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
저 두 눈
나를 바라본다
나는 못 본 척 책장을 넘긴다
나는 그 옛날의 여자가 되기로 했다
하이힐을 신고 밥을 하고 나물도 무쳤다
여전히 그 눈빛을 못 본 척 책장을 넘겼다
가자미도 구웠다
전화가 울렸지만 받지 않았다
커튼을 열어젖혔다
빛이 길게 돌아왔다
그림자에 붙은 미역줄기는 뜯어내 버렸다
이야기가 이어지는 책장 사이에서
저 두 눈이
나는 고인돌 속으로 들어간다
제21회 내일을여는작가 신인상.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가. 작고 사소한 것과 쓸모없는 것들에게 귀 기울이고 있다. 공저 [뭉클했던 날들의 기록], 공저 [종이배에 별을 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