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96
그래서 청춘은 대체 무엇인가요. 고작 너덜너덜한 젊은이의 삶을 칭하는 두 글자였나요. 위태롭기 짝이 없고 수도 없이 흔들리는 나날들이 청춘이었나요. 청춘은 어째서 풋풋하고 찬란함을 내비치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인가요. 나는 아직도 청춘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여나 내 삶이 그러한 푸르른 청춘으로 정의되고 있다면, 잘못 찾아온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미 지나간 것일까요. 아니면 아직 다가오지 않은 걸까요.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청춘, 그런 청명하고 아름다운 순간은 한낱 낭만적인 계절에만 국한되는 것인가요. 꽃이 피어야만 청춘인가요. 그렇다면 나는 사모하지 않겠습니다. 단어만 곱씹어도 새삼 아련해지는 청춘이 결국 갸륵하고 아리따운 꽃내음만을 풍긴다면, 나는 더이상 그를 가까이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뭣도 모르고 한없이 고뇌와 혼돈 속에서 발버둥 치는, 단단한 철조망 속에 갇혀 방황하는 밤 속에서 결국 빛나리라 굳게 믿는 나의 살 어린 눈동자가 청춘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용의가 있습니다. 그저 몸을 맡기고, 나의 성급한 의지를 헌납하며 험난한 여정에 올곧은 발자국을 남기겠습니다. 그것이 그 어여쁜 이름 뒤에 감춰진 청춘의 진정한 속내라면요. 그러기에 나는 함부로 청춘을 알고 싶지 않습니다. 서슬 퍼런 고통과 불행에 둘러싸여 앞으로 나아가는 나의 상처를 계속 덧내는 것도 청춘이라면, 겁 없이 또 넘어지고 한없이 아파하며 결국은 다시 일어나는 것이 청춘이라면, 난 모르고 살고 싶습니다. 그 어여쁜 말에 비릿한 통증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군요. 대체 어느 작자가 지금의 나를 청춘이라 부르는 건가요. 푸른 봄철이라는 허울 좋은 울타리로 어째서 갇혀 있는 나를 한 번 더 가두는가요. 비로소 시간이 지나고서야 푸르다고 느끼는 것이 청춘인가요. 쓰라린 상처를 가리고 완전히 옅어진 흉터가 나중에 청춘의 좋은 기억으로 미화되는 건가요. 난 아직도 청춘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우매한 짓들로 청춘이란 두 글자를 몹쓸게 더럽히는 자들을 용서하고 싶지 않습니다. 충동적인 이끌림에 영혼을 바쳐 젊음을 희생하고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이 아닌, 그저 방탕하고 우악스럽게 행동하기를 청춘이란 이름 뒤에 숨어 합리화하는 것이라면 나는 그들을 경멸하겠습니다. 그 어여쁜 말을 방패 삼아 철없이 행동하는 인간들에게 그 단어를 빼앗기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나도 아직 청춘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저 산뜻한 용기가 곱게 서려 있는 마음이 청춘이라면, 모르는 체하며 살아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네요. 그러면 내 여생이 모두 청춘이 될 테니까요. 꼭 그것이 청춘의 진정한 속내이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다시 아파하러 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