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들
실로 오랜만에 막내와 단둘이 영동고속도로를 달린다.
높은 산을 깎아 만든 길 위에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들은 모두 눈에 덮여 있다.
소복이 쌓인 흰 눈이
눈 앞의 풍경을 가득 채운다.
영상의 기온이고, 이제 겨우 12월이지만
눈 덮인 산의 모습은 분명 한겨울이다.
몸이 느끼는 계절보다
눈이 먼저 계절을 알아본다.
불혹을 훌쩍 지났음에도
나는 여전히 흰 눈으로 가득 찬 풍경에 마음이 흔들린다.
보이는 것에 먼저 이끌리는 나의 시각은
여전히 세상에 쉽게 미혹된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은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내가 바라보며 살아가는 세계는
아주 작은 일부분 일 뿐,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파동,
관측되기 전까지 확정되지 않는 상태들 속에서
존재는 늘 나의 시야 밖에 머문다.
보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제한된 세계 안에 머무는가.
그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