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던 곳만.
쥐덫 놓는 사람. 빨간 가방 든 한국 아저씨.
일하던 스타벅스 매장엔 쥐가 많았다. 한 달에 한두 번. 혹은 쥐덫에 쥐가 잡힌 날이면 늘 오시던 분이었다.
"혹시 커피 괜찮으시면 라테 한잔 타 드릴게요. 드시고 가세요."
"아이고 괜찮아요. 나 때문에 잘못되면 어떻게."
"제가 오늘 커피 안 마셔서 제껄로 찍어 드리면 돼요. 괜찮아요."
"제가 저번주에 면접 봤는데 연락이 안 오네요." 라테를 만들며 내가 말했다.
"다 잘될 거예요. 열심히 살면 그만큼 다 돌아오더라구요."
"나도 쥐 잡는다고 이런 일 한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 회사가 캐네디언들이 하는 데거든요. 출퇴근 딱딱 맞춰주고 씩 데이도 있고. 나도 이 회사 처음 들어올 때 영어로 면접 봤는데 안 되는 줄 알았어. 영어 때문에. 근데 몇 번이고 이력서를 냈지. 다 자기 자리가 있더라고. 잘될 거예요. 걱정하지 말고. 계속해봐요. 뭐든지. 커피 잘 마실게요."
빨간 가방을 메고 돌아서는 그 뒷모습을 눈에 담던날. 내가 나조차도 믿을 수 없을 땐 그분이 나에게 해주셨던 '잘될 거예요. 걱정하지 말고 계속해봐요. 뭐든지.' 그 말을 밥처럼 곱씹었다.
남 눈치 신경 안 쓰고 나도 그분처럼 멋진 사람이 되어야지.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게 존댓말을 써주셨던 그분. 고맙습니다. 저는 덕분에 취직도 하고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었어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