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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차비어 Jun 23. 2022

독일 양조장의 초보 양조사 1

유학일기 #4

 나는 1년간 뮌헨 시내에 있는 Paulaner Kapuzinerplatz와 Paulaner Nockherberg이라는 두 양조장에서 일을 했다. 각 양조장은 브라우마이스터 단 한 명만이 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었는데 그렇게 하면 몸이 힘들기에 나 같은 학생들을 고용해서 일도 가르쳐주며 업무도 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여기서 브라우마이스터(Braumeister)란 영어로는 브루마스터(Brewmaster)로 양조장 전반의 일을 관리감독하는 사람이다.

 


독일에 오고 처음으로 회사 동료들이 생겼다.

 첫 출근 전 나는 뮌헨 시내 Kapuzinerplatz라는 곳의 양조장으로 8시까지 출근하라는 인사팀의 연락을 받고 시간 맞춰 출근했다. 그곳에선 나와 같은 과에서 공부를 시작하는 독일인 '율리우스'라는 친구가 먼저 일을 하고 있었다. 함브루크 출신의 율리우스는 키가 190cm가 넘었고 전형적인 기골이 장대한 독일인 느낌이었는데, 착하고 이해심이 많아서 1년간 날 많이 도와줬다. (안타깝게도 1년간 일이 끝나고 학교를 그만둬서 공부는 같이 못했다.) 그리고 독일의 서부 쪽 도시인 쾰른의 유명한 맥주회사 가펠쾰시에서 20년 넘게 일을 하고 파울라너로 넘어온 독일인 브라우마이스터 '오또'를 만나서 일을 배웠다. 오또는 아버지뻘의 아저씨였고 한 번씩 성질은 냈지만 본인 나름의 여유가 있었고 본인의 템포데로 양조장을 잘 운영해가는 마이스터였다. 

장비는 오래됐지만 아직까지 내 인생맥주를 만들었던 곳. Kapuzinerplatz 양조장 


 그리고 Nockherberg 양조장은 '울리'라는 브라우마이스터가 관리했는데, 뮌헨 시내에 파견 나온 파울라너 브라우마이스터들중 가장 높은 사람이었다. 울리는 독일에서 본 사람 중에 제일 착했던 사람이었다. 울리는 수많은 다른 부서의 사람들이랑 커피타임을 가지며 수다 떠는 것을 좋아했는데, 직급은 높았지만 편한 스타일이라 인기가 많았다. 일에도 프로페셔널해서 맥주 쪽으로 잘못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 악명 높은 바이에른 사투리가 심해서 1년이 끝날 때까지도 서로 완벽한 대화를 잘 못했던 기억이 있다.

새 장비와 새 건물에 내부 인테리어도 이쁜 Nockherberg 양조장. 지인이 뮌헨에 놀러 온다면 무조건 데려갈 곳이다

그 외에도 직영이 아닌 지점들에 파견되어있는 마이스터들도 있었는데, 몇 번 일을 도와주긴 했지만 보통은 앞서 언급한 두 양조장에서 주로 일했다.



내 인생의 첫 양조장, 설레고 너무 좋았지만 역시나 인생은 고달프기도 하다.

일하며 힘들었던 건 역시나 언어였다. 언어 시험을 통과했음에도 실제 사람들과 소통은 다른 문제였다. 모르고 있던 너무나 쉬운 단어들이 수두룩했고, 빨리 해결해야 하는 일에선 상대방의 목소리가 커지기 마련이었다. 그래도 이미 언어에 대한 굳은살이 생긴건지 얼굴에 철판 깔고, 모르면 모르는데로 '나 못알아 들었다 그래서 어쩔껀데'라는 마인드로 잘 적응해나갔다. 나중엔 소통이 어느정도 잘 되기도 했고 모르는 부분을 눈치껏 이해하는 스킬도 생기게 됐다. 

 사실 언어 외에 기억나는 힘든 점은 굳이 꼽자면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이었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양조장이라 몸이 힘들 거라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갔기에 타격은 덜 했지만 1년간 피로감을 달고 살긴 했다. 당시 막일을 하면서도 식사는 일부러 더 잘 챙겨 먹으며 살았는데 덕분에 일이 끝날 때쯤엔 덩치가 더 커지게 되어서 기분은 좋았다.



그래도 역시나 맘 편한 게 장땡이었다.

일을 시작하면서도 생각했다. 일이 끝나고 학업에 들어가게 되면 분명히 시험의 압박에서 살게 될 것이란 것을 말이다. 그리고 직전에 언어 시험 때문에 벼랑 끝까지 가본 경험이 있는 나로선 단순하게 일을 하는 게 가장 편하고 행복했다. 어찌 되든 1년간 별문제 없이 살면 끝이니 가벼운 육체적 고난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 마인드로 생활하니 독일에서 가장 맘 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종종 일을 마치고 한잔하는 맥주는 내가 여기 오게 된 이유를 말해주는 듯했다.

한 번씩 탱크에서 신선한 맥주를 뽑아마시면,, 정말 그것보다 행복한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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