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래 Jun 07. 2023

건강백년 길을 걷다


건강백년길 입구


현충일이라 아침에 조기를 달고 남편은 벼르고 벼르다가 구피 어항 청소를 하였다. 구피가 많아지면서 어항물이 자주 흐려진다. 못해도 한 달에 한 번은 물을 갈아주고 물풀도 아주어야 깨끗하다. 반려동물도 늘 관리하고 관심을 가져주어야 제대로 잘 자란다. 강아지도 고양이도 심지어 구피도 잘 키우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사랑을 주는 건 기본이다.


어항 청소하는 사이에 컴퓨터를 켜고 어제 써 놓은 글을 수정하여  브런치 스토리에 발행하였다. 글이 생각처럼 매끈하게 써지지 않아 여러 번 수정하다 보니 남편이 어항물을 다 갈았다. 어항이 투명해졌다. 구피가 헤엄치는 것이 선명하게 보이니 내 마음이 다 후련하다.


연휴 마지막 날이라 오늘은  산책로를 걷기로 하였다. 집 근처 공원도 있지만 작년에 한 번 다녀온 건강백년 길을 가자고 약속했다.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고 30분 정도 가면 도착한다. 건강백년 길은 작년에 교회 안수집사회에서 부부동반으로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평지라서 걷기 좋았던 것 같아 오늘 게 되었다.


영종도로 알고 있어서 공항철도로 갈아타고 영종도역에서 내려서 밖으로 나갔는데 아무래도 낯이 설었다. 남편이 보더니 한 정거장 더 가서 운서역에 내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다시 들어가서 기차를 타고 운서역에서 하차했다. 제대로 온 것 같았다.


건물 사이로 나가서 횡단보도를 건너니 바로 건강백년 길 입구다. 도착 시간이 10분 전 오후 3시다.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두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아 부지런히 걸었다. 길 가운데에 야자매트가 놓여 있어서 걷기에 좋았다. 책로 양쪽으로는 제법 큰 벚나무가 있었다. 벚꽃이 피었을 때는 정말 아름다웠을 것 같았다.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햇빛은 따가웠지만 이곳은 정말 시원하여 별천지 같았다. 숲이 이렇게 좋구나.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깨끗한 공기를 가슴 깊은 곳까지 들이마셨다. 가슴이 시원하였다. 이렇게 좋은 길인데 오길 참 잘했다. 숲 길을 걸어가면서 양 옆에 있는 나무와 꽃을 보며 성큼성큼 걸었다.


길 양쪽은 숲이라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소나무가 많았는데 다른 나무는 모두 신록이 우거져서 싱싱한데 소나무만 병이 든 것처럼 보였다. 가을도 아닌데 낙엽 든 것처럼 갈색이고 바닥에도 갈색 소나무 잎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병이 든 것 같다. 왕벚꽃 나무에는 영양제가 꽂혀 있었다. 사람처럼 나무도 병이 들고 아프면 영양제도 넣어주고 치료해주어야 하는 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다 보니 표지판에 500미터라고 쓰여 있었다. 조금 더 가니 1킬로미터 이정표가 보였다. 이렇게 500미터 단위로 걸어온 거리를 알려주고 있어서 우리가 얼마를 걸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길 옆에 아카시아를 닮은 나무가 있어서 진을 찍어 식물 이름 알려주는 앱에 올렸더니 족제비싸리나무라고 했다. 열매인지 꽃인지 잘 구분이 안되는데 꼭 족제비 꼬리 같았다. 참 나무 이름을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층층나무도 있었고 인동덩굴도 있었다.


가운데 나무 : 족제비 싸리나무

유아 숲 체험장에 도착했다. 장미가 예쁘게 피어 있어서 장미꽃에 묻혀  컷을 찍었다. 가시 조심하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만약 장미에 가시가 없었다면 예쁜 장미꽃을 꺾으려는 사람이 많을 텐데 가시가 달려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장미도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나 보다.


잠시 벤치에 앉아 물을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잔디에 돗자리를 깔고 아이들과 놀고 있는 가족이 보였다. 연인끼리 왔는지 두 사람이 정답게 앉아 있는 모습도 보인다. 산책로 가까이에 빌라 단지도 있어서 주민들도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맨발로 흙길을 걷는 부부도 보인다. 참 평화로운 풍경이다.


연못 풍경


다시 일어나서 3킬로 구간을 지났다. 이제 조금 더 가면 연못이 나타나리라. 연못을 보고 다시 돌아가면 된다. 3.5킬로 이정표를 지나서 조금 더 가니 생태연못이 보였다. 연못에는 수련이 피어 있었다. 어리연이 연못을 초록으로 덮고 있었고 연못 가장자리에는 보라색 붓꽃과 노란 붓꽃이 보였다. 어리연 아래로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도 보였다. 다음에 왔을 때 어리연 노란 꽃이 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연못 옆 정자에 잠시 앉아 쉬었다.


오랜만에 많이 걸었더니 남편이 다리가 조금 아프다고 했다. 무릎이 조금 안 좋아서 무리하면 안 되기에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연못까지 오는데 1시간 정도 걸렸다. 돌아가는 길은 조금 덜 걸릴 수 있지만, 걷는데 2시간 정도 걸리니 딱 좋은 산책로 같다.


오랜만의  산책이었다. 그동안 둥이 데리고 동네 근린공원에 가긴 했지만 이렇게 걷기 좋은 산책로에 오는 건 참 오랜만이었다. 오늘은 15,645걸음을 걸었다. 근래에 가장 많이 걸었다. 매주 가긴 어렵겠지만 가끔 시간 내어 다녀오려고 한다. 나이 들어 가장 좋은 운동이 걷기라고 하니 먼 곳은 가끔 갈 수 있을 때 가고 가까운 공원이나 아파트 둘레라도 꾸준하게 걸어야겠다.


건강 백 년 길을 걸으면 100살까지 건강하게 살 것 같다. 요즘 남편과 주로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다 보니 걷는 힘이 생긴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다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조금 걱정이 되었던 남편도 아프지 않다고 한다. 주변에 좋은 걷기 길이 있어서 감사하다.


연휴가 끝나니 수요일이 되었다.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며칠 못 본 우리 반 개구쟁이들이 보고 싶다.


이전 17화 20년 전 학부모님과 점심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