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내가 기억하는 누군가와 함께 한 목표를 향해 가는 활동은 대학시절 조과제.
디자인 전공에서 빠질 수 없는 조과제는 내 경험에서는 학번으로 나누어 조가 만들어지거나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한 조를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번외로 조과제는 아닌데 몇몇 친구들과 모여 같은 과제를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떤 모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사회에 나와 회사를 다니면서 알게 된 미묘한 조과제 같은 회사생활. 이 부분에 대해서 내 주변에는 이런저런 의견이 많은데 예를 들어
'회사는 회사일뿐. 딱 일만 하고 오는 거야~ 친목 쌓을 필요 없어.' 라든가, 혹은
'회사는 같은 목표를 만들어가는 공동체야. 그래서 사내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너무 중요하지. 유대관계를 만드는 건 일의 일부이기도 해.'
라는 다소 이분법적인 의견들이 있다. 나도 수직적이고 유독 시기질투(?)가 많은 회사에서는 '나는 나, 회사는 회사'의 의견에 동의했다. 정말 친한 사람 몇 명만 제외하고는 그냥 가면 쓰고 행동하자 했다.
그래서 결론은? 나는 그렇게 일과 나를 분리시키지는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사람도 그렇게 딱 자랄 나누지 못했던 것. 나누려 하다 보면 오히려 내가 쓴 가면과 내가 만든 벽에 내가 다치기 일쑤였다.
이 사실을 빠르게 깨닫고 나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사람들을 대하기 시작했고, 지금 프리랜서로 있는 지금까지 꾸준히 연락하고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 그들을 보며 그때의 내 선택이 옳았다 생각하기도 하고, 마음 가는 대로 마음을 주기로 한 나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다.
물론 마음을 있는 그대로 주고받으며 어떤 경우에는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에 상처를 내고 이것을 잘 보살피고 채워나가면 '정'이 된다. 돈독한 사이가 되는 생소하지만 확실한 과정이기도 하다.
부서가 아닌 회사를 보고 이직하고 싶어 지원했다가 최종면접까지 간 적이 있었다.
그들의 사내문화와 만들어내는 이미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의 단편들을 보며 '나도 그 일원이 되고 싶다'하는 마음에 두근거렸다.
면접 중 컬처핏(culture fit)을 보는 단계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실수했을 때, 일이 잘 안 풀렸을 때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이었는데, '요즘면접'같은 질문은 처음이었다. 생각을 해 둔 답변이 있었지만 오히려 솔직하게 답해보자는 즉흥적인 판단에 내 개인적인 성향을 조금 더 넣어 답했고, 오히려 면접관의 공감과 기발하다는 대답이 돌아와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었다.
그 순간, 나는 공감대가 이리저리 잘 겹치는 사람들과 일한다는 기쁨을 화면을 통해 또 한 번 느꼈다.(화상면접이었다)
나는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우면서 즐겁다. 이 상반된 두 감정이 만나 '두근거림'을 만들어내는데, 참 미묘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라서, 그는 저런 사람이라서'라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느긋하게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 많은 동료와 친구가 되고, 그들에게서부터 배우기도 하고, 나누기도 하며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