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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Oct 07. 2022

곧, 20년 전 몸무게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생애 처음 여성 전용 헬스장에 등록했다


퇴직 전에 온전한 2~3Kg만 빠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많이 뚱뚱한 편은 아니지만 나만 아는 속살이 자꾸 쪄서 그게 스트레스가 되었다. 출근하려고 바지를 입으면 허리가 잠기지 않아 다른 옷으로 갈아입기도 하고, 원피스를 입으면 허리가 조여서 다시 헐렁한 원피스로 갈아입기도 하였다.


20대엔 43~44Kg 정도였다. 그땐 너무 말라서 기운이 없어 특히 여름이면 가끔 링거를 맞아야 했다. 30대엔 아들 둘을 출산하였지만 여름에는 46Kg, 겨울에는 47~48Kg을 늘 유지했다. 55 사이즈를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몸무게다. 나잇살이 있는 건 확실하다. 40대가 되면서 50킬로가 넘어갔지만 51Kg 정도라 아직은 55를 입는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50대가 되더니 53Kg이 되었고 회식이 많을 때는 가끔 56Kg까지 올라갈 때가 있었다. 55 사이즈에서 점점 멀어져서 66 사이즈가 편한 몸무게가 되었다. 40대 때도 나름 날씬하다고 생각했는데 연수에서 2,30대에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을 만나면

"살 많이 찌셨네요."

라고 하였다. 2,30대 땐 많이 날씬했던 것 같다.


교장이 되고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고 승용차로 출퇴근하다 보니 내 인생에서 가장 무거운 몸이 되었다. 운동을 해야지 생각은 하는데 몸이 피곤하니 시간 내서 운동도 하지 못했다.

다른 분들은

"살 안 찌셨는데요. 날씬하세요."

라고 말씀하시지만 그건 모르는 말씀이다. 회식이라도 하고 오는 날엔 체중계 숫자가 놀리듯 하염없이 올라가서 그다음 날엔 저녁을 굶었다. 그러면 아주 조금 몸무게가 줄어들었지만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였다. 쉬울 것 같은 온전한 2~3Kg은 나를 비웃듯 멀어졌다.


https://brunch.co.kr/@ce3179a175d043c/42


나이가 들면 밥심으로 산다고 한다. 뭘 먹든지 세끼는 꼭 찾아먹어야 된다. 커피랑 빵을, 때론 떡으로 아침을 간단히 먹고 출근하면 급식은 꼭 먹어야 했다. 급식은 너무 맛있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남기지 말고 골고루 잘 먹으라고 하면서 교장인 내가 남길 수 없어서 대부분 깨끗하게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그 사이사이에 가끔 간식을 먹기도 다. 우리 집은 짝꿍과 같이 먹는 식사는 저녁뿐이라서 저녁을 잘 차려 먹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저녁을 많이 먹게 되어 살이 더 안 빠지 것 같았다.


8월 말에 퇴직하고 집에 혼자 있다 보니 운동도 내 마음대로, 식사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아침은 간단하게 먹었다. 퇴직 전에도 간단하게 먹었기에 아침은 똑같다. 대신 오전에 공원에 가서 6,000~7,000보 정도를 걷고 공복시간을 늘리려고 1시 30분경에 점심은 과일과 약간의 간식으로 때웠다. 커피도 아침에 한 잔만 마셨다.

저녁은 짝꿍과 같이 꼭 밥을 먹었지만 고기 먹는 날은 밥보다는 고기와 샐러드를 먹었다. 정말 몇 년 동안 노래 불렀던 온전한 2Kg이 빠졌다. 요즘 식사를 해도 53Kg을 넘지 않고 52Kg 아래로 내려가기도 한다. 평균 52Kg이다. 드디어 해냈다. 요즘 꽉 끼던 바지도 쑤욱 들어가고 못 입던 원피스도 입을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온전한 2Kg 살 빼기 프로젝트는 이렇다.

7, 8월에 장 클린 건강 보조식품을 사서 두 달 정도 복용하고 변비를 잡았고, 8월 16일에 장 내시경을 한 이후부터 체지방이 조금 빠진 것 같다. 잠자기 전에 매일 1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고, 기상하면 침대에서 5분 정도 스트레칭으로 아침을 깨운다. 오전에 근린공원에 가서 6,000보 정도 걸었다. 저녁 먹은 후에는 절대로 야식, 간식을 먹지 않았고 12시간 이상 공복을 유지하였다. 아침 식사는 8시경에 먹고 점심은 1시 30분 이후에 먹어 5시간 이상 공복 상태를 유지하였다. 점심은 간단히 먹었지만 과일을 곁들여 먹기도 하였다.

