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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Sep 08. 2024

이 많은 병원 중 어디로 가야 하나

동네 병원 선생님이 단호한 말투로 상급 병원으로 가보라고 한 후 병원을 찾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의뢰서만 써주셨기 때문에 병원은 내가 찾아야 한다. 사실 서울에서 길을 걸어가다 보면 크고 작은 병원이 참 많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래서 알아보고 어느 곳을 하나 정해서 가면 되겠지 싶었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큰 병원을 찾으려니 쉽지만은 않았다. 병원이 없어서는 물론 아니다. 알아보니 웬만한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은 진료 예약부터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는 상황이었다. 그 후로 검사를 하려면 또 몇 주 혹은 몇 달까지 걸리고 말이다.


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 막막했다. 그전까지 건강한 편이라 직접 병원 예약을 해 본 적은 없었기에 원래 이런 건가 싶고 알아보면서 힘이 빠졌다.


인터넷 검색을 하니 환자들이 정보를 나누는 카페들이 나왔다. 어느 병원의 어느 교수님이 좋다, 어떤 절차로 치료를 했다, 어느 병원은 대기 기간이 얼마나 걸린다는 등 글이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몇 개 보고 있자니 정보가 너무 많아서 헷갈렸다. 각자 상태도 증상도 다르다 보니 공유한 내용이 나와 맞을지 알기 어려웠다. 절박한 마음이 느껴지는 글도 많았다. 검사 결과를 올리면서 물어보는 글도 많은데 당연히 의사가 아니니 다들 이런저런 추측성 댓글을 다는 경우도 많았다. 나처럼 큰 병원을 가라고 들었는데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물어보는 글도 많고 수술을 해야 할지 물어보는 글도 많았다. 어떤 경우는 병원이 불친절해서 결과 설명을 잘 못 들은 것 같다는 글도 있었다. 자세히 쓴 글을 보면 서러움이 느껴질 법한 상황이기는 했다. 또는 병원을 옮겼는데 두 병원에서 다르게 말해서 어떻게 결정할지 모르겠다는 글도 많았다.


이런 글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조금 불안해지기도 하고 답답했다. 정확한 정보가 아닌 답글을 믿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았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막막한 마음이 공감되기도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듯 글을 올렸을지도 모른다.


인터넷 속 환자들의 세계를 처음 발견해서 신기하기도 했다. 질환별로 유명한 인터넷 카페가 몇 개 있는 듯했다. 맘카페라고 부르는 지역별 주부들이 많이 이용하는 카페에도 글이 많았고 개인 블로그에 경험을 공유하는 글도 많았다. 몇 시간씩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동안 간호사의 시선으로만 병원과 치료를 바라본 것 같다. 환자의 시선으로 보는 병원은 아주 새로웠다. 일단 진입장벽이 꽤나 높았다. 병원을 어딜 가야 할지부터가 고민이다. 지방에 사는 경우도 서울의 병원을 알아보는 글이 많았다. 내 상태에 맞게 치료 결과도 좋으면서 나를 잘 받아주는 곳을 찾으려는 마음도 들어가다 보니 고민이 더해지는 것 같았다. 인터넷에는 그 병원에 어떤 의사 선생님이 친절한지까지 다 공유되고 있었다. 이런 인터넷 문화는 예전에도 들어서 알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환자의 입장이 되어서 제대로 읽어보고 찾아본 건 처음이었다.


우리나라에 병원은 이렇게나 많은데 내가 가야 할 곳은 어디일까.


그러다 요즘 정형외과 위주로 진료하는 척관절 전문 병원이 많다는 것을 들었던 기억이 났다. 꼭 대학병원이나 기업병원 말고 전문병원을 먼저 가보면 어떨까 싶어졌다. 사실 간호사들 사이에 ‘수술 공장’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걸 알고 있었다.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그래도 그만큼 많은 케이스를 보니까 잘 알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인터넷은 그만 보고 일단 병원을 가보는 게 정확할 것 같았다. 집과 가까운 곳들을 알아보니 예약 일정도 거의 다음 주로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그래도 일단은 엄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부모님댁과 가까운 병원을 예약했다. 그렇게 정형외과 위주로 보는 전문병원을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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