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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판과 장기판

두 세력의 갈등

by 로진

세계 역사는 두 세력의 갈등 즉 유목 민족과 정주 민족 간의 갈등 통하여 발전되었다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 두 세력이 어떻게 세계를 정복하며 그 세력을 확장시켜 나갔는지 기본적인 개념도 많이 다르다. 민족의 조직적 시스템 면에서 유목민족는 바둑판, 정주민족은 장기판(체스를 포함)과 비슷하다. 장기판에는 조직, 계급, 역할, 성별이 분명하게 결정되어 있지만, 바둑판에는 어느 것도 결정되어 있지 않고 오직 흰 돌과 검은 돌만 결정되어 있다. 그래서 장기판에서는 최고의 지배자인 왕만 잡으면 게임은 끝나지만, 바둑판은 어느 특정 부분에 의해 게임이 끝나지 않고 많은 영역을 확보하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다. 장기판에서는 모든 조직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고 정해진 규율과 질서에 따라 움직여야 하지만, 바둑판은 바둑알 희고 검은 색만 구별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알아서 움직이며 가능한한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여 땅을 많이 빼앗는다.

고대로부터 정주 사회는 태어나면서부터 신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사회가 경직되어 혁명이 없는 한 계층간의 이동은 거의 불가능했지만, 유목 사회는 정주 사회보다는 비교적 신분 체계가 느슨했으므로 계층간의 이동과 세대간의 소통도 쉬웠는데, 내 나이의 아래와 위로 10년은 모두가 친구이다. 유목 사회에서는 전사로서의 탁월한 능력만 보이면 모든 권력과 부를 쟁취할 수 있었고 신분 상승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유목 사회는 철저히 능력 중심제라 할 수 있다.


전쟁에서 유목민족 군대는 전투부대와 보급부대의 구별이 거의 없었다. 특별히 선봉 부대는 전투부대와 보급부대가 따로 있지 않았고 전투병이 2필의 말을 타고 다니며 미리 말려 놓았던 육포를 먹으며 하루에도 수십킬로 이동하였고 식량이 떨어진 위급한 상황에서는 말 한마리를 잡아먹으며 쉬지 않고 이동하며 전 유라시아를 정복하였다. 일반적으로 전쟁의 승패는 보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는데, 현대의 전쟁에서도 보급이 얼마나 원활하게 지원되는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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