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나이가 되어 보니, 온라인에서건 오프라인에서건 행복한 결혼생활보다 식어버린 애정에 마지못해 사는 부부이야기 또는 이혼에 관한 얘기를 접하는 비중이 커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을 할 때 읽은 선언문이 생각난다.
"... 항상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부부가 되겠습니다. 하루하루 더 사랑하겠습니다..."
결혼식장의 화려한 조명과 박수갈채를 받으며 시작했던 결혼 생활이 생각보다 새드엔딩으로 끝나는 사람의 이야기가 많아지는 것만 같다.
점점 누군가에게 남편의 칭찬을 하거나 소소한 부부 일상을 공유하는 순간 언젠가부터 우리 부부가 어딘가에 존재할 외계 생명체가 되어 가는 느낌을 받는다. 생각보다 결혼생활이 순조로운 게 힘든 걸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보듬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브런치'라는 이 플랫폼에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읽어 내려가며 따뜻한 우리 부부의 온기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덧붙여 남편에게 고마웠던 순간들을 머릿속이 아닌 글로 각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마치 컨베이어 벨트에 놓인 인생 같다는 생각을 한다.
컨베이어 벨트의 끝은 우리의 육신이 사라져 버리는 화장터.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너무 바쁘게 앞만 보고 간다.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옆사람은 눈길 한번 안 주고 제갈길만 간다. 옆사람은 그렇게 외로워져만 간다. 그렇게 옆도 안 보고 가는 사람에게 '당신의 삶의 목적은 무어냐' 고 묻고 싶은 사람도 있었다. 그저 최종 목적지인 컨베이어 벨트 끝을 향해서만 정신없이 가지 말고, 천천히 옆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찾으라고 얘기해주고 싶을 때도 있다.
목표에만 치우쳐 살다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고 살라고.
누가 그러지 않았나...
행복은 나중으로 미루면 돈처럼 쌓이는 게 아니라, 연기처럼 그냥 사라지는 거라고...
인생은 순간순간이 소중하다. 결과만 소중한 게 아니다.
몇 년 전 인기리에 종영한 '고백 부부' 드라마가 떠오른다.
결혼과 동시에 행복한 나날들만 펼쳐질 거 같던 신혼생활이 육아와 전쟁 같은 일터에 치여 '진실'과 '거짓'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진심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어서 생긴... 누구의 잘못도 아닌 상황으로 마음이 엉켜버려 이혼에 이르는 부부.
'현실은 제일 가까운 사람을 이해 할 그 작은 여유조차 없는 걸까?'
시간을 되돌린 과거에서 다시 서로의 진심을 깨닫고 현실로 되돌아가는 이야기.
우리의 삶의 목표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했던 드라마.
정신없다고 놓치고 지나갈만한 내게 제일 가까운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 곧 인생에 가장 중요한 목표라는 울림을 주는 드라마.
남편과 '고백 부부' 시청 中
극 중 우리와 비슷한 나이대. 고된 육아에 치인 아내. (제약회사) 영업직 남편.
비슷한 환경과 상황.
주인공 최 반도가 직장생활의 애환과 가장의 무게가 한꺼번에 터져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이혼을 언급하던 부분.
남편은 눈물이 왈칵 터져버렸다.
"색시야... 저거 드라마여서 그렇지. 현실은 더하다..."
주인공의 오열 앞에서 현실은 더하다며 눈물샘 터지던 남편 앞에 우리가 서로를 더욱 보듬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또 한 번 일상에서 찾아본다.
전쟁통 같은 현실에 맞서야 할 때 누구보다 나서서 두 손 꼭 잡고 옆에 굳건히 함께 맞서 줄 영원한 내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