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이야기
네가 쌀이 떨어졌다고 해서 쌀을 부쳐주며 쌀에 대한 여러 기억이 떠오르는구나.
하얀 쌀밥을 좋아하는 네 입맛을 모르는 바 아니나 건강을 위해 아빠는 너희들에게 항상 잡곡밥을 해줬단다.
간혹 밥이 떨어졌을때만 급히 밥을 하느라 냄비밥을 할때 아니면 잡곡밥을 고집 했는데 그 이유는,
이탈리아인들이 주구장창 파스타만 먹는데 글루텐이 일으키는 질병이 많지 않는 것이 밀가루 뿐 아니라 다양한 곡물이 추가된 파스타를 먹기 때문이라고 하지않던? 같은 원리란다.
아빠 어렸을 때 1970년대까지는 여름에 아옥죽을 자주 먹었었다.
쌀이 없는 것은 아니나, 쌀을 아낄려고 여름에는 된장과 아옥을 넣은 죽을 수시로 먹었었지.
80년대에는 할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잡곡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단다. 주로 보리와 섞어 먹었는데, 보리 보다는 밀이 싸다는 이야기를 듣고 할머닌 밀과 쌀을 섞어 밥을 해주기도 하셨는데 그닥 맛이 좋지는 않더라.
90년대에 아빠 자취할 때는 가난한 고학생이다보니 밀가루를 사서 수제비를 많이 해 먹었지. 쌀 아끼려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네 외가에서 쌀을 주시니 쌀 걱정을 안하고 살게 되기까지 30년이 걸렸구나.
반만년을 농경민족으로 살아온 대한민국도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다보니 대도시에 나고 자란 아이들이 쌀은 나무에서 나는 줄 알아서, 이거 큰일이다 싶어 도시 초등학교에서는 일부러 쌀을 화단에 심거나 화분에 심어 보여주기까지 했었단다.
시골 출신인 네가 서울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과 함께 대학생활을 하며 많은 문화적 차이를 느낄텐데 슬기롭게 잘 어울리길 바란다.
집에서는 항상 잡곡밥을 먹으라 강요하니, 네가 스스로 해 먹는 밥 만큼은 좋아하는 흰 쌀 밥 해먹으렴.
사랑하는 아빠가.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