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구리 뱅뱅을 시키자.
민자 요즘따라 유난히 짜증 나는 일이 많았다. 별것도 아닌데 발가락 사이에 박힌 티눈처럼 성가신 일들.
같이 일하는 동료와 손발이 맞지 않았다. 얼음이 똑 떨어졌는데 얼음을 가져오지 않는다. 바빠 죽겠는데 동료하나를 잡고서는 어제 남자친구와 싸운 이야기를 하고 앉아 있다. '아니 쟤는 왜 눈치가 없어' 민자 아침부터 시발시발거렸다. 미친 닭처럼 민자 혼자 푸드덕 거리며 매장을 날아다닌다. 스타벅스가 민자 껏도 아닌데. 민자 영혼까지 탈탈 갈아 넣고 온몸으로 일을 한다.
"아이스 라테에 얼음 2개만 넣어줘요. 딱 2개. 저번날엔 5개가 들어있었어. 그러면 환불할 거니까 딱 2개만 넣어요." 밴쿠버 스타벅스엔 도른자들도 많다. 아니. 그럴 거면 그냥 집에서 만들어 서...ㅁ.. 민자 가슴 깊숙이 올라오는 성질을 눌러 찍는다. 아. 참아야지.
하긴 5분 전에도 도른 자 손님하나가 왔었다.
"이거 아이스 아메리카노 시켰는데 너무 차가워요. 다른 걸로 바꿔 주세요." 아이스를 시켰는데 너무 차갑다니. 이게 말인가 방군가. 민자 무슨 말인가 싶어 파란 눈의 그녀를 똑바로 쳐다본다. '뭐지? 이 사람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건가?'
세상은 넓고 도른 자는 많다. 민자도 그중 하나일지 모른다. 오늘따라 성질나는 일들이 많았다. 민자. 민자만을 위한 달달한 아이스캐러멜 마끼아또를 만든다.
제일 큰 트렌타 컵을 집는다. 있는 힘껏 캐러멜 드리즐을 쭈욱 짠다. 캐러멜을 먹지 못해 죽은 귀신이 붙은 것처럼. 민자 젖 먹던 힘을 끌어내서 캐러멜을 짠다. 비싼 오트 밀크를 들이붓고 에스프레소를 넣는다. '오늘은 카페인의 힘이 더 필요해.' 민자 에스프레소 샷 4개를 때려 박는다.
'촤르르' 얼음이 들어간다. 그 위에 다시 캐러멜을 덮는다. 캐러멜이 반통이나 들어갔다.
녹색 앞치마를 훅 던져 놓고 큰 유리창가에 앉아 아이스 캐러멜 마끼아또를 한잔 쭉 들이킨다.
"어매, 좋다."
빨대 사이로 캐러멜 덩어리 하나가 훅 올라온다. 민자 목구멍으로 달달함이 퍼진다.
"그래, 인생 뭐 있어? 여기 내 가게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야. 신경 쓰지 말아야지. 일도 열심히 하지 말아야지. 알아주지도 않는데. 아니 뭐 스타벅스에서 상 받을 거야? 일 열심히 한다고 돈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시발거리면서 일할필요가 있냔 말이야. 안 그래?" 민자 캐러멜 마끼아또 한잔 마시더니 취했다. 혼자서 말이 많다.
"인생 짧다. 캐나다 스타벅스에서 뼈를 갈아 일하면서 시발거리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잖아." 민자 브레이크가 끝나면 마치 땅을 산 사촌의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마음가짐으로 설렁설렁. 시키는 일만 하자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