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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너머 그리운 당신
10화
유리창 너머 그리운 당신
시
by
유미래
Jul 19. 2023
강화도 스페인 마을 갤러리에서
유리창 너머 그리운 당신
갤러리 유리창 안쪽이 붐빈다
걸려있는 꽃 그림을 보려고 키재기 한다
그녀와 한 곳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어릴 적 시골집 꽃밭의 키 큰 달리아를
자전거로 들길을 달리며 스쳐간 코스모스를
여행 중 담 낮은 집 뜰 안에 있는 화려한 작약꽃을 기억해 낼까
난
당신과 작별하던 날 하얀 국화의 슬픈 얼굴이 떠올랐다
창문 밖으로 눈을 돌린다
희뿌연 날씨와 흐릿한 바다 어딘가에서
당신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 예쁜 공주 왜 이렇게 늙었남."
나보다 더 젊은 당신이 환하게 웃는다
당신은 아픔을 참으며 가르침을 멈추지 않았고
여름방학이 되어서야 서울 병원을 찾았었지
그땐 너무 늦어 손댈 수 없다고
그렇게 당신은 우리 곁을 홀로 떠났다
유리창 너머 흐릿한 하늘 어딘가에서
예뻤던 우리 공주 내려다보며
"많이 힘들었지?"
그래도 열심히 잘 살았다고 칭찬해 주시겠지
예쁜 공주
이제 착한 할머니 되어
언제나 다정하고 욕심 없던 당신을
그대로 닮아갑니다
이제 42년 6개월
당신을 따라가던 예쁜 공주는 가던 길 멈추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
찾아 떠납니다.
당신이 유리창 너머에서 지켜줄 것을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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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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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
저자
2022년에 퇴직했습니다. 퇴직 후 모든 일상이 글감이 되어 글로 반짝입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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