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온 문자
한 날 두 날 세 날
요새는 그럭저럭 차분히 잘 살고 있었다. 조용하네... 내 속이
싶었다. 이유를 찾자면 뭐 딱히 이유랄 게 없어서 비교적 그랬던 것 아닐까 느슨하게 아침을 조용히 맞이했고 밤엔 빨리 잠들었다.
문자 때문이었다.
지그재그로, 로켓 발사되듯 가슴부터 정수리까지 찌르며 올라가는 열.
피부를 뚫지는 못해 내 몸의 가장 위를 거침없이 훅 친 다음 여열로 안쪽 이곳저곳에 불안을 튀기는 그 반갑지 않은 열이 오랜만에, 왔다.
수년 전, 그러니까 우울증을 인지하고 서두르던 때와 맞물려 몸은 여기저기가 덜그럭 댔다. 먼저 호르몬이 엉망이 돼 심각하다 진단을 받으며 이거는 잘, 이러는 경우는 잘 없는데...약 잘 드셔야 해요 같은 말들을 들으며... 황당하고 억울하게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이 쇠하고 고장 나 있었다.
그중 나를 가장 괴롭힌 건 원인불명의 낭종이었는데, 정확히 밝히긴 힘들지만(내 몸 이야기이면서 가장 재언급하기 힘들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했던 병원에서 재검하라는 연락을 받았으며 그때 전화 주셨던 분께서 ‘뭐... 일단 __초음파를 보는 곳에서 확실히 검사를 하시고요. 별 거 아니란 결과받으시면 돼요.’ 요로케 너무나 내 걱정이 찐득찐득 내 애를 뒤덮지 않도록 단어를 탁월하게 선택해 주신 덕에 처음에는 큰 일이라 생각질 않았었다.
그러나 진료의뢰서를 받고 오는 길에 내용을 읽어보며 가슴은 퉁퉁 지하까지 무게를 중력을 최대로 받아가며 내려앉게 됐고 발발 떨리는 손으로 무작정 대학병원이란 대학병원, 그 과란 과는 몽땅 찾아 예약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몇 달에 걸쳐 검사와 일주일 후 결과를 반복해 가며 곧 죽겠구나, 죽기보다 더 무서운 입원이나 수술 같은 것을 상상하며 거의 나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 장기는 참 희한했다. 그리고 왜 내 장기에 그런 것이 독특한 양상으로 자라나 있었는지
이유를 알 것도 같고 대체로 모르겠고 진절머리가 쳐졌다.
하루새 2kg의 체중이 빠져나갔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 속도의 참 괜찮은 다이어트였다. 매일 그렇담 얼마나좋아 싶을 정도로. 이제야 하는 소리지만
우울. 몸속에 질량을 가지고 제법 크게 자라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 스스로 만들어낸, 내 자아라기엔 그렇지만 내 마음 상태와 내 우울.. 그게 아니었을까. 나는 스스로 후회하면서도 억울했고 다시 후회했다. 얼마나 쌓이고 쌓였기에 이것이 이런 식으로 드러나나 통탄을 금치 못했고.
내 우울의 원인과 시작과 줄기와 아무튼 그와 연관된 모든 것들을 원망했다. 두통이 오면서 장기 어느쯤이 욱신거리는 것 같았고 그 무언가가 커지는 것 같아 무섭고 어두웠다... 참 힘들었다 그때
결론적으로 추적하는 정도로 이 일은 마무리가 됐다. 누군가 두루뭉술한 내 이야기에 같이 안도해 주신다면, 참 고맙겠다.
그래서 나는 이 해프닝에 관해 긴 연재를 할 수도 없고 깊이 파고들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내 장기의 안녕하지 못한 이야기는 찔끔찔끔 계속된다. 이게 문제여...
올해가 오랜만에 돌아온 검사가 있는 해였고 나는 얼마 전 혼자 가서 익숙하게 채혈과 여러가지 검사들+좀 시간이 걸리는 검사들, 보통은 보호자를 동행하는 검사들까지 야무지게 마치고 온 참이었다.
그저 결과를 들으러 한 번 더 같은 곳에 가기만 하면 이 찔끔따끔한 불행+불안 키트는 소진이 되는 건데, 그 한 번 더 가야 할 날 며칠 전 무방비로 병원에서 안내문자를 보냈다.
