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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Apr 03. 2024

웨딩드레스 투어에 대하여

처음 웨딩드레스 투어를 할 때는 이름부터 생소했다. 웨딩드레스를 보는데 웬 여행이야.


대학 때 결혼을 준비하던 친한 언니의 드레스 투어를 따라가 본 것이 첫 드레스 투어였다. 샵마다 서너 벌 정도 드레스를 추천받아 입어 볼 수 있는데 사진은 찍으면 안 된다. 그림 그리는 것만 가능했다. 하지만 입다 보면 디자인이 다 비슷해 보여서 기억하기 쉽지가 않다. 그래서 가족, 친구들 또는 웨딩플래너가 같이 가서 어울리는지도 봐주고 드레스도 기억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방식의 웨딩드레스 투어는 거의 10년이 지나 내가 결혼하게 되었을 때도 비슷했다. 웨딩플래너님이나 남편이 직접 스케치하면서 그림을 그려 기억해 주는 방식이다. 업체 공식 인스타 등 인터넷에 이미 사진이 올라온 드레스여도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 것이 조금 이해는 안 간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디자인은 유출이 되면 안 되니까 그러니 이해를 하겠지만 말이다.


피팅비도 샵마다 5만 원 정도 발생한다. 드레스를 입기만 해도 돈이 나간다니. 사실 이건 드레스가 절대 혼자 못 입는 옷이라는 걸 몰랐을 때는 불만이긴 했다. 막상 가보니 내가 민망할 만큼 직원들이 고생을 하시는 걸 눈으로 보기 때문에 피팅비가 아깝지는 않았다.


나중에 샵을 하나 지정하고 드레스 최종 셀렉 할 때는 피팅비를 안 내도 된다. 우리나라는 팁 문화가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아마 아직 샵에서 구입할지 안 할지 모를 때 피팅을 도와준 직원분들에게 팁처럼 드리는 개념인 것 같다. 그런 피팅비를 포함해서 금액을 책정하는 것과 직원에게 직접 주는 것은 좀 다르니까 피팅비를 달라고 하는 게 아닐까 싶다. ​


이렇게 쓰긴 했지만 사실 나도 어떤 게 맞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피팅비뿐 아니라 도와주시는 이모님이 계신데 그때도 현금으로 드리고 촬영 때도 현금으로 준비할 때가 있다. 소비자 1인으로서는 결혼 준비하고 드레스 고르러 다닐 때 여기저기 돈이 나가는 것이 몸으로 느껴진 건 사실이다. ​당시에 하던 일과 결혼 준비를 병행하려니 업체 도움 없이 나 혼자서는 절대 못하겠다고 느껴서 일단 순응한 것 같다.


물론 드레스 투어를 가면 인생에서 중요한 날 입을 옷을 고르는 거라서 신기하고 재밌기도 하다. 샵에서 제공해 주는 가운조차도 예쁘다. 머리에 꽂는 장식이나 밴드, 귀걸이도 화장대에 거의 공주 놀이 하듯 준비되어 있다. 조금 어색해도 결혼식 당일을 생각하면 열심히 준비하게 된 것 같다.

드레스 자체가 너무 딱딱하고 몸에 딱 맞기도 하고, 구슬이나 여러 가지가 박혀있다 보니 살에 쓸리면 좀 아프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다. 이런 건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직원분들이랑 같이 간 가족들도 이게 잘 어울린다, 이건 안 어울린다 반응을 해주기 때문에 힘을 내게 된다. 나중에 집에 갈 때는 녹초가 된 기억이다.


아무튼 직접 겪어보니 스드메가 괜히 있는 말이 아닌 것 같았다. 준비를 안 할 수도 없고, 준비하다 보면 정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머리 아픈 것 같다. 그래도 커플끼리 의견 조율만 잘한다면 나름 즐길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혼 준비하면서 돈도 좀 나가는 게 스드메지만 잘 알아보고 하면 아낄 수 있는 부분도 많았다. 흔히 말하는 유명 샵, 유명 브랜드에서 모든 걸 하려는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발품을 조금 더 팔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인터넷에 정보도 많고 메이크업샵도 개인이 운영하는 괜찮은 샵들도 많으니 이용해도 좋은 것 같다.


어쨌든 행복하려고 하는 결혼인데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든 갈등보다는 서로를 알아가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다.



*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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