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침 노을 Feb 13. 2022

개같은 인생이 개 같아지길...

개가 보여주는 격세지감(隔世之感)

*이 글에서는 '개같다'와 '개 같다'를 다르게 사용하였다. 


 "인생 개 같다."

 혹시 오늘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면, 당신의 인생은 승격된 것이다. 미리 축하한다.


짐승

 기원전 440만 년 전, 남방의 원숭이가 이 땅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하여,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그들은 현생 인류의 조상이라고 일컬어진다. 그들은 나약했다. 힘이 없었다. 자연에 굴복했고, 어쩔 수 없이 자연에 적응했다.  그들은 짐승이었다. 

 그러다 혁명이 있어났다. 인지혁명이라는 혁명이 말이다.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것은 아니다. 짐승도 저마다의 의사소통 방식을 갖기 때문이다. 개미만 하더라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 생각보다 짐승은 똑똑하다. 인지혁명은 의사소통 주제에 변혁이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짐승은 '실제'에 대해서만 떠들었다. 그들에게 눈에 보이는 것만이 세상이었고, 진리였고, 삶이었다. 경험론자로 대표되는 짐승들은 혁명을 일으켰다. 그리고 '허구'를 믿기 시작했다. 그들은 문자를 만들었다. 그들은 종교를 만들었다. 그들은 하늘과 땅의 뜻을 해석했고, 학문을 만들엇다. 짐승은 상징을 깨달았고, 그렇게 인간이 되었다. 


가축

 인간은 자연에 굴복하기 싫었다. 그들에게 주변 환경은 이용가능한 대상이었다.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단 중의 수단, 그것이 자연이었다. 자연 위에 존재하는 수많은 짐승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은 그들에게 찰떡이다. 짐승이었던 과거를 죽이고, 짐승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개'이다. 개는 가축화되었다. 양치기 개, 사냥용 개, 혹은 식용개. 개는 인간에게 살아 있는 도구와도 같았다. 


애완견

 변화가 일어났다. 동굴에 벽화를 그리던 유전자가 발현되기 시작했다. 이상적인 인간을, 현실적인 인간을, 동서양을 융합한 인간을 사람들은 조각했다. 자연을 묘사하고, 빛을 묘사하고, 묘사되지 않는 것을 묘사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미적 감수성을 보여주었다. 가축도 예술품이었다. '개'는 가축이다. 개는 예술품이 되었다. 예술품에 대한 애정은 너무나 컸고, 인간은 개에게 애완견의 칭호를 부여했다. 애완은 사랑을 주는 자와 사랑을 받는 자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둘 사이의 착취 관게를 함축한다. 사랑을 받는 자는 사랑 주는 자가 제공한 보상에 걸맞는 사랑스러움을 보여야 한다. 애완견은 사랑 받는 동물에 걸맞은 모습을 보였다. 


반려견

 그러다 생명체가 인간과 동등한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다양한 대담이 이어졌지만, '개'는 어떻게든 인간과 동등한 도덕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그렇게, 애완견은 반려견이 되었다. 반려는 인생의 동반자(물)에게 부여하는 직함이다. 그렇다. 개가 인간이 된 것이다. 밀 재배는 인류 최대의 사기극이라는 말이 있다.  식물에 밀이 있다면 동물엔 개가 있을 것이다. 개를 길들인 것은 인류 최대의 사기극이다. 개는 알았다. 인간에게 빌붙으면 살아남기 편하다는 것을 말이다.

 집 근처를 살펴봐라. 동물병원은 1층에 있다. 인간병원은 2층에 있다.동물병원은 24시간이다. 인간병윈은 9 to 6이다. 접근성. 효율성. 수입. 어느 면에서도 인간병원은 동물병원을 이기지 못한다. 그 중심엔 개가 있다.(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 문단에는 과장법을 사용했다는 것을 독자가 알아주길)

'개같다'는 비속어이다. 어떤 대상이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사용하는 단어이다.  하지만 이제 개같다는 말의 의미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주장해본다. 개 같다는 말은 주어를 화자의 반려인(물)으로 삼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당신에게 누군가가 개 같다고 했다면,  그 사람은 당신과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는 일종의 구애 행위를 보인 것이다(물론, 어떤 사람과의 동행은 지옥을 경험하게 한다).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고백하는 건 어떨가. 넌 참 개 같구나^^



이전 07화 일과 삶의 적분과 미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