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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무얼 할 때 가장 행복하니?

아이의 조련사가 아니라, 조력자가 되는 연습

by 도토리



“너는 무얼 할 때 가장 행복하니?”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늘 기억해야 할 핵심 질문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무엇을 바라느냐에 따라 육아 방식은 달라진다. 어떤 부모는 돈이 많기를, 어떤 부모는 당당하게 살기를, 또 어떤 부모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결국 모든 부모가 바라는 건 단 하나, 아이의 행복이다.


아무리 성취가 많고 배움이 풍부해도,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면 그 삶은 의미를 잃는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아이의 행복이 곧 우리의 행복이라는 것을. 아이를 행복하게 돕고 싶은 마음, 그것이 부모가 가진 가장 순수한 마음이다.


그렇다면 부모는 아이가 언제 행복한지 알아야 한다. 아이의 조련사가 되어 학원 스케줄과 대학 진학 계획을 짜주는 것보다, 아이가 스스로 행복을 찾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 어떤 책을 선택하는지, 어떤 장소와 시간을 즐기는지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부모는 가끔 아이에게 사랑을 주는 대신 점검자처럼 행동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아이의 상사도, 조련사도 아니다. 언젠가 있을 아이만의 항해를 앞두고, 잠시 내 배에 태운 조력자일 뿐이다.


지나영 교수의 <세상에서 제일 쉬운 본질육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육아란 밥 짓기와 같습니다. 밥은 쌀 고유의 맛, 즉 아이의 잠재력으로 짓는 겁니다. 우리가 밥을 할 때 뚜껑을 열지 않는 이유는, 사랑과 보호라는 물과 가치와 마음자세라는 불만 잘 맞춰졌으면 맛있는 밥이 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박웅현의 <여덟 단어>의 말과도 통한다.


“미국 교육은 '네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궁금해한다면, 한국 교육은 '네 안에 무엇을 넣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부모 중에는 “우리 아이는 특별한 재능이 없어”라며 불안해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야 잠재력이다. 부모가 믿어주고 지지할 때, 아이의 내면은 자란다. 아이의 관심과 흥미를 억누르고 부모의 기대만 강요하면, 아이는 자신의 관심을 꺼내는 법을 잊게 된다. 나중에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어른이 된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아이를 도서관에 데리고 가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는 책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내 아이는 판타지, 요괴, 마법, 역사, 철학, 패션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을 고른다. 그곳이 바로 아이의 잠재력이 숨어 있는 자리다. 관심사에 맞춰 책과 영상, 박물관이나 공연을 함께 경험한다. 시간이 흐르면 관심사도 변하겠지만, 그때마다 발현되는 잠재력을 믿고 기다려주면 된다.


구립 도서관에서 수업을 해주신 <정유진 작가>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천편일률적인 이력과 경험으로 채워진 사람들에게, 면접관도 지루함을 느낍니다. 글을 쓸 때는 나만의 이야기와 차별점이 있어야 합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글만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면서도 나는 아이 고유의 맛을 살려주고 있는가, 아니면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기성품을 만들고 있는가.

그저 옆에서 지켜보고,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을 기억하며 선택을 존중하고 기다려야 한다. 언젠가는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나에게 허락된 역할이다.


혹시 지금 당신은 아이의 어떤 순간을 놓치고 있진 않은가? 오늘, 아이가 무엇을 할 때 눈빛이 반짝이는지, 어떤 일에 마음을 쏟는지 관찰해보라. 게임이든 그림이든, 모든 순간이 의미다. 그 안에는 아이만의 세계가 있다.


내 아이만 낼 수 있는 고유한 맛을 믿고 지지하는 마음, 그 작은 믿음이 결국 삶에서 가장 오래 남는 선물이 된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아이야, 너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니?”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묻는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함께 기뻐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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