루테인과 종합비타민, 비타민 C는 오전에 복용하고 오메가 3는 저녁에 복용하였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건강보조식품 복용방법이 맞는 건지는 모르지만 한 번에 다 먹지 않고 나누어서 복용하였다.


여성 전용 헬스장 리:본

몸무게는 조금 빠졌지만 나이 들면 근육량을 늘려야 한다고 한다. 내가 생각해도 난 물살이고 근육이 너무 없다. 가끔 조미료 통을 못 열어 짝꿍에게 한 소리 듣는다. 힘이 왜 그렇게 없냐고. 그래서 근육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교회 젊은 집사님께서 여성 전용 헬스장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바로 이거야!'

그동안 헬스장을 가본 적이 없다.


헬스장은 집에서 5분 거리에 있어 가까워서 좋았다. 헬스장 문을 열며 너무 떨렸다. 나이 많은 사람도 이용 가능할지 몰라서다. 헬스장은 보기에도 너무 깔끔하였다.

"그래, 첫인상은 합격이야."

이곳에서 꼭 운동하고 싶었다. 상호명도 '리:본-다시 태어나다'이다. 여기서 운동하면 왠지 젊음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사님과 상담할 때 내가 허리 협착증이 있어 조금 안 좋고 유연성도 없고 근육량도 너무 적다고 말씀드렸다. 괜찮다고 한다.


생애 처음으로 헬스장 3개월을 끊었다. 아무래도 처음이라 무리하면 안 될 것 같아 일반 운동 코스로 선택하였다. 먼저 인바디 검사를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체중은 괜찮은데 근육량이랑 기초대사량이 현저히 떨어졌다. 물론 대부분의 중년 여성처럼 복부 지방도 표준 이상이다. 매일 오후 3시경에 운동하기로 하였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잘 지도해준다고 했다. 이왕 운동하는 거 복장도 갖추면 좋을 것 같아 가까운 스포츠 매장에 가서 동복도 하나 샀다. 내가 운동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잘할 수 있을지 약간 걱정도 되지만 신난다.


헬스장 첫날은 맛보기로 운동하는 순서를 배웠다. 먼저 혼자 준비 운동하는 방법을 익혔고 14가지 기구를 어떻게 운동하고 순환하는지를 배웠다. 14가지 기구를 30분 동안 순환하며 근력운동을 하고 나면 강사님 지도로 30분 정도 여러 가지 동작의 추가운동을 30분 정도하는데 요일별로 다른 운동이라고 한다. 30분 추가운동을 하는 동안 땀이 흘러서 눈이 아렸다. 아무래도 땀을 막아주는 헤어밴드도 하나 사야겠다. 그 동안 아침 저녁으로 조금씩 했던 스트레칭 분에 몸이 조금 유연해져서 운동하는데 조금 도움이 되었다. 처음부터 운동을 너무 많이 하면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기에 다음 날 힘들 것 같아 오늘은 약하게 운동을 하였다.


매일 1시간 정도 반복하다 보면 기구 사용하는 것도 익숙해지고 잘 따라 하겠지. 오늘은 헬스장에 내 인생 처음으로 간 날이라 많이 어색했지만 곧 익숙해지리라. 운동하는 분들도 연령이 다양해서 나이 들었다고 주눅 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건 다행이었다. 토요일도 운영하지만 주말은 쉬고 주 5일 정도 하려고 한다. 운동은 꾸준하게 해야지 하다가 중지하면 안 한 것만 못하리라.   


예전에 아들이나 짝꿍이 헬스장 3개월, 6개월을 싸다고 끊은 후 한 달 이상 계속 운동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싸다고 3, 6개월로 끊었지만 한 달도 안 가고 헬스장과 굿 바이하는 걸 많이 보아서 나도 그럴까 봐 걱정이다. 나는 절대로 중간에 그만두지 않으리라 다짐해본다.


곧, 20년 전 몸무게 50~51Kg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한번 결심하면 꼭 하는 사람이니까.


나는 나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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