하고, 그 작동 원리를 이해하여, 마침내 그것을 다스리는 법에 대한 나의 탐구 기록이다.



‘귀찮음’과 ‘가치없음’의 명확한 차이


가장 먼저 우리는, ‘귀찮음’과 ‘가치 없음’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이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은 완전히 다르다.


가치 없음 (Worthlessness): 이것은 말 그대로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 그 행위를 했을 때 돌아올 즉각적인 쾌감(충동의 목소리)도 마땅치 않고, 나의 장기적인 성장(자애의 목소리)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가치 없음’으로 결론 난 일에는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다. 그것은 현명한 무시다.

귀찮음 (Reluctance/Annoyance): 문제는 이것이다. ‘귀찮음’은 ‘분명 가치를 느끼지만, 동시에 심리적인 저항이 느껴지는’ 모순적인 상태다. ‘자애’의 목소리는 “이것이 너를 성장시킬 것이다”라고 속삭이지만, ‘충동’의 목소리는 “하지만 지금 당장은 힘들고 재미없다”고 저항한다. 이 내면의 갈등 상태가 바로 우리가 ‘귀찮음’이라고 부르는 감정의 실체다.



‘귀찮음’의 논리: 비용이 크거나, 보상이 작거나


‘귀찮음’이라는 감정은, 우리 뇌의 ‘단기 투자 전문가(충동 시스템)’가 특정 행위에 대해 ‘투자 부적격’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과 같다. 그 보고서의 핵심 논리는 지극히 합리적인 경제학에 기반한다.


‘이 행위는 현재 투입해야 할 비용(cost)에 비해, 기대되는 보상(benefit)이 너무 작다.’


여기서 ‘비용’이란 단순히 돈이나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하기 싫은 감정을 참아내야 하는 심리적 에너지’를 포함한다. 반면 ‘보상’은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는 쾌감(도파민)’을 의미한다. ‘자격증 공부’라는 행위를 예로 들어보자. 이 행위는 지금 당장 책상에 앉아 머리를 써야 하는 ‘높은 비용’을 요구하지만, 합격이라는 ‘보상’은 아주 먼 미래에나 주어진다(지연 보상). 단기 투자 전문가의 관점에서, 이것은 수익률이 너무 낮아 ‘귀찮음’이라는 거부 반응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최악의 투자 상품인 셈이다.



‘귀찮음’의 특징: 본능이 내리는 빠른 결론


이 ‘귀찮음’이라는 투자 부적격 보고서는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을 가진다.


직관적이고 빠르다: 이 판단은 깊은 숙고를 거치지 않는다. 위험을 감지하는 편도체와 즉각적인 보상을 원하는 도파민 시스템의 합작품이기에, 거의 반사적으로 ‘이건 별로인데?’라는 결론을 내린다.


본능적이다: 이 판단의 최우선 목표는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에너지 손실 최소화’라는 생존 본능에 기반한다. 불확실한 미래의 큰 이익보다는, 지금 당장의 확실한 에너지 보존을 통해 생존 확률을 높이려는, 우리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오래된 지혜인 셈이다.


따라서 ‘귀찮음’은 무시해야 할 꾀병이 아니라, 우리를 지키려는 나름의 충심에서 비롯된, 존중하고 경청해야 할 중요한 ‘경고 신호’다.



내면의 두 투자자: ‘귀찮음’과 ‘자애심’의 대립


하지만 우리 내면에는 단기 투자 전문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가치 투자 전문가(자애 시스템)’ 또한 존재한다. 그는 기업의 현재 주가(즉각적 쾌감)가 아니라, 미래의 성장 가능성(‘내가 살고 싶은 삶’)과 본질적 가치에 투자한다.


‘귀찮음’의 목소리: “이건 지금 당장 에너지만 쓰고, 돌아오는 게 없어. 저기 더 쉽고 재미있는 것(유튜브, 게임)에 투자하자.”


‘자애심’의 목소리: “비록 지금은 힘들지만, 이 투자는 1년 뒤 우리를 몇 배는 더 풍요롭게 만들 거야.”

우리의 내면은 이 두 투자 전문가의 보고서를 받아들고, 어떤 프로젝트에 예산을 집행할지 결정해야 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놓인다.



현명한 CEO의 경영 전략: ‘귀찮음’을 다루는 두 가지 기술


그렇다면, 현명한 CEO인 ‘나’는 이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단기 전문가의 보고서를 무시하고 그의 저항을 힘으로 억누르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 큰 반발을 낳을 뿐이다. 지혜로운 CEO는 그의 의견을 존중하되, 그를 설득할 두 가지 경영 전략을 사용한다.


전략 1: 비용(대가) 낮추기 ‘귀찮음’의 원인이 ‘너무 큰 비용(부담감)’에 있다면, 그 비용을 잘게 쪼개어 심리적 저항을 무력화시킨다. ‘한 시간 공부하기’라는 거대한 목표가 부담스럽다면, ‘책상에 앉아 책을 펴고 딱 한 문단만 읽기’로 목표를 수정하는 것이다. 일단 아주 작은 첫걸음을 떼고 나면, 두 번째, 세 번째 걸음을 내딛는 것은 훨씬 수월해진다.


전략 2: 보상(가치) 키우기 ‘귀찮음’의 원인이 ‘즉각적인 보상의 부재’에 있다면, 의식적인 ‘틈’을 만들어 장기적인 보상의 가치를 상기시킨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기 전, 단 1분만이라도 멈추어 질문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반짝이는 유리구슬을 원하는가, 아니면 저 돌 안에 잠든 다이아몬드를 원하는가?” 이 질문은 장기적인 보상의 가치를 현재로 끌어와, 단기적인 유혹을 이겨낼 힘을 준다.



‘귀찮음’은 적이 아닌, 오래된 조언자다


‘귀찮음’은 우리가 제거해야 할 버그나 적이 아니다. 그것은 수십만 년 동안 우리의 생존을 도왔던, 지극히 현실적이고 보수적인 ‘조언자’의 목소리다. 다만, 그의 지혜가 더 이상 현대 사회의 ‘성장’에는 맞지 않을 뿐이다.


진정한 지혜는, 그 ‘에너지를 아끼라’는 조언자의 목소리와,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라’는 ‘자애’의 목소리 모두를 경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을 통합하여, “좋다. 너의 우려를 받아들여, 오늘은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그러나 성장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겠다”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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