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여는작가』, 2023년 봄호(통권 82호)
조희
위에서 아래로 공간을 찢는 소리
툭! 울림의 최선
한 장의 낙엽
추락한 부품의 증언일까요 선홍빛 피의 무게는 앞뒤를 알아볼 수가 없어요
어떤 부품을 위한 선, 닉네임은 바닥이라고
본 적 없는 부품이 중얼거리며 왼쪽 주머니에 있는 세 개의 돌멩이를 바닥에 내려놓아요
바닥에서 바라보는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은 돌멩이들의 이방인
바닥에서 바라보아야만 깨달을 수 있는 시선
그것은 낙엽의 힘
무릎 성장통에 부대끼다 추락사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경찰 부품들은 사건현장에 노란 테이프로 줄을 치고 오른쪽 눈에 돋보기를 갖다 대요
도대체 성장통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경찰 부품들이 세 개의 돌멩이를 들고 뒤돌아서요 나는 돌의 중력이 사라질까봐
동전을 높이 던져요 동전은 쨍그랑 증언해요
타워크레인이 없으면 무거운 물건들을 어떻게 옮겨야 할까요 어떤 부품들은 말썽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낙엽처럼 굴러요
식물들은 바닥의 빈틈에서 나사를 조이고 새들은 나뭇가지 빈틈에 둥지를 틀고 붉은 동백꽃은 꽃의 빈틈에서 모가지째 해체되었다가 겨울에 다시 조립되겠죠
마스크를 콧등 위로 아무리 꾹 눌러 써도 코로 스며드는 바이러스를 침묵이라고 해석하는 부품도 있죠
오래된 부품들은 병원에서 녹을 제거해요 사랑에 빠진 부품들은 수리공에게 미래의 상품을 선물 받아요 나는 나에게 주는 특별한 부품을 주문했어요 납작한 자세로
문 밖에 도착한 천사에게
스스로 뱃속 깊이
당신도 주문했나요?
어떤 불멸이 되기 위해서
모든 부품들에게 열려 있는 문
어떤 낙엽을 위한
앰뷸런스가 배경이던 노란 은행나무 길을 끌고 에고에고 떠나가요 웅성거리던 부품들은 천천히 흩어져요
나는 죽은 부품
내 앞에 비(碑)를 세우지 마세요
-『내일을여는작가』, 2023년 봄호(통권 82호), 308~310쪽.
이미지출처:https://pxhere.com/ko/photo/758968
인간이 부품이 아니고
기계가 아니고
인간일 수밖에 없는 존재 이유를
역설적으로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