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TV 동물농장’과 반려동물 민원

개가 문제가 아니라, 행정이 문제였다(?)

by 우박

일요일 아침, 평화로운 ‘TV 동물농장’의 풍경은 이제 TV 속에만 존재한다. 현실 속 우리 동네 산책로는 전쟁터다. 공원 벤치 밑엔 주인을 잃은(?) 배설물이 나뒹굴고, 아파트 게시판에는 “개 산책 금지”라는 살벌한 쪽지와 “사람이 문제지 개가 문제냐”는 서운한 항의문이 나란히 붙어 있다. 이제 반려동물 갈등은 어쩌다 일어나는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우리 동네의 ‘익숙한 불화’가 되어버렸다.


이 갈등의 골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민원 빅데이터를 보면 2022년 7월부터 3년간 접수된 반려동물 관련 민원은 무려 3만 6,813건. 특히 2025년 들어서는 월평균 민원이 전년 대비 약 2배나 폭증했다. 목줄 미착용부터 배설물 방치, 학대 처벌 요구까지 화면 속 갈등이 전국 곳곳에서 무한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배설물 문제는 단순히 “냄새난다, 지저분하다”는 위생 문제를 넘어선다. “나만 치우는 것 같아 억울하다”는 반려인과 “아이들이 노는 곳에 이게 뭐냐”는 비반려인의 감정이 정면충돌하며 주민 간 신뢰를 통째로 뒤흔든다. 지자체가 단순히 과태료 딱지만 끊어서는 해결될 수 없는 ‘심리적 재난’의 영역에 진입한 것이다.


지난해 충남 예산군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은 상징적이다. 주민투표로 ‘단지 내 개 산책 금지’ 여부를 결정했는데, 결과는 찬성 203표 대 반대 201표. 단 ‘2표 차’로 산책로가 폐쇄될 뻔했다. 이 아슬아슬한 수치는 반려동물 오물 문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이 폭발 직전의 임계점에 와 있음을 보여준다.


법이 없어서 이 난리일까? 아니다. 동물보호법과 지자체 조례는 이미 촘촘하다. 배설물을 치우지 않으면 5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고, 서울시 등은 횟수에 따라 과태료를 차등 부과하며 홍보에 열을 올린다. CCTV와 신고로 실제 과태료를 무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 온도는 차갑다. 캠페인은 스쳐 지나가는 행사일 뿐이고, 민원은 “왜 단속 안 하냐”는 쪽과 “왜 나만 잡냐”는 쪽 사이의 핑퐁 게임으로 전락했다. 정작 배변봉투함이나 전용 쓰레기통, 세척 시설을 어디에 얼마나 설치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은 전무하다. 갈등이 집중되는 아파트나 학교 주변에 상시적인 중재 기구나 교육 장치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감시와 반발’이라는 악순환의 굴레만 커지는 꼴이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유기동물 예산을 늘리는 것만큼 중요한 건, 사람과 동물이 함께 쓰는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다.


첫째, ‘데이터 기반의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공원과 산책로에 배변 시설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전수조사해야 한다. 경기도 일부 시·군처럼 시설 현황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인프라가 빈약한 ‘민원 핫스팟’에 예산을 우선 투입하는 ‘족집게 행정’이 필요하다.


둘째, ‘갈등 조정 장치’를 미리 심어두어야 한다. 예산군 아파트처럼 주민투표로 극단적인 “단지 내 반려견 산책 금지”가 결정되기 전에, 마을 단위에서 반려·비반려인이 머리를 맞대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산책 시간대나 구역, 청소 원칙을 주민들이 직접 합의하고 이를 지자체가 조례로 뒷받침하는 방식이 훨씬 현실적이다.


셋째, ‘홍보의 체질 개선’이다. 길거리에 걸린 천편일률적인 현수막은 이제 공해다. 그 예산을 학교, 주민자치센터, 입주자대표회의와 연계한 ‘생활 밀착형 교육’으로 돌려야 한다. 단속 공무원의 평가지표에 ‘교육 및 설명회 개최’를 포함한다면, 같은 비용으로도 주민 인식을 훨씬 깊게 파고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누적된 민원 데이터를 활용해 ‘반려동물 갈등 지도’를 그려야 한다. 어디서, 언제, 어떤 문제가 터지는지 파악해 인력과 시설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것, 이것이 바로 21세기 ‘데이터 행정’의 정석이다.


반려동물 오물 문제를 견주 개인의 양심 탓으로만 돌리면 답이 없다. 하지만 이를 ‘공간 설계와 행정 시스템의 문제’로 바라보는 순간, 해결의 실마리는 선명해진다. “개가 문제가 아니라, 행정이 문제였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 만드는 것, 그것이 지방자치단체의 실력이다. 견주의 양심이나 민원인의 예민함을 탓하기 전에 시스템부터 점검하는 지자체만이 ‘동물농장’의 비극을 우리 동네의 훈훈한 미담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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