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먹거리는 참 다양하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특히 과일이 풍성한 계절이기도 하다. 엊그제는 사무실 주변에 밤송이가 떨어져 있을 것을 보고 발로 밟아 보니 알밤이 툭 튀어나오는 것이다. 아주 실한 알밤을 줍고 둘러보니 주변에 몇 개가 더 있는 것이다. 혹시 벌레가 먹었는지 잘 살펴가며 대여섯 개를 주어 들고 사무실에 들어왔다.
껍질을 벗겨 먹어봤다.
역시 가을의 맛이었다. 특별하게 무슨 맛이라는 표현 보다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맛이다. 단단한 질감에서 나는 오도독하는 소리가 밤의 특유한 식감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너무 달지도 싱겁지도 않은 자연 그대로의 오묘한 밤 맛은 콕찝어 표현하기 어렵다. 참 오래간만에 오독오독 씹어가며 먹는 가을 맛이다.
밤은 가시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
밤송이는 가시가 많고 억세기 때문에 나무에서 딸 때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두꺼운 장갑이나 꼬챙이가 있어야 밤송이에서 알밤을 꺼낼 수 있다. 예전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알밤 줍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많이 있었지만 가시에 찔릴까 봐 그런지 요즘은 볼 수 없다.
제사 과일 중에 하나다.
제사상에는 가을 과일이 주를 이룬다. 아마 사과나 배 그리고 밤과 대추, 감 등 먹을 것이 풍성한 계절에 나오는 과일이라 감사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가을에 나는 과일의 종류는 다양하고 맛도 있지만 영양가도 높은 것이 많다. 그 대표적인 과일이 바로 사과이며 건강식으로 견과류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밤과 호두가 요즘이 제철이다. 또한 해마다 추석은 풍성한 계절 가을이기 때문에 과일뿐만 아니라도 다양한 먹을 것이 많다.
산에 가면 밤나무 몇 그루는 없는 곳이 없다.
어려서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산에 밤나무를 심은 기억이 있다. 예전에는 산에 유실수를 심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심은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생하는 밤은 쥐밤이라고 해서 알맹이가 작아도 맛은 있지만 상품성이 떨어져 품종 개량해서 보급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웬만한 산에 가면 밤이 없는 곳이 없다. 그러다 보니 등산로 주변에서 밤송이와 알밤을 쉽게 볼 수 있다.
몇 개 주어서 먹어 보면,
아직도 시골 인심은 넉넉하다. 길에 떨어진 알밤 한 두 개 정도는 주어 먹어도 뭐라 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무분별한 사람들의 지나친 행동은 단순 맛을 보는 수준을 넘어 농작물 절취에 해당할 만큼 욕심을 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면서 뭐라고 제지하면 시골 인심이 사나워졌다고 엉뚱한 말을 한다.
가을!
푸른 들판이 황금색으로 변하가는 과정이나 알맹이가 실하게 영글어 가는 풍경들은 옛 정취에 빠져들 만큼 아름답고 풍요로운 계절이다. 세 번의 껍질을 벗겨야만 먹을 수 있는 알밤은 그 수고만큼 오독오독 씹는 맛은 진정한 가을의 맛이 아닐까 싶다. 물론 시장에 가면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가을 시골길을 지나다 떨진 밤을 몇 개 주어 이빨로 껍질을 벗기고 속껍질의 떫은맛에 침을 뱉어가며 먹는 그 맛은 이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추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