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드레스 입은 포도송이

by 유미래


드레스 입은 포도송이



다닥다닥 참 많이 열렸다

동글동글 새알처럼 부풀어

넉넉하던 옆자리 이제 좁아져

엉덩이 비벼도 들어갈 수 없다



한 알 똑 따서 먹고 싶다

손이 자꾸 옷으로 감췄다

부는 바람에 드레스 자락 펄럭이고

뜨거운 햇살에 얼굴 빨개진다



달콤한 향기에 꿀벌 왔다 허탕치고

잔칫집 찾아온 새도 포기하고 날아간다

까맣게 익을 때까지

드레스 펄럭이며

무사히 여물어 가겠지


keyword
이전 13화변덕쟁이 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