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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쿨한 언니의 따뜻한 잔소리

Scene 14. 이미 늦었다 생각하는 당신에게, 나에게

by 쏘쿨쏘영


나는 한참 나이 든 줄만 알았는데 아직 50도 안되었고

다 아는 척 잔소리도 해 주는데

사실 쥐뿔도 아는 게 없고

쉰이면 불혹에서 10년이나 지나서

안정적인 무언가가 되어 있어야 하는 나이

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철부지 어린아이 같고

행동은 불안정해


내 마음의 나이는

대학생 시절 미국 어학연수 중 들렀던

시카고 하드록카페에 입장하지 못한

20세 미만에 아직 머물러 있는데

내가 하려고 하는 일 가려고 하는 길이 맞는 건지

여전히 확신할 수 없어

누군가에게 기대어도 보고 누군가에게 물어도 보고

나 잘하고 있는 거 맞아요? 이게 맞는 거겠죠?

끊임없는 회의와 질문

난 나에 대해 자신이 없었지

아니, ‘나’라는 것이 없었지


그런데 있잖아

50세까지 전전긍긍 남들의 기대 맞춰주며 살았으면

충분하잖아 충분히 노력했잖아

그 정도 했으면 나도 할 만큼 했어

더 늙어서까지 ‘나’를 내려놓고

‘나다움’을 포기하며 살지는 말자


윤회를 믿고 싶겠지만 한 번뿐인 인생이야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기회는 제로에 가까워

미안하지만 없어

50 넘어서까지 남들 눈치 보며

비위 맞추며 살기는 싫다


싫어하는 것 하지 말고 혐오하는 것 하지 말고

그게 뭐가 되었든

나를 행복하게 해 주고 기쁘게 해주는 것들을 해

매 순간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만 생각해


인생은 짧은 듯 하지만 길다며 길게 보라며

섣부른 행동이라며 족쇄를 채우는 사람들이 많아


아니 그들이 틀렸어 인생 짧아

오늘 충분히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해져

그게 뭐가 되었든 하고 싶은 걸 해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일 수도 있어

미래는 항상 불안정하니까

보장된 미래가 도대체 어디 있어?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오늘을

울면서 보낼 작정이야?

진짜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럴 리 없겠지


말 하며 살아 예의는 갖추되

하고 싶은 말 참지는 마

남들이 날 무례하게 대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마

내 나이도 50이다


서로 배려해 주고 배려받고 살아야 해

그래야 하는 거야

남들이 억지로 나를 깎아내리고 무시하려고 애써도

그들의 무드에 휩쓸리지는 않아

다만 기분이 불쾌해질 뿐이지


먹고 살 걱정 때문에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말 참지는 마

땅 파면 호박 고구마 정도는 충분히 나와

나 다이어트하느라 원체 많이 안 먹잖아

굶고 살지는 않아 너무 걱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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