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늘. 아빠. 우리 아빠.
사람이 녹는다. 8월 내리쬐는 태양빛에 녹는 아이스크림처럼.
아빠. 우리 아빠 이야기.
아빠는 대기업을 다녔고 관뒀다. 난 그때 국민학교 5학년이었다. 파란 용달차에 누런 박스 몇 개를 싣고 덜컹거리는 시골길을 달렸다. 이사하는 날의 기억. 틈이 벌어진 녹슨 회색 슬레이트 지붕. 우리 가족은 그곳에서 줄곧 살았다.
단단했던 아빠가 녹기 시작했던 건 그쯤이었다. 아빤 소주를 자주 마셨고 시발을 입에 달고 살았다.
서울 아파트에 살 땐 잠자기 전 꼭 디즈디 동화책을 읽어주던 아빠였다. 그것도 정말 오래된 기억이네.
아빠가 공장 기계에 깔리던 날. 아빠 다리에 철심을 박았다. 아빠는 절뚝거리며 퇴원을 했다. 아빠는 이제 다리병신이야. 아빠가 말했다. 아빠는 망했어. 이제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냥 이렇게 살다 죽는 거지.
뚝뚝. 태양볕에 녹는 아이스크림처럼 아빠가 녹으며 말을 했다.
아빠는 끝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래서 그런 말을 했을 거야. 아빠 인생이 녹는다고 그래서 아빠도 녹아 없어진다고. 그런데 아빠. 내가 아빨 사랑하는 마음도 몇 번이나 녹아내렸거든. 아빠가 나 때릴 때. 나가 뒤지라고 했을 때 말이야. 나도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녹아내렸거든.
근데. 사랑 같은 거. 삶 같은 건. 녹아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더라고. 우리 녹고 또다시 얼어붙어서 찌그러진 아이스크림 같은 인생이지만 아빠. 정말 중요한 건 녹아도 사라지지 않더라고.
사랑.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