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일이 있었나요?
월요일 아침 8시 40분. 출근길이었다.
알람을 맞춰놓지 않았다. 5분 늦게 일어났다. 걸음걸이가 빨라진다. 늦으면 안 되는데.
그때였다. 아침 9시도 안 된 시간이었는데. 우리 엄마말마따나 다 큰 처녀가 울면서 길을 걷는다.
엉엉. 소리를 내며 다 큰 여자가 길거리에서 마음을 토해낸다.
서른 살은 족히 넘어 보이는 다 큰 여자가 울면서 길을 걷는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걱정스러운 맘에 두 발자국을 걷는다. 다시 돌아본다.
40이 되고 나서, 아니 10살짜리 어린아이 었을 때도 그렇게 울어본 적은 없었다.
마음이고 머릿속에 콕콕 박혀 있는 아픈 것들이 떠내려갈 만큼 울어본 적 없었다. 나는 그랬다.
아침 출근길, 다른 사람 의식하지 않고 우는 것에 충실했던 그 여자가 부러웠다.
캐나다에서 잘 사는 것 같다가도 마음에 맺힌 것들이 비눗방울처럼 한 개고 두 개고 다시 살아난다.
마음 하나가 폭 터지고. 또 다른 마음이 터진다. 그리고 엉망이 돼.
'그래. 사는 건 힘들지. 사람 북적이는 거리에서 눈물이 터질 만큼. 삶은 힘들지.'
나는 나쁘게도 거리에서 우는 다 큰 여자를 보고 '다들 버텨내는구나.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는 건 힘들다. 잘 살아지는 것 같다가도 고꾸라지고 다시 원점이다. 악을 쓰고 기어 올라갔는데 주르륵. 미끄러진다. 아래로 아래로.
산다는 게. 살아남는다는 게 구차했다. 나만 빼고 다들 잘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지지리 운도 없고 불행했다 믿었다. 출근길 이름 모를 여자의 눈물이 응원이 되었다.
서로에게 괜찮을 거라고 밑도 끝도 없는 희망을 나누고 싶었다.
'살아야지, 살아야 돼요.'
'살면, 그래도 좋은 날이 올 거예요. 나도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그래서 죽으려고도 많이 했는데요.
캐나다까지 와서 살고 있는 거 보면요. 버티면 좋은 날 온다는 말도 반 정도 맞는 거 같아요.'
잘 살다가도 한두 번씩. 마음의 바다는 출렁거린다. 어쩌지도 못하고 기다린다. 잠잠해지기를.
잘될 거라는 믿음. 지금 힘든 것이 전부가 아닐 거라는 희망. 그걸 믿고 버텨보기로 했다.
답답한 가슴을 부서져라 치며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나 같은 사람들에게
'괜찮아요. 다 지나갈 거예요.'
위로를 건넨다. 어른이 되어서도 울지 못하는 당신에게. 나를 꼭 닮은 당신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살아봐요. 우리, 좋은 날이 꼭 올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