ㅇㅇㅇ님, ㅁㅁ월 **일 @@ 검사가 예약돼 있습니다.
방문하시면 바로.... 뭐 어쩌고 저쩌고
참나. 덜컹. 주르륵. 텅. 이건 또 뭐야?
통상 급히 전화 연락을 받은 게 아니면 대학병원이라 한들 딱히 큰 이벤트를 예상하지는 않아도 된다. 그러나 마나 나는 그런데 자동반사처럼 겨우 매달려 있던 심장을 그렇게 몸속 어딘가로 툭툭 떨어져라 쳐내고 만다. 이. 이게 무슨 소리지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왼쪽 가슴이 둥둥 울려댄다. 왜 나는 처음 듣는 소릴 이렇게 하는거야 또,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이건 왜 검사하는거야 뭐가 잘못됐나? 뭐가 또 잘못됐나?
그렇게, 불안은 조용히 조용히 자기를 온전히 숨기고 있다고 항상 뭐 이런 방식으로 나를 조여 온다. 불안하지만 어쩌겠어... 이딴 말 같은 걸 들릴 듯 느껴지게 하면서.
오후 네 시를 향하고, 시간은... 나는 주눅 든 개마냥 그저 축축 늘어졌다. 전화해 보는 수밖에... 무서워도 직접 묻는 수밖에.
같이 사는 이는 내가 예약된 불안 앞에 내려앉아 땅바닥에서 지옥처럼 이게 뭘까... 뭐가 또 어떻게 됐길래 이런 게 왔지
이 상황 좀 어떻게 해줘 봐 울먹이니까
... 체중 늘어서 뭐 좀 달라졌나보지. 좀... 그렇게 내려앉지 마.
하고 잠시 말을 줄였다.
기분이 슬 안 좋아질 정도로
내 이런 상황과 상태 앞에 그 사람은 매번 아예 저 위쪽에서 가볍디 가볍게 아, 암 소리 좀 그만해. 그리고 그 말도 안 되는 걱정이 설사 맞아서 암이면 고쳐줄게 됐지
내 거 하나 떼서 준다고 몇 번을 말하니 됐지 하는 식인데 오늘은 왜
내가 있는 아래쪽 가까이에서 말이 없을까? 이건 진짜 불안한 상황이다. 나는 거의 지구의 핵까지 파고든다.
우울과 불안증을 치료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검사들을 했고 당시 치료사는 건강염려증을 가장 먼저 의심했다. 결과에서 다행히 그게 나오지 않았다고 했었는데. 참 입이 쓰다.
비염이 심하신데요... 하는 말에도 무릎 꿇고 주저앉을 것 같다. 내가 나를 봐도.
검사는 별 일이 아니었다. 나는 용기를 내서 병원에 바로 전화를 걸었고, 안내하시는 분은 잠깐 ‘... 어,? 아 잠시만요’ 하며 애를 태우긴 했으나 이내 이거 진료실 들어가시기 전에 이 과에서 보통 하는 검사예요. 하고 예상은 못했으나 너무나 마음 놓이는 대답을 주었다.
해방
당장 죽고 싶다는 마음과, 내 죽고 싶다는 마음과는
내 마음이 아닌 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또 병원을 다니며 갑작스러운 소식에 머리 여기저기를 얻어맞는 건 확실히 다르나 타격인 걸까?
이런 말을 써 내려가면서도 나는 짐짓 내가 싱겁고 머쓱하다. 화들짝 놀라고, 바로 주저앉고 내려앉을 태세로 있는 나.
완전무결하게, 까지는 아니어도 대충 건강한 채여야만 이 속의 울증이며 조증이며 불안이며 공황을 견딜 수 있다고, 그 건강을 적립이라도 할 셈일까.
얼마나, 평온과 담담함이라는 건 얼마나, ㅡ알 수도 없고 안 적도 없지만ㅡ뜨뜻할까.
조금 불안하거나 많이 불안한 나는 아주 먼 그 상태를 동경하며, 당장은 이렇게 살 수밖에 없겠다. 조금의 불안인 것을 안도하며